정유업계, 경제성·산업적 측면 앞세워 당위성 강조
환경단체·LPG업계 ‘환경 저해, 경제성도 허구’ 반발
자동차社는 득실 저울질…‘찻잔 속의 태풍’ 전망도

▲ 내년 9월부터 경유택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택시시장 판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인가 주목되고 있다.

[이투뉴스] 택시시장에도 춘추전국시대의 뜨거운 바람이 불까. 그동안 LPG차량 일색이던 택시시장에 다양한 연료를 앞세운 차량이 선을 보이거나 곧 출시될 예정이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택시발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로-6 기준의 경유택시가 내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관련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이처럼 택시시장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한 숫자로 풀이되지 않는 직·간접적 영향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슈화되고 있는 경제성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이며, 세계적인 추세를 비켜나갈 수 없는데다, 계량화되지 않은 환경성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태풍이 아닌 미풍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택시사업자와 운전자에 대한 지원을 골자로 한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유택시 도입이 결정됐다. 화물차와 버스에 지급하는 수준의 ℓ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은 환경성이 개선된 유로-6 기준의 경유택시가 출시되는 내년 9월부터 지원된다. 다만 세수 감소와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연간 허용대수를 최대 1만대로 제한했다.

하지만 연간 1만대가 적은 규모는 아니다. 국내 택시시장은 총 25만대로 대·개체되는 규모가 연간 4만여대라는 점에서 25%를 차지하는 셈이다. 여기에 현재는 연간 1만대라는 저지선을 마련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같은 제한이 계속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경유택시에 대한 경제성이 검증될 경우 전국 택시사업자들의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게 당연하고,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경유택시 도입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측은 연비 등 경제성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트렌드와 정보, 이슈 등을 제공하며 블로그로 운영되는 자동차정보사이트 클린디젤마케팅연구소는 LPG택시와 비교한 경유택시의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가 GM 말리부(2.0디젤), 르노삼성 SM5D(1.5디젤), 현대 그랜저디젤(2.2), LPG 쏘나타(2.0)의 연비와 유류비, 초기 차량구입비 등을 포함한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SM5D 차량이 LPG 쏘나타 택시 보다 1년 만에 초기 차량구입비를 상쇄하고도 100만원 이상 남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유럽의 각 도시는 자율적으로 대부분 경유택시가 보급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LPG택시만 운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상황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스스로 수익성 있는 자동차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적 측면의 경우 30년 이상 LPG연료만 사용하도록 하는 독점구조가 우리 사회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LPG의 경우 국내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산물로 공급이 부족해 약 60%가 수입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 수입원유로부터 재생산한 경유는 50% 정도 남아돌아 헐값으로 수출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피해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안보와 친환경정책 영향은
경유택시 도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LPG업계는 사활을 걸고 대응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국내 LPG수요는 약 810만톤으로, 이 가운데 수송용이 약 50%인 401만톤이다. 수송용이 LPG수요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보니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단순히 경영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안보와 세계적인 친환경 자동차 보급확대 추세와도 맞물려 경유택시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빈국인 우리나라의 특성 상 에너지안보가 국가적 대명제인 상황에서 처마 밑 비축 기능과 함께 이동성, 편의성, 환경성을 두루 갖춘 LPG의 적정한 수급비율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는 2011년 정부 스스로 정책과제로 수행한 'LPG-LNG간 적정 역할분담 방안'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가스체에너지의 적정믹스의 경우 1차 에너지원 가운데 가스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유지될 때 LNG:LPG=8:2의 비율, 즉 LNG 16%대, LPG 4%대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적정선은커녕 현재 LPG비중이 3.7% 선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수요의 절반을 담당하는 수송용에 치명타를 입히는 경유택시가 도입될 경우 정부 스스로 제시한 적정 가이드라인을 무너트리는 ‘비정상 정책’을 시행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추세도 다르지 않다. 해외 각국마다 대기질 오염도를 높이는 디젤차량 감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LPG차량이 매년 10%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이런 배경에서다.

환경부의 차량 배출가스 등급 조사결과, 연료별 평균등급은 국내차의 경우 LPG차량 2.11, 휘발유차량 2.66, 경유차량 3.34로, LPG차량의 평균 배출가스등급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업계는 LPG차량이 휘발유차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기후변화 대응에 유리하고, 셰일가스 증산 등으로 LPG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국제가격의 하향안정세가 전망돼 LPG차량 시장의 유지를 위한 정책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환경·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경유택시 도입에 대한 반발이 강력하다.

인체 위해성이 심각한 초미세먼지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연료 연소과정에서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경유차량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석면, 비소, 다이옥신 등과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경유차량 배기가스 중 질소산화물도 산성비와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이 된다.

범정부적으로 친환경정책을 표방하면서 경유택시를 도입하는 게 이율배반적인 논리라는 지적이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을 굳이 경유차 도입으로 진행하는 것은 결국 기업 활동과 국민의 건강을 바꾸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자동차 제조사의 셈법은 복잡하다. 국내 택시시장은 연간 4만대 가량 판매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95% 이상을 현대·기아자동차가 점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한때 SM5를 내세워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지만, 현재는 3%대로 떨어졌다.

자동차사가 택시시장을 주목하는 것은 경쟁력이 검증돼 입소문을 탈 경우 수요의 쏠림이 가능한데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정비 수요와 홍보 효과를 누리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자동차사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한국지엠이 RV택시를 출시했던 것이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 택시 출시, 르노삼성이 최근 출시한 SM5 디젤을 택시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유택시 출시는 만만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새로운 부품 개발이나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투자비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용단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LPG택시보다 경제성 등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차 시장판도에 변화를 가져오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경유택시 도입에 관련업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순히 어느 한 업종의 득실 때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업계의 경영적인 측면은 물론 산업적인 측면, 환경적인 측면, 에너지안보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있어서다.

경유택시 도입의 당위성을 세심히 검토하고,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세밀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섣부르게 추진된 정책이 막대한 부담으로 이어진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의 디젤자동차 정책은]
심각한 대기오염 주범으로 디젤엔진 지목
프랑스 정치권 퇴출 공약, 英 정부는 EU법원에 피소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저감 및 대도시 대기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수송용 연료정책을 펴고 있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디젤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네거티브 정책과 함께 친환경자동차 보급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는 정치권이 나서 디젤자동차의 퇴출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영국 정부는 대기질 개선 의무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들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EU 법원에 피소될 지경에 처했다.

프랑스 파리는 중국 베이징과 맞먹는 수준으로 심각해진 미세먼지 농도 때문에 얼마 전 차량 절반의 운행을 금지하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긴급 처방의 차량 2부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종료됐으나 대기오염은 심각한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이 높은 디젤차 비중이다. 파리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사회당 안 이달고 후보는 디젤차를 퇴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EC에 대기오염 문제로 피소되는 상황까지 몰렸다.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에 따르면 2008년 공표된 EU 대기오염지침에 따라 2010년부터 영국도 대기 중 이산화질소 및 미세먼지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EU 법원에 고소될 예정이다.

EC는 영국의 과도한 이산화질소 배출 주범을 디젤 엔진으로 지목했다. EU 회원국들은 2010년 목표 달성에 실패했더라도 추가로 5년간 유예기간을 신청해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영국은 43개 대기오염 관리구역 중 런던을 포함한 16개 구역에서 2015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혀 EC의 법적 조치가 불가피해졌다.

코트라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영국은 거액의 벌금은 물론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원을 억제해야 하는 정책을 도입해야만 할 전망이다. 영국 환경부 관계자는 독일과 같은 나라들의 전례를 따라 디젤자동차를 강력히 규제하는 게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이 디젤차량이라는 점에서 판매를 억제하는 직접적 규제는 쉽지 않아 도심 저배출 지정구역 확대와 주행속도 제한 강화 등의 간접적 규제가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유류세 관련정책을 디젤에 불리한 방향으로 만들 경우 디젤차량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3년 내에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어서 자동차업계는 대책을 모색 중이다.

반면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저감 차원에서 LPG차량을 구입하는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적극적으로 LPG차 보급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LPG차량 구매자에게 2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호주는 'LPG Vehicle Scheme' 프로그램을 통해 LPG 신차 구입 시 2000 호주달러, 엔진개조 시 15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보유차량을 LPG엔진으로 개조할 경우 500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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