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항공, 천연가스 항공유 전환시설 최초 구비
"자국 천연자원 소비 차원" 시각도

카타르 항공의 보잉-777 여객기

[이투뉴스] 일부 항공사가 비행기 연료를 천연가스로 사용할 조짐이다. 카타르항공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항공유 주유시설을 갖춘 공항을 조만간 개장할 계획이다.

카타르는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적은 원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천연가스 저장량 만큼은 방대하다. 그러나 가스는 소비처로 운반하는 게 어려워 석유보다 효용이 떨어진다.

이에 로얄 더치셸은 카타르에 180억달러를 투자해 가스를 액체 연료로 바꾸는 공장을 지었다.

이 공장에서는 천연가스로부터 항공유를 생산해 카타르항공에 공급하고 있다. 카타르항공은 2009년 이 항공유로 첫 비행을 하기도 했다. 

카타르항공의 아크바 알 베이커 최고경영자는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에 방문해 천연가스 항공유가 석유로 제조한 것보다 환경적 영향이 더 적다고 주장했다.

천연가스 항공유는 황을 함유하고 있지 않아 연소 시 이산화황을 내뿜지 않기 때문이다.

이산화황은 저고도에서 배출될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하다. 반대로 고도가 높은 곳에서 이산화황은 태양 광선을 우주로 반사시켜 이론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가스 항공유는 석유로 만든 항공유보다 무게 당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 더 적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연료가 더 가볍고 연료 경제성이 좋다고 알 베이커 경영자는 강조했다.

카타르항공은 롤스로이스 엔진을 장착한 4대 항공기, GE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 110대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롤스로이스로부터 천연가스 항공유 사용을 승인 받았으나 GE의 정식 승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고 알 베이커 경영자는 밝혔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영국 공군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승인이 더 빨랐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공군은 남아프리카에서 생산된 합성연료의 이용을 초기 연구한 바 있다.

GE 측의 릭 케네디 대변인은 GE가 이미 천연가스 항공유 사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연가스 항공유가 이산화황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엔진의 유지 관리가 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관련 배출 문제에 대해 GE는 천연가스 항공유의 어떤 이점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은 천연가스 항공유가 전통 화석연료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보잉의 테란스 스캇 대변인은 천연가스에서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집약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항공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한 연료가 되는데 있어 장애가 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카타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저장고"라며 "그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추구한 것 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타르항공은 유럽연합의 이산화탄소 배출세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유럽 지역에 취항하는 항공기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알 베이커 경영자는 카타르가 일부 석유 발전소들을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으로 교체해 탄소 크레딧을 받아 항공사에 할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탄소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미국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카타르 이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석탄에서 액화연료를 만들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동안 무역제재에 부딪혀 석유를 수입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 방안을 고안해냈다.

남아공은 지금도 경제성이 좋아 석탄에서 디젤과 항공유를 만들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액체를 얻는 방법은 비슷하다. 첫 단계로 탄화수소 연료를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이뤄진 가스로 변환시킨다. 거기서부터 화학적 과정을 거쳐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수소와 탄소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남아공에서 환경론자들은 석탄액화연료를 만드는 공정에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이 연료가 보통 석유보다 더 많은 탄소발자국을 낸다며 비판하고 있다. 캐나다의 오일샌드를 반대하는 미국 환경론자들의 입장과 같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셰일가스 붐 이후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기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옥스포드 캐틀리스트 그룹은 천연가스를 이용해 디젤과 휘발유, 항공유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향후 2년 내에 천연가스 연료를 석유 제품보다 더 저렴하고 쉽게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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