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중순 공고예정…물량비중 20% 넘어 관심집중
입찰방식 변경여부 주목, 농협 개별입찰 가능성도

[이투뉴스] 정유사 입장에서 '계륵'으로 평가받는 알뜰주유소의 유류공급사 선정이 이달 중순께 시작될 전망이다. 정유사에게 알뜰주유소는 2년간 안정적으로 내수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낮은 마진율은 늘 고민거리다. 특히 이번에는 입찰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7일 석유유통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와 농협경제지주(이하 농협)는 이달 중순께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기존 공급사인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계약만료일은 내달말이다.

앞서 양사는 2019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는 6차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에 선정됐다. SK에너지가 중부권(서울·경기·인천·강원·충청·대전·세종), 에쓰오일이 남부권(경상·전라·부산·대구·울산·광주)을 각각 맡았다.

다만 계약만료를 앞둔 시점에 두 정유사가 계약을 연장하는 바람에 올해까지 공급을 수행하고 있다. 연장옵션은 1회만 가능하기에 이번에는 입찰을 통해 공급사를 선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조건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계약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일반주유소 수는 줄고 있는 반면 알뜰주유소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시장점유율은 2019년 10%를 넘어섰고, 지난해는 12%에 근접했다. 주유소 숫자가 아닌 전체 유류판매량으로 보면 알뜰주유소 비중은 21%까지 치솟는다.    

실제로 계약물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연도별 계약물량(중·남부권 합산)을 보면 2014~2016년 12억리터, 2017~2018년 28억8000리터, 2019~2020년은 50억리터다.  

이보다 큰 관심사는 입찰방식이 바뀌는지다. 지난달초 관련 얘기가 처음 나왔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따로 입찰을 진행할지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곧바로 산업부는 "구체적인 제도변경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업계는 여전히 술렁이고 있다. 알뜰주유소 도입 12년동안 큰 폭의 제도개편은 한번도 없었다. 

기존 방식은 석유공사와 농협이 함께 구매하는 공동입찰 방식이다. 정유사로부터 최저가 입찰을 통해 같이 유류를 사들이고, 내부상황에 맞게 물량을 나눠 유통한다. 공동입찰이기 때문에 입찰가격도 동일하다.  

반면 개별방식은 양사가 별도로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계약가격 두 개가 나온다. 시장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입이 유력하다. 알뜰물량이 비대해지면서 "생태계를 너무 교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제도개편을 통해 반발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농협 측에서 독립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개별입찰을 통해 겨울철 등유수급을 원활하게 풀어나가겠다는 취지다. 

농협주유소는 대부분 도심이 아닌 읍·면에 있다. 농어촌지역에 위치해 일반주유소보다 농업용 면세유 판매비중이 높다. 더불어 등유 판매량도 월등하다. 국내 등유시장에서 농협이 공급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농협은 3년전 별도 대책을 마련했다. 그룹 계열사인 여수 남해화학에 탱크 4000만리터를 임차, 등유를 비축 중이다. 비수기에 등유를 비축하는 농가나 농협주유소를 대상으로는 30~50원가량 할인해서 물량을 준다. 

이러한 비용만 연간 70억~80억원. 같은 가격에 공동으로 구매하는데 자신만 추가비용을 들이고 있으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전체 물량은 농협이 훨씬 많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농협이 공급한 알뜰물량은 30억리터, 석유공사는 16억리터 안팎이다. 물량 자체도 우리가 더 많을뿐더러 등유비축을 위해 추가비용도 지출하고 있다. 입찰방식 개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입찰에 대해 업계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현재 알뜰주유소는 일부 거리제한이 있는 등 혜택만 누리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알뜰주유소끼리도 경쟁을 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업계도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농협주유소와 자영알뜰(석유공사)이 경합하고 있는 곳이 많다. 개별입찰로 바뀌면 단가적인 측면에서 서로 경쟁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반대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알뜰제도에는 물량별 할인제도가 있다. 입찰시 설정한 기준물량보다 많이 구매할 경우 추가할인이 적용된다. 즉 정유사는 석유공사와 농협에 많이 판매할수록 더 싸게 기름을 줘야 한다.    

개별입찰로 바뀌게 되면 양측의 구매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할인율 또한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결과 기름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박사는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이론적으로 보면 양쪽 다 맞는 얘기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직 단언하기 너무 이르다. 다만 정유사 입장에서 보면 입찰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