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스탠리 보고서…1986년 급락보다 심각

[이투뉴스] 귀하고 값비싸 '검은색 금'이라고 불리던 석유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1년 전보다 유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향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브렌트 선물가는 런던석유거래소에서 배럴당 56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 47% 하락한 값이다. 

이런 가운데 모건 스탠리 연구소는 저유가로 인한 수요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 증강을 지목했다.  OPEC이 미국의 셰일 시추 등 경쟁 생산자들을 압박하는 과정에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의 마티즌 랫츠 애널리스트는 "대다수 주요 석유 회사들이 유가 하락 이후 비용과 자본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21개 에너지 회사들은 올해까지 업스트림 비용 지출을 25%까지 줄였다. IHS의 업스트림 자본 지출 인덱스에 따르면 1분기에만 15%가 감소했다.

원유 생산자들은 저유가 이후 1300억달러의 투자를 삭감하고 약 7만명의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기본 경제이론에 따라 저유가는 석유 수요를 상당히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EA는 지난 2월 예상했던 2015년 석유 수요 성장률을 하루 추가 90만배럴에서 최근 14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유가 회복이 어려운 점으로는 지속적인 원유 생산량 증강을 지목했다. 지난 몇 분기 동안 미국은 프랙킹 신기술로 원유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안정되자 OPEC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더 늘리기 시작했다.

OPEC 은 지난 2월 이후 하루 150만 배럴씩 원유를 추가 생산하고 있다. 150만 배럴은 세계 수요의 1년치 증가량과 맞먹는 양이다. 모건 스탠리의 상품팀은 석유 시장이 하루 80만 배럴 가량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과잉 공급 현상은 지난 4개월간 진행된 OPEC의 생산 확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유가 상황은 1986년 유가 급락보다 더 심각하다고 모건 스탠리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로 계속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경우 석유 시장을 빠른 시일내에 안정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는 "저유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더디지만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모건 스탠리는 전망했다. 저유가는 공급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하고 공급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울러 내년 2분기쯤이 유가 회복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는 "예비 생산 용량이 더 적기 때문에 1980년대보다 더 긍정적으로 유가 회복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예비 생산용량은 전체 공급량의 2~3% 정도이며, 1986년 당시에는 약 30%였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