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박사)

포트폴리오 확대·디지털 마케팅 강화로 경쟁력 강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 비즈니스 혁신만으론 영속성 보장 못해

국내 도시가스사업 건물·산업 부문 위축…‘종합생활산업’이 방향타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이투뉴스]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규제와 공기업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독점적 체제를 유지해왔다. 2000년 발전 자회사 분리 이후 실질적인 경쟁이 없던 전력시장에서 수요관리사업, VPP사업 등 소매시장에서 일부 경쟁 비즈니스모델이 출현하고 사업참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일본은 2016년 전력시장이 전면 자유화 되었고, 1년 뒤에는 가스시장도 자유화가 됐다. 이후 일본에서는 전력시장과 가스시장에 교차 진입이 일어났고, 이종사업자 간의 합종연횡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력상품과 가스상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결합상품이 등장하는 등 경쟁의 긍정적 유인과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생기고 있다. 

◇일본 가스시장을 살펴보는 이유 

일본의 가스회사도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가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시장 등 신사업으로의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도시가스사업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적극 대응코자 수소혼입 방안 등 다양한 전략을 강구중이다. NDC 2030에 따르면 국내 도시가스사업은 최대 공급처인 건물부문과 산업부문이 2030년에 23.8%, 4.0% 각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사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에 일본의 전력 신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특히 경쟁사인 주부전력과 합작투자회사인 ‘CD Energy Direct’를 설립하여 전력시장에 진출한 오사카가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일본 가스회사의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분석하여 그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본의 전력 신시장 현황과 소매전기사업자 추이

일본의 전력시장은 2016년 4월, 가스시장은 2017년 4월에 전면 자유화됐다. 10대 독점회사의 지역독점 해체를 위해 소매부문 신규 사업자 진입 허용 및 송·배전망 분리 독립을 통해 망 중립성을 확보했다. 자유화 이후에도 발전시장은 여전히 대형전력회사(구 일반전기사업자) 10개사가 지역을 거의 독점 공급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형 전력사 및 대형전력 100% 자회사의 역외 점유율이 2023년 7월말 기준으로 약 2.6%로, 2021년 말 4.3% 대비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고압 분야는 2021년말 7.7%에서 2023년 7월말 기준 4.0%로 감소했다. 신전력사업자의 점유율도 2021년말 21.7%에서 23.7월말에는 18.3%로 감소했다. [그림 1 참조] 

전력시장 전면 자유화 이후 소매전기사업자는 꾸준히 증가하여 왔으나 최근에는 감소하고 있다. 2023년 10월 현재 소매전기사업자의 등록수는 731개 업체이다. 2023년 10월말 시점의 사업중지 건수는 44건, 자유화 이후 사업승계 건수(누계)는 140건, 사업폐지 및 법인해산 등은 99건으로 시장 진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게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전력 사업자의 판매량 비율은 16.5%이며, 이 가운데 가정용을 포함한 저압용은 약 26.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도쿄) 및 간사이 지역, 전기요금이 높은 홋카이도 지역에서 신전력사업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사업자는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등 가스사업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전력사업은 도쿄지역이 24.7%로 가장 높으며, 그 뒤로 홋카이도 16.2%, 간사이 15.1% 지역 순이다. 홋카이도는 송전제약, 원전 정지로 인해 요금단가가 높아 시장규모 대비 신규 진출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료조달부터 발전, 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가격경쟁력·결합상품·생활지원서비스 등으로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림 2 참조] 

신전력사업자의 전압별 점유율 추이를 보면, 고압과 저압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저압(2016년)에 비해 일찍 자유화가 시작된 고압부문(2004년)의 점유율이 높았으나, 최근 저압부문의 점유율이 상승세에 있다. 신사업자는 공급력 부족으로 특별고압(2000kW 이상)의 판매는 부진하다. [그림 3 참조] 

◇오사카가스의 에너지·서비스 마케터로의 진화

오사카가스는 1905년에 창업한 일본의 대표적 에너지기업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매년 약 60억~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2022년 매출액은 2.27조엔, 영업이익은 약 600억엔을 기록했다. 1965년 일본이 LNG를 도입할 당시부터 오사카가스는 ‘종합생활산업 지향’이라는 경영전략을 제시하여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현재는 도시가스사업 이외에 전국적으로 재생에너지와 발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전력 신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그림 4 참조] 

전통적 사업 기반인 가정용 가스고객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소비자 선택 요금제를 도입했다. 유선통신 사업 및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전기요금 상품인 ‘스타일플랜’ 및 ‘위드플랜’과 유사한 묶음 요금할인 신규 가스요금제도 출시했다. 전력고객 160만 가구에게는 에네팜(ENE FARM), IoT 서비스, 수미카타 서비스, 주택개조 등을 결합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 접점 서비스를 위해 디지털화도 강화했다. 최적의 고객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Sumai LINK’를 런칭했고, 웹 기반 마케팅을 강화했다.   

업무용 및 산업용 고객에 대해서는 결합상품 에너지솔루션을 제공한다. 가스·전력 + 수처리·환기·에어컨·IoT/ICT 서비스·유지보수 등을 결합시켜 업무용 고객이나 산업체에 원스톱, 일관 서비스가 가능케 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로얄티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VPP 등 새로운 전력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ESG BCP 등 대응 솔루션으로 탄소중립 LNG 및 천연가스 도입, 발전용 연료(석탄중유 발전)의 천연가스 대체, 가스공조기 및 가스 co-gen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D-Green(재생가능에너지 전력), D-Bio(바이오가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상품의 라인업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림 5 참조] 

◇오사카가스의 전력사업 현황 

오사카그룹의 전체 에너지부문 고객수는 2023년 3월 현재 약 1000만개소에 이르며, 전력 소매부문 고객수는 약 170만7000개(+5.8%)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의 전력판매량은 전년대비 소매는 증가(+3.3%)했으나 도매 등의 감소(△10.2%)에 따라 전년 대비 5.2% 감소한 15,883GWh를 기록했다. 

오사카가스의 전력사업 가치 사슬은 3개 요소로 구축되어 있다. LNG 화력 중심의 발전, 수급관리, 전력소매부문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탈탄소 달성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전원개발 및 조달, 마케팅에 주력한다. 그리고 새로운 전력시장 활용을 위한 열병합·에네팜·부하억제를 포함한 DR을 VPP로 활용하고 있다.  [그림 6 참조] 

 

전력수요관리사업(DR: Demand Response)은 최근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날씨 및 기타 요인의 영향에 취약하기에 전력 수급균형 안정화를 위한 옵션으로 주목 받는다. 전력 수급균형을 위해 수급이 타이트할 때 고객 입장에서 전력사용을 억제함으로써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매커니즘이다. DR에 참여하는 고객에게는 대응 결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고, 고객이 절약한 전력을 집계, VPP 구축을 통해 전력체계 안정화 및 재생가능 전력의 확산에 기여한다. 오사카가스는 2018년부터 일반송배전사업자 주관 조정전력 공개 공모에 참여했다.  [그림 7 참조] 

[그림 7]은 오사카가스가 VPP 구축을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한 내용이다. 에네팜 보급확대, 업무제휴와 출자를 통한 태양광 및 EV사업에 참여했으며, 실험 집합주택을 통한 실증실험, IoT 플랫폼 활용 기기 연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오사카가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효율(55%)을 자랑하는 ‘에네팜 type S’를 2020년에 출시했고, 3600대를 활용하여 계통 수급조정이나 인밸런스?회피에 활용하는 VPP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전력 계통 내에서 태양전지 등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전력이 과잉인 경우 연료전지의 발전 전력을 낮추거나 축전지를 충전함으로써 전력계통의 수급밸런스 유지가 가능하다. 에너팜은 IoT 연계 편의성 확대 및 잉여전력매입서비스 ‘에너쉐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신규시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 

일본의 에너지시장에 규제완화가 확대되면서 전통적으로 LNG 시장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던 오사카가스와 주부전력은 전략적 제휴에 이른다. [그림 7]과 같이 오사카가스는 가스사업력을 기반으로 전력 신시장 진출이 필요했고, 일본의 중부지역을 주 공급지역으로 전력에 집중하던 주부전력은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다른 전력사에 우선하여 수도권 공략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2018년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법인 ‘CD Energy Direct’를 설립했다.  [그림 8 참조] 

‘CD Energy Direct’의 주요 사업은 수도권 지역 가정 및 기업 대상 소매 전력과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전력은 TEPCO 전력망의 송배전 네트워크에 위탁하며, 도시가스는 주로 도쿄가스 네트워크(도쿄가스 자회사)의 가스도관 네트워크에 위탁한다. 에너지사업과 관련하여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EMS 등 다양한 에너지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편, CD Energy Direct는 접수 개시로부터 약 1년만인 2019년 8월에 계약 건수는 10만건을 초과했으며, 회사 설립 약 2년인 2020년 4월에는 20만건을 돌파했다. 사업 초년도의 매출액은 97억엔을 기록했고,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부담으로 영업손실(△17억엔)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의 매출액은 996억엔으로 급성장했다.  [그림 9 참조] 

CD Energy Direct는 도쿄가스 및 TEPCO와 동일한 공급 센터에서 가스와 전기를 공급받고 있으나 두 회사보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기본요금이나 사용량요금 모두 저렴하다. 전기를 세트로 계약하면 '전기세트 할인'이 적용되며, 가스요금의 0.5%를 할인한다.  [그림 10 참조] 

◇‘CD Energy Direct’의 경쟁력 분석

가정용은 저렴한 요금, 다양한 요금 메뉴, 부가적 서비스의 확대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분석된다. 기업고객의 경쟁력은 특화된 에너지서비스 솔루션의 제공과, 에너지이용의 최적화를 들 수 있다. 에너지설비 제안 및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고객은 초기 투자비 없이 설비 도입을 통한 에너지절약, 비용절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솔루션 제공 범위도 전기가스설비는 물론 하수처리 설비까지 대상을 확대했고, 유지보수관리, 연료 공급 등 부가가치 서비스를 세트로 공급하여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표 1 참조] 

또한 전기·가스의 각종 설비에 대한 설계·조달부터 보수·운영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서비스를 지원하여 최적의 에너지 이용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한다. 나아가 IoT 활용 커넥티드 서비스를 통해 운영개선도 지원한다. 부동산관리 서비스도 특이하다. 공실 전력 플랜을 통해 공실시 실질 전기요금의 0엔 달성, 아파트 공용 전기요금 플랜으로 공용전기료를 최대 15%까지 절감하기도 한다. 

◇국내 도시가스업계에게 던지는 시사점

오사카가스의 사례로 본 일본 가스회사의 트랜스포메션전략의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일본 가스회사의 경쟁력 부분이다. 일본 가스회사는 타경쟁자에 비해 전력 신사업의 진출 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기존 가스사업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전력을 판매한다. LNG 조달능력이 우수하여 전력소매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가스사업에 대한 사업력으로 ‘전력+가스’ 세트 판매가 용이한 점도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또한 가정용 연료전지 에네팜 판매를 통한 가스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여 에너지효율 제고가 가능한 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다. 가스사업력을 앞세운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영역을 확대한 점도 경쟁력 강화에 절대적 도움이 되었다. 

대형 전력사 주부전력과 제휴로 창립된 CD Energy Direct는 기존 네트워크 이외 지역인 수도권까지 진출했으며, 양사의 전기 및 가스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다.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인프라의 확보, 다양하고 저렴한 요금제, 전력·가스의 안전 공급, 에너지 절약 및 생산성 향상 기술을 활용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비즈니스 솔루션 제공이 경쟁력 강화의 원천으로 분석된다.

둘째, 전력사업 참여로 포토폴리오의 확대이다. 천연가스 발전을 통해 직접 전력을 생산·판매하며, 기존 영업망을 대상으로 전력사업을 확대하여 전력사업과 가스사업을 합친 멀티 에너지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전력은 오사카가스의 가스사업에 이은 제2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되어 2022년 국내 에너지부문 이익의 40% 차지하게 됐다. 환경부하가 작은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코제너레이션, 재생가능에너지 전원 공급도 확대했다. 국내외 태양광 발전 및 풍력발전 사업, 환경친화적인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30년에는 국내외에 900만kW 까지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의 강화이다. 고객 접점 디지털화를 위하여 플랫폼 마련을 통한 서비스의 다양화, 웹 기반 마케팅을 강화했다. 분산에너지를 대비한 디지털은 데이터분석 기반 툴 개발, IoT/ICT 서비스를 결합한 에너지솔루션 제공이 큰 역할을 했다. VPP로 제어 가능한 분산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참여 사업자가 증가하고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어 추가 사업영토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위기에서는 기존사업과 비즈니스의 혁신만으로는 기업이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신사업 영역에 대한 도메인을 재정립하고 승자의 안목을 높여야 한다. 오사카가스가 1960년대부터 업역을 가스사업으로 국한하지 않고 ‘종합생활산업’을 지향했던 전략이 오늘날의 Daigas Group 을 있게 했다. 1980년대 석탄산업 절정기에 가스사업으로 트랜스포메이션한 선대 가스 경영인들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이 존경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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