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컨설턴트 "아예 새로운 안목으로 유외사업 접근해야"
석유유통협회, 2박3일 현지 연수…규제 완화 선행 '한 목소리'

이시하라 나오유키 석유시장 전문 컨설턴트는 가미치 대학 경제학부 경영학과 졸업 후 일본 2위 정유사 '이데미츠코산'에 입사, 주유소 특약점 담당 영업직원으로 근무했다. 도산 직전이었던 특약점을 흑자전환시켜 31세에 최초로 기업 사장상을 받았다. 현재는 프레지덴츠 비전이란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중소기업을 자문하고 있다.
이시하라 나오유키 석유시장 전문 컨설턴트는 가미치 대학 경제학부 경영학과 졸업 후 일본 2위 정유사 '이데미츠코산'에 입사, 주유소 특약점 담당 영업직원으로 근무했다. 도산 직전이었던 특약점을 흑자전환시켜 31세에 최초로 기업 사장상을 받았다. 현재는 프레지덴츠 비전이란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중소기업을 자문하고 있다.

[이투뉴스] "어느업계나 고정관념이 있다. 이것을 깨야 기회야 생긴다. 주유소 유외사업도 마찬가지다. 나도 주유소에서 다코야키도, 빵도 팔아봤다.(웃음)" 이시하라 나오유키 석유시장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이다.   

그는 이달 1일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스타게이트 플라자 대회의실에서 '에너지전환에 따른 주유소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 발제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만 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상품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시하라 컨설턴트에 따르면 현재 일본 주유소업계는 고객 수요감소, 인력부족, 가격경쟁 심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국내 실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일본내 휘발유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2004년 6148만㎘(킬로리터)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던 수요는 지난해 4477만㎘를 기록, 30% 가까이 줄었다. 문제는 이런 내리막길이 이제 시작이란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일본 휘발유수요가 매년 3%씩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10년 후 30%가 감소한다. 매년 수요를 늘려가며 지난해 역대 최고 소비량을 기록했던 국내와는 온도차가 크다. <관련기사 2023.03.13 지난해 국내 경유 소비 또 줄었다>

주유소도 자연스레 문을 닫고 있다. 1990년대 6만개가 넘었던 일본 주유소수는 현재 2만8000여개까지 줄었다. 특약점(석유대리점)도 3만여개에서 1만개 초반대로 감소했다.   

이시하라 컨설턴트는 경영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주유소 수익구조도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유외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20년 전만해도 기름판매 수익이 전체 수익의 9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절반이 채 안된다. 현재 나머지는 차량유지보수 등 유외사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업계를 본보기로 제시했다. 새로운 수요창출로 신규 고객을 만들어낼 곳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그는 "화장품업계는 화장품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깼다. 남성 전용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햄버거업계도 마찬가지다. 과거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은 가격으로만 경영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모스버거는 일본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했고 성공했다. 아예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풀어나간 셈"이라고 말했다.  

주유소업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지어 새로운 상품으로 신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면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로 렌터카사업을 들었다. 현재 일본내 주유소에선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주유소에서는 렌트카사업뿐만 아니라 중고차를 판매하는 곳도 많다. 지바현 다테야마시 '마루타카석유 다테야마 하치만주유소'에 중고차가 진열돼 있다.
일본 주유소에서는 렌트카사업뿐만 아니라 중고차를 판매하는 곳도 많다. 지바현 다테야마시 '마루타카석유 다테야마 하치만주유소'에 중고차가 진열돼 있다.

그는 "처음에 한 주유소 사장님이 렌터카사업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을때 나조차도 고개를 저었다. 주유소는 차량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렌터카는 그 정반대의 사업이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성공했다"고 말했다. 

주유소가 외곽에 있다면 이를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산간지방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 성공사례를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직원 10명을 거느린 50년 역사의 특약점이다.

그는 "주변 값싼 부지와 농지를 활용하자는데서 시작했다"면서 "가족이 함께 블루베리를 직접 수확할 수 있고, 바베큐도 할 수 있는 글램핑농장을 운영했다. 주변 대도시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점을 매력포인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시하라 나오유키 컨설턴트는 "그동안 수많은 주유소를 컨설팅하면서 경영진과 많은 고민을 했다. 나 역시도 과거 이데미츠코산(일본내 2위 정유사)에서 특약점 영업부에서 근무했던 만큼 생리를 잘 알고 있다. 사실 새로운 상품을 판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주유소업계지만 활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휘발유수요가 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차수가 주는 것은 아니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 주유소 미래가 분명 있다고 본다. 자신의 경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힘줘 말했다.

세미나에서 국내 석유대리점 사업자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규제들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에서 국내 석유대리점 사업자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규제들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한 국내 사업자는 "사업다각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국내와 일본과는 현실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다. 우리는 국내 실정에 맞게 이해하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다른 사업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각종 규제에 막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업계를 옭아매고 있는 낡은 규제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유유통협회(회장 김정훈)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일본 주유소 벤치마킹'을 주제로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전국 석유대리점 회원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전국석유상업조합연합회 간담회와 현지 특약점 및 주유소 방문, 2023 재팬 모빌리티쇼 참관 등을 진행했다.

김정훈 회장은 "이번 해외연수를 계기로 많은 것을 보고 느껴 현장에 잘 적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유유통협회 회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 열번째가 이시하라 나오유키 컨설턴트, 바로 옆 열두번째가 김정훈 협회장.
석유유통협회 회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 열번째가 이시하라 나오유키 컨설턴트, 바로 옆 열두번째가 김정훈 협회장.

<미나토구=김동훈 기자 hooni@e2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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