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선 사)바이오에너지포럼 정책기획위원장 (진에너텍 전무)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가장 큰 장애물은 오해와 소극적인 정책

서경선 사단법인 바이오에너지포럼 정책기획위원장
서경선 사단법인 바이오에너지포럼 정책기획위원장

[이투뉴스] 우리정부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한다는 결의에 동참했다. 그런데 정부는 작년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2021년 확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8.6%p를 낮춘  21.6%로 정한 바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속도조절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과 보급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어떻게 이행하려고 하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녹색보호무역주의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구 환경을 지키고 국가 경제를 지키는 중차대한 과제가 되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풍력과 태양광뿐만 아니라 바이오매스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간한 '2020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잠재량(기술적 잠재량)은 1509만TOE에 달한다. 같은해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량 1554만TOE에 육박한다. 국내 바이오매스가 에너지로 활용되는 비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량을 에너지화 할 경우 재생에너지를 지금보다 2배 가량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원천마을 축산폐수 바이오가스 혐기소화조
원천마을 축산폐수 바이오가스 혐기소화조

바이오매스는 '1석 7조'의 효과
그러나 바이오매스를 모두 에너지화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종다양한 바이오매스를 그 특성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볏짚이나 왕겨는 퇴비, 사료 등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는 대부분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단순 매립·소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악취, 분진, 침출수 등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오랜기간 방치되거나 매립되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하는 메탄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활용하면 1조 7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바이오매스는 순환경제의 대표적인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탄소중립에 기여한다.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의 에너지다. 둘째,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전기나 열의 형태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다. 셋째, 환경을 보호한다. 방치되거나 매립·소각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방지한다. 넷째, 에너지안보에 기여한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국내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로 일부 대체할 수 있다.

다섯째, 지역 분산형 에너지에 적합하다.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로 전기나 열을 만들어 주변 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 유럽 등에서는 소규모 바이오가스 발전이나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이 분산형 에너지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섯째, 일자리를 창출한다. 바이오매스 산업은 원료 수집, 유통에서부터 연료 제조, 발전소 건설과 운용까지 고용 창출에 효과적이다.

분산형 바이오매스 발전이 활성화되면 농촌 등의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일곱째,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보완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전국 단위 분산형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보완·대비할 수 있다. 태양광·풍력의 장기 공백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백업 전원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

방치된 산림바이오매스를 분쇄해 열병합연료로 사용하는 전주고산자연휴양림
방치된 산림바이오매스를 분쇄해 열병합연료로 사용하는 전주고산자연휴양림

바이오매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처럼 막대한 경제적·환경적 효과가 있음에도 바이오매스는 에너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자체의 단점이 에너지로의 이용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바이오매스에 있는 회분, 염분 등은 보일러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하수찌꺼기는 악취가 심해 발전소 현장에서 사용을 꺼린다. 따라서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촉진을 위해 회분, 염분, 악취 등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기술은 확보돼 있다.

농업 부산물, 미이용 산림목 등 대부분의 바이오매스는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므로 수거·운송·저장 등 물류비가 많이 든다. 바이오매스의 함수율이 높아 건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물류비, 건조비 등으로 바이오매스 연료의 제조원가는 높은 편이다. 이처럼 경제성이 떨어지니 에너지화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바이오매스에 대한 오해와 이로 인한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오매스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목재펠릿, Bio-SRF, 하수찌꺼기 등 바이오매스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대폭 축소했다. 바이오매스가 석탄혼소에 사용돼 석탄화력의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석탄혼소에 사용된 바이오매스는 거의 외국에서 수입한 목재펠릿이었다. 환경단체가 수입산 목재펠릿에 대해 원산지 삼림을 파괴하고 운송과정에 탄소를 배출한다고 비판한 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였다. 그러나 수입산 목재펠릿을 비판하면서 국내산 바이오매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한 것은 부당했다. 유기성 폐기물(하수찌꺼기·가축분뇨 등), 농업 부산물(과수전정가지·농작물배지 등) 등 에너지로 이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바이오매스가 국내에 널려있는데, 마치 목재펠릿이 바이오매스의 전부인냥 비난했다.

정부 역시 바이오매스를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구분하여 정책을 정밀하게 설계하지 못했다. 수입산 목재펠릿 감축을 위한 바이오매스 REC가중치 하향을 국내산 바이오매스에 대해서도 일괄 적용했다. 이 때문에 차츰 성장하던 국내 바이오매스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예를 들면 하수찌꺼기는 3년 전만 해도 연간 발생량 420만톤의 약 50%가 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처리되었다. 그러나 REC가중치가 축소되면서 작년에는 발전소에서 처리되는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하수찌꺼기 연료 제조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품목을 전환해야 했다.

또한 대도시 공공하수처리장은 거의 매일 하수찌꺼기 처리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처리되지 못하고 적치된 하수찌꺼기의 악취, 침출수 등 환경오염 피해는 시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일부 환경단체의 일면적인 주장이 충분한 여론 수렴과 다면적인 검토가 부족한 가운데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톱밥과 버섯폐배지로 만든 바이오에너텍의 발전용 펠릿
톱밥과 버섯폐배지로 만든 바이오에너텍의 발전용 펠릿

바이오매스에 대한 정책 당국의 인식 전환 필요
반면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매스 활용 추진 기본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바이오매스 활용 종합기본계획을 수립, 범정부적인 바이오매스 활용추진회의 등을 통해 바이오매스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영국 등 대다수 유럽 국가는 바이오매스 에너지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매스는 열에너지로 활발하게 이용된다. 전 세계 재생열에너지의 95%가 바이오매스로 생산된다. 유럽 등은 열병합발전에 대한 열차액 지원제도, 재생열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등을 도입해 바이오매스 열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추어야 한다. 바이오매스 분야에서도 'K-바이오매스'라는 국가 정책 브랜드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서경선 바이오에너지포럼 정책기획위원장 ks88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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