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세종 한국해양연구원 심해·해저자원연구부 선임연구원]
동해, 전세계서 가장 빠르게 산성화 돼 대책시급
해양생태계 교란 위험수위, 멸종 동식물 나올수도

 

[이투뉴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바다가 산성화돼 바닷속 생태계 구조와 수산 자원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주세종 한국해양연구원 심해·해저자원연구부 선임연구원<사진>은 '해양 산성화'를 한 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국내 '해양 산성화' 연구의 총괄을 맡고 있다.

'해양 산성화'란 대기중에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유입돼 바다의 pH 농도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산화탄소가 바닷물과 반응하면 수소가 증가하고, 증가한 수소는 탄산으로 변해 바다가 급격히 산성화된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바다가 흡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발전소나 제철소, 자동차 등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77억톤 가운데 23억톤을 바다가 흡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완화시킨다.

해양 산성화가 조개나 갑각류의 껍데기와 골격 형성을 방해하고 일부 해양생물의 발육과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며, 산호의 분포 해역이 축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주 선임연구원은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1차적으로 지구 온난화 효과는 줄였다. 하지만 해양 산성화가 진행되면서 100년 뒤에는 패류나 갑각류 등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굴 양식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양 산성화 탓에 해양 생물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양 생물들이 해양 산성화에 적응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바다의 pH가 낮아지면서 굴 껍데기가 더 두꺼워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생물에 방어본능이 있기 때문인데, 조개 껍데기가 두꺼워진 대신 속살은 더 작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해양 산성화가 진행되면 어떤 식으로든 해양 생물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직접적으로는 생물의 성장과 생식에, 간접적으로는 서식지와 질병 유발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멸종하는 종도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해양 산성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해양 산성화' 관련법을 신설했다. 한국도 최근 동해가 전 세계 바다 평균보다 2배나 빠르게 산성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해양 산성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연구원은 현재 바닷물에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각각 다르게 주입해 산성화 정도와 생물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주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더 정확한 해양 산성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내년께 '해양 산성화' 로드맵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해양 산성화'의 발생 과정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