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붐으로 재고량 급증…"수출 허용해야" vs "가격상승 우려"

[이투뉴스] 미국에서 원유 재고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원유가 넘쳐나는 가운데 원유 수출금지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저유가로 수입에 직격탄을 맞은 석유산업은 원유 수출금지법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최근 미 의원들을 만나 로비 활동을 벌였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셰일 붐 이후 크게 증가했다. 석유업계는 경질유 잉여량을 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 40여년간 석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 이들의 손을 묶어놓은 상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재고량이 넘치면서 다른 나라들보다 석유를 배럴당 10달러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유 총생산량은 지난주 하루 940만 배럴에 달했다. 수출을 허가받은 일부 미 정유사들은 저유가로 대박을 맛봤다. 사상 최대량의 휘발유를 해외로 수출하면서 큰 수익을 냈다. 하지만 최소한의 정제과정을 거친 초경질유에 한해 수출을 허용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권한이 주어졌다.

이를 본 석유회사들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1973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조치로 오일쇼크를 겪은 이후 1975년 수출금지법을 마련했다. 예외적으로 캐나다에 원유를 수출하나 전체 생산량의 3%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석유생산자협회의 조지 베이커 회장은 최근 의회에서  "이 정책의 장점이 무엇이던지 원유 풍요 속에서 잉여량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HS의 전문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 금지법을 철회할 경우 수십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억달러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지령 해제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원유 수출을 허용하면 미국내 원유 가격을 상승시키고 휘발유 가격을 높여 소비자의 부담이 무거워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시티즌 에너지 프로그램이라는 소비자 단체의 타이슨 슬러컴 단체장은 "비축유 증가는 해외 석유 시장 변동성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정유사들도 금지법을 계속 시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대부분의 미 정유사들이 미국산 경질유를 처리할 시설을 짓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장비는 사우디 아라비아나 베네수엘라, 캐나다산 중질유를 처리하고 있다. 일부 정유사들은 더 많은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부족한 상태다.

미 에너지 전문지 <퓨엘픽스>는 미 의회가 수출금지법을 올해에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은 금지법 철회는 우방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관계 약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퓨엘픽스>는 '미국의 석유 수출 정책이 조만간 변동할 가능성은 낮다"며 "주요 선거가 있는 해인만큼 입법안자들은 휘발유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노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CEO는 "우리는 (금지법 철회에 대한) 관심을 끌었지만, 선거를 앞둔 만큼 법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수출법 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콘덴세이트로 알려진 초경량유 수출 문호를 열어 일부 회사들에게 허가를 내주기 시작한 만큼 법안 변동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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