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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전기 쓰다가 제값 치를 판
전기료 원가 상승요인 눈덩이…올해만 2조5천억원 육박
정부·전력당국은 때아닌 유가하락분 분석에 전전긍긍
  [361호] 2015년 04월 06일 (월) 07:00:40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체감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주요 선진국 대비 아직 한참 저렴하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OECD와 IEA(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정용 요금수준(2013년 기준)을 100으로 봤을 때 에너지 수급사정이 우리와 유사한 일본은 239, 독일은 382 등으로 약 2~4배 높고 OECD 평균값도 172이다. 산업용의 경우 일본 189, 독일 184, 이탈리아는 무려 350에 달한다. (OECD 평균은 135)

물론 나라마다 부존 에너지와 경제·산업구조, 전력수급 여건이 제각각이므로 단순비교는 무리다. 다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전기만은 싸게 공급·사용하고,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성향이 강한 것만은 분명하다.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규정하고, 오랫동안 공급책임과 요금규제를 정부 몫으로 넘겨온 탓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원하던 값싸고 질 좋은, 거기에다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전기는 없다. 석탄은 온실가스, 원자력은 불안과 사후폐기물, LNG와 신재생은 고비용을 언제나 대가로 요구해 왔다. 그걸 제때 지불하지 않았을 뿐, 결코 싼값에 전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 최근 '미납요금 청구서'가 돼 돌아온 전력공기업의 100조원대 부채와 수면위로 드러난 각종 ‘숨은비용(hidden costs)'이 그걸 증명한다.

일단 천문학적 공기업 부채는 논외로 치더라도 당장 우리가 전기요금에 얹어 지불해야 할 환경·사회적 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걸까. 본지가 최근 에너지정책이나 세제 변화를 토대로 추산한 전기요금 원가 인상요인은 올해 2조5000여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금처럼 정부가 물가안정이나 산업경쟁력을 명분으로 소매요금을 억누르는 게 앞으로도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수준이다.

우선 정부가 앞서 2012년부터 시행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이행비용이 적잖다. RPS 이행의무를 진 발전사들에 의하면, 의무비율 2%가 부과된 제도시행 첫 해에 발생한 비용은 1470억원 안팎이었으나 목표율이 3.5%로 인상된 올해 예상비용은 8700억원을 상회한다. 현재 발전사들의 RPS 이행비용은 투자로 목표를 달성하든 과징금을 물든 간에 결국 발전원가에 얹어져 요금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는 매년 의무이행비율이 0.5%P 비율로 상승함에 따라 오는 2020년이면 이 비용이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도 발전원가 상승을 부르는 복병이다. 최대 이해당사자인 발전사들은 연료전환이나 CCS 등의 자체투자로 온실가스를 할당량 이내로 유지하거나 외부에서 배출권을 사들여야 하는데, 현재로선 최후의 수단인 발전량 축소 외에 마땅한 묘안이 없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을 요금에 최대한 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형태로 비용을 반영할 것인지, 얼마나 제반비용을 인정해 줄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아직까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석탄비중이 높은 발전사의 경우 올해부터 적잖은 배출권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뜩이나 RPS 비용이 큰 부담인데, 배출권거래제로 이중(二重) 과징금을 물 판”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기요금 원가에 추가된 정책비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조정과 소비합리화를 위해 작년 7월부터 발전용 유연탄에 kg당 17~19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됨에 따라 올해 이 부문에서만 약 1조2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또 올초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로 화력과 원자력에 부과되는 세율이 기존보다 각각 2배(화력 kWh당 0.3원, 원자력 1.0원)로 뛰어 연간 2500억원 이상의 원가부담이 늘었다.

여기에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송주법’)에 따라 송전망사업자인 한전이 기존 및 신설 송전선로나 변전소 주변지역에 지급해야 할 보상액이 올해 약 2400억원, 오는 2020년까지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고, 그나마 다른 전원의 발전원가 인상분을 상쇄하던 역할을 맡던 원자력마저 건설비와 운전유지비, 폐기물 처리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설비보강비 등이 가중되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 정부와 전력당국은 작년말 청와대 지시로 수개월째 유가 하락분에 대한 인하요인을 분석중이다. 물론 유가하락에 따른 발전원가 절감분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유가하락이 원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작년기준 유류발전량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2% 미만에 불과해 유가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해도 실질 하락요인은 미미하다는 것.

일각에선 두바이유와 3~6개월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국내 LNG 도입가격이 하락해 간접적으로 발전원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이또한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최근 국내 금리인하에 따른 환율급등 가능성과 함께 향후 중동의 지정학적 변화와 미국 셰일가스 정책 변화 시 나타날 유가의 재반등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당장 인하요인만 보고 요금을 내렸다가 그때가서 다시 요금을 올리는 건 비현실적이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는 "유가가 내려 전기료 원가 인하요인이 있다는 게 틀렸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요인이 바로 요금인하로 연결되느냐인데 그렇지 않은데다 오히려 원가를 구성하는 여러요인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핵심은 정부가 나서 요금을 이랬다 저랬다 쥐고 있는 게 근본적 문제다. 시장이 요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변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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