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하락하는 국제유가속 동상이몽

[이투뉴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이 북미 셰일가스를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원유수요가 줄고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생산이 늘면서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OPEC 회원국들은 감산 결정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미 셰일가스 생산사들의 채산성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 원유가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OPEC은 지난 9월 원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13개월만에 가장 많은 생산량 확대를 추진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원유수요는 5년 연속 줄었다. OPEC에서 각각 1위와 3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원유가격 급락이 즉각적인 원유 감산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IEA는 밝혔다.

OPEC은 석유 공급의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증감하는 '스윙 프로듀셔'의 역할을 해왔으나 현재 원유가 하락을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IEA 석유 산업과 시장부의 앤토니 하프 부장은 "OPEC 회원국들이 저유가에서도 북미 셰일 원유 생산이 유지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북미 셰일가스 생산자들은 반응을 냉담하다. 미국 정부는 11월 셰일 원유 생산량이 최고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내 원유 공급량은 1986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프 부장은 "이는 새로운 상황"이라며 "OPEC으로부터 새로운 반응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원유 절반 이상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이달 15일 기준 2% 하락했다. 이날 4년만에 가장 낮은 배럴당 83.37달러로 ICE 선물 유럽거래소에서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6월 최고가에서 20% 이상 곤두박질쳤다.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2.2% 하락한 80.01달러로 마감하며 2년만에 가장 저렴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시아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쿠웨이트의 석유부 장관은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가격을 회복시킬 여지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이란은 아시아에서 원유 구매자들에게 2009년 이후 가장 큰 할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IHS사의 제이미 웹스터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지켜만 보는게 그들 이익에 맞을 것"이라며 "셰일가스의 손익분기점에 대한 토론이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이를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IEA는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의 4% 정도만이 원유가격이 80달러 이상이어야 수익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반면 캐나다산 합성 원유사업들은 고유가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약 4분의 1이 유가 80달러 이상이 유지되어야 이윤을 남길 수 있다.

프랙킹 기술은 미국 원유 생산량을 지난 5년간 65% 증가시켰다. 셰일 원유 생산으로 원유 수입은 2005년 이후 수입량 최대치에서 하루 310만 배럴 이상 줄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노스 다코타 주와 텍사스 주, 콜로라도 주의 셰일 유전에서 유정당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추사들은 2012년 대비 배럴당 30달러 정도 비용을 낮추는 등 채산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모건 스탠리가 분석했다.

글로벌 데이터사의 매튜 주레키 석유·가스 연구부장은 "현재 유가는 셰일사업을 위협할 정도로 충분히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자들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져도 경제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다고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보나 톤하우겐 분석가는 말했다. 그는 북미 셰일 생산량이 하루 50만배럴 가량 줄어들게 하려면 브렌트유는 12개월간 배럴당 50달러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건 스탠리는 이글 포드 셰일 유전에서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30달러에서 60달러까지 다양하다고 추산했다. 골드만 삭스그룹은 생산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던 셰일 시추 사업들을 축소하는데 원유가가 충분히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WTI가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노스 다코타 주에서 시추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제프 커리 연구원은 주장했다. 2012년 이 지역에서 유가가 90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때 생산량이 줄어든 바 있다.

M&A 고문사인 제퍼리 LLC는 WTI가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셰일 생산량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원유 소비는 올해 하루 65만 배럴이 확대된 9270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며 지난 6월 예상한 성장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IEA는 밝혔다.

OPEC은 지난 9월 생산량을 늘렸고 하루 3047만 배럴을 생산해 2013년 8월 이래 가장 많은 양을 생산했다. OPEC 지난달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 사우디는 올해 말까지 공급량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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