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끄는 '데이터센터가 기후변화 주범' 아이러니

"AI와 Iot 기술도 에너지사용 많아…혁신적 접근 필요"

조형희 연세대 교수
조형희 연세대 교수

[이투뉴스] 최근 인공지능(AI)의 활약이 눈부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 챔피언을 이기고, 머신러닝 기반의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은 교통 분야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AI의 성장에 발맞춰 연구자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기후변화를 분석하고 있으며,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인 ‘2050 탄소중립’보다 더 빠르게 기후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I의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주 탄소배출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적 진보 뒤에 숨겨진 환경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AI가 제공하는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과 스마트 홈 기술(IOT) 등 일상 속에서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이러한 기술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따라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혜택과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발전이라는 중요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데이터센터는 학습과 기능 수행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의 저장, 데이터 처리와 분석 등을 담당하며 기술적 도약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는 고급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여 웹 페이지 로딩 시간을 줄이고 온라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 저장과 네트워크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으며(IEA, 2023), 이는 국가 단위의 전력 소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정보 처리의 장소를 넘어서,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의 발전 추세, 특히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고려할 때,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량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Andrae와 Elder (Challenges, 2015)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20% 이상이 정보통신 산업에 의해 소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 중 30% 이상이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수많은 편리함과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서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9단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소비한 전력은 170 kW에 달했다. 성인의 뇌의 소비 전력인 0.02 kW와 비교했을 때,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9단의 약 8500배에 달하는 양의 전력을 소모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대화형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GPT-3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에는 약 1.3 MWh의 전력이 소모되었으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500여톤에 달한다(Patterson 등, arXiv, 2021). 대한민국 성인 한 명이 신진대사를 통해 배출하는 탄소배출양이 223 kg/ 년으로 이는 약 2200명의 1년 배출량에 해당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그 특성상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셋을 활용하여 모델을 개발하거나 재훈련하는 과정이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AI 성능을 개선하는 데에도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GPT의 제작사 오픈AI는 2018년(GPT-1)에는 약 1억1700만개, 2019년(GPT-2)에는 약 15억여개, 2020년(GPT-3)에는 약 1750억여개의 매개변수를 이용하여 GPT의 성능을 개선시켜 왔다. 이처럼 AI 모델을 개발과 성능 향상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AI 모델을 개발한 이후에도 실제로 사용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하다. Patterson 등 (IEEE Computer, 2022)은 일부 AI 모델은 학습에 들어간 전력량보다 실제 사용 시 필요한 전력량이 2.5배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Chat-GPT,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 등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AI는 이보다 더욱 많은 전력을 소모할 것이며, 이미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AI 모델을 사용하는 자율주행차량도 주요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원이 될 수 있다. Sudhakar 등(IEEE Micro, 2022)의 연구 결과에서는 10대의 카메라에서 이미지를 처리하는 10개의 심층 신경망을 가진 자율주행차량이 하루에 한 시간 동안 운전하는 경우를 상정하였다. 이 자동차는 매일 2160만건의 연산을 수행하게 되고, 이러한 고성능 컴퓨터 장비를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전세계에 10억대 보급될 경우 연간 2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주요 배출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테슬라 社가 2021년 8월에 발표한 자율주행용 인공지능은 서버 한 대의 소비전력이 알파고의 10 배가 넘는 1800 kW에 달해, AI의 보급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클라우드 스토리지 역시 환경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bringer 등(Resources, Conservation & Recycling, 2021)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튜브를 1시간 시청하는 데에 최소 6.3 g에서 최대 1,006 g의 탄소를 배출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데이터 센터는 비디오 파일을 저장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디바이스로 전송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센터는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 일주일 내내 가동되어야 하며, 고화질의 대용량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기 위해 고성능을 유지해야 하므로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특징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사용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전송하고 저장하는 데에 3.1~7 kWh/Gb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American Council for an Energy-Efficient Economy, Carnegie Mellon University). 이는 개인 하드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0.000005 kWh/Gb)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AI와 4차 산업혁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며,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과 AI를 통한 생활의 편의성 사이의 신중한 고려와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주로 전력을 소모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에서 서버 운용은 약 35%를 차지하는 반면, 설비 냉방은 그보다 더 큰 비중인 약 50%를 소모하며, 이는 전체 전력 사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데이터 센터의 장비들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으로,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영과 안정적인 서버 유지를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부 기온 변화나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라 데이터 센터의 온도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냉각”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관리에 주요한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즉, 냉각 성능을 개선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에 데이터 센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냉각 효율성 때문이다. 구글이 핀란드의 하미나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 것과 같이, 많은 회사들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와 같은 국가들의 추운 기후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냉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액체를 이용한 냉각 기술을 활용하려는 연구 역시 주목할 만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나틱”을 통해 낮은 수온의 해수를 활용하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최근 서버를 비전도성 특수 냉각유에 담가 직접 냉각하는 액침 냉각기술 검증에 성공하여 기존 공기냉각 대비 37%가량의 전력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냉각 성능 개선과 더불어,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 또한 증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전신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 메타는 스웨덴 룰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여 전체 전력의 70%를 근처 룰레오 강의 수력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한 페어 네트웍스는 라스베이거스 사막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여 태양광 발전을 통해 데이터 센터 운용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데이터 센터 자체의 전력 효율 개선과 더불어, 개인 사용자들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이 있다. 먼저, 클라우드 저장공간 최적화와 오프라인 다운로드 활용이다. 데이터센터로의 데이터 전송과 저장은 개인 하드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에 비해 최대 약 1,400,000 배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100 Gb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하면 이산화탄소 200 kg/년을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Standford Magazine, 2017). 따라서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최적화하고, 자주 감상하는 영상이나 음악 등은 오프라인으로 다운로드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시 화질을 저화질로 설정하는 것 또한 탄소배출 감소에 도움이 된다. Obringer 등(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2021)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영상의 화질을 고화질에서 저화질로 바꾸면 시간당 탄소배출량이 약 440 g에서 60 g으로 감소하며 냉각을 위한 물 사용량도 크게 감소한다. 많은 이용자들이 화질을 낮춰서 본다면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4차 산업혁명의 편의성은 무시할 수 없는 환경적 대가를 수반한다. AI와 같은 핵심 기술들이 가져오는 에너지 소비 및 탄소배출량 증가는 더 이상 기술 전문가나 정책 입안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과 재생에너지의 활용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개인 차원에서도 클라우드 저장공간의 최적화, 오프라인 다운로드 활용, 저화질 스트리밍 사용과 같은 일상 생활에서의 작은 노력들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며,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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