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와 제조공장 신설 및 전기차 증가 영향

[이투뉴스] 지난 20년간 보합세를 보였던 미국의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IDC)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인플레이션감축법 도입에 힘입어 제조업이 부활하면서다. 아울러 전기차 이용자가 확대되면서 미국 전력회사들은 2028년까지 추가 전력 수요전망을 약 2배 상향 조정했다. 

15일 컨설팅회사 그리드 스트래티지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향후 5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38GW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캘리포니아주 전체의 전력 사용량을 추가하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태양광 제조공장 신설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노력이 전력수요를 늘려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력 부족사태가 예견되면서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 버지니아주 전력회사들은 향후 15년간 수십여개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캔자스주의 한 전력회사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석탄 발전소 폐쇄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들 발전사는 풍력과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가 빠르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고, 허가지연과 전력망 경색으로 전력 부족 사태에 이를 수 있어 추가적인 화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을 다소비하는 데이터센터는 1년 만에 신설이 가능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는데는 5년 이상이 걸리며,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할 경우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와 제조공장은 24시간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풍력과 태양광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석탄화력과 가스발전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고 무탄소 전력을 확대한다는 바이든정부의 약속과 배치된다.

북미전력신뢰도기구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빠르게 더 많은 전력을 추가 생산하지 않으면 많은 지역이 정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원격근무와 동영상 스트리밍, 온라인 쇼핑 등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인공지능의 부상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수요가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허브인 북부 버지니아주는 2019년부터 75개나 데이터센터가 증가했다. 현지 전력회사인 도미니언에너지는 데이터센터 용량이 향후 5년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아주에서도 대규모 신규 산단이 전력망 연계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크로칩과 청정기술 관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연방 정부의 신규 세제 혜택으로 미국의 제조업 투자는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부터 반도체와 배터리, 태양광 모듈 공장에 최소 5250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다. 

수십개의 전기차 회사와 공급 업체가 문을 열고 있는 조지아주에서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가 2022년 대비 1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전력수요 증가 요인도 있다. 최근 연방 정부의 세제 혜택을 누리는 전기차와 히트 펌프 판매가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되는 신차 5대중 1대는 전기차이며, 2035년까지 전력 피크 시간대 소비량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록적인 더위가 예상되면서 에어컨 사용량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일리노이주와 뉴저지주의 지역 전력망을 관리하는 PJM 인터커넥션은 2030년까지 10GW의 추가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켄 세일러 PJM 시스템 플래닝 담당자는 “우리와 같이 대규모 시스템에서도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충분히 빠르게 (발전소가) 신설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JM의 전력 회사들은 40GW 상당의 석탄과 가스발전소들을 순차적으로 폐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배터리 40GW 설치를 추가 승인했다. 그러나 많은 사업들이 지역주민 반대나 변압기 등 필수 장비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어 차질을 겪고 있다. 

텍사스주의 발빠른 대응은 눈길을 끈다. 비트코인 채굴과 액화천연가스 터미널 및 유전의 전기화 등으로 지난 10년간 소비량이 29% 증가했으나, 허가 절차를 간소화 해 풍력과 태양광, 배터리 사업을 다른 지역 보다 빠르게 늘렸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태양광을 신설한 주가 됐다. 한편 버지나아주의 도미니언 에너지 전력회사는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혼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맞추겠다고 제안했다.

조지아 파워는 신규 가스발전과 석유발전 3 곳의 건설 허가를 요청했으며, 석탄발전소 두 곳의 폐쇄를 연기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환경단체들은 주정부 규제 절차에서 이러한 공공 시설 계획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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