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SW탑재한 PMS·EMS와 HVAC까지 수직계열화
까다로운 일본시장 진출해 올해 MW급만 53기 수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 '세계 ESS시장 테슬라' 될 터"

충북 음성군 다츠에너지 음성1공장에서 일본 수출을 앞둔 ESS가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다츠에너지 음성1공장에서 일본 수출을 앞둔 ESS가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PCS(전력변환기)용량기준 10피트가 1MW, 20피트가 3.2MW입니다. 피크부하저감부터 주파수제어(FR), 재생에너지 출력조절까지 ESS를 활용한 모든 운전방식을 지원합니다. 자체 특허를 보유한 PMS와 EMS, 염해 대응까지 가능한 HVAC(공조시스템)를 수직계열화 한 유일한 기업이고요.”

지난달 중순 충북 음성군 대소면 한삼로 91번길 다츠에너지(dots energy) 음성1공장. ‘Pioneering the clean Tomorrow’라고 인쇄된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ESS 컨테이너 2기가 초도 수출을 앞두고 막바지 조립작업이 한창이다. 일본 P사가 RE100 대응용으로 현지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해 의뢰한 설비다.

내·외부 화재에도 문제가 없도록 15cm 두께 문짝을 달았다. 완성품 기준으로 10피트는 7톤, 20피트는 9톤 가량 무게가 나간다. 이날 1공장 생산라인에서 조립·시험 중인 ESS(PCS)는 모두 7MW. 올해 일본에 납품하는 물량은 53기, 110억원 어치에 달한다.

김우현 다츠에너지 사업개발 이사는 “ESS에 있어 배터리는 수동적인 존재다. 스마트한 운용소프트웨어와 예측기반기술로 무장한 PMS·EMS가 복잡다단한 명령을 내릴 때 PCS가 능동적으로 반응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일본처럼 눈높이가 높은 시장서 우리 기술력을 인정한만큼 북미와 유럽시장 진출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잇단 화재사고로 국내 ESS산업이 고사위기로 내몰렸을 때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다츠에너지가 ESS 전문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북미에 국내기업 최초로 FR용 ESS를 수출했고, 현지 넷제로호텔과 대형 전력회사에 다용도 ESS솔루션을 납품했다. 현재는 ESS 전용소방설비와 HVAC, 모듈형 PCS, PMS·EMS 플랫폼 등을 수직계열화 해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MW급 솔루션을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5000여평 규모 음성공장은 제품생산은 물론 10MW까지 부하를 걸어 제품을 시운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모두 갖췄다. 항공기 격납고를 닮은 제품 상·하차 공간까지 완비했다. 매출의 7%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2년 만에 관련 기술특허 6건을 추가 출원했다. 올해는 일본에 이어 대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 김용철 ESS솔루션사업부장(상무이사)이 음성공장 내부에 마련된 투명보드 사무실에서 엔지니어들과 제품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 김용철 ESS솔루션사업부장(상무이사)이 음성공장 내부에 마련된 투명보드 사무실에서 엔지니어들과 제품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다츠에너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목표를 낮추는 정책을 펴고 있는 동안 해외 선진국들은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그 변동성을 ESS로 완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ESS를 이용한 도매거래시장과 용량시장, 수급조절시장 등 3개 시장을 동시에 개설해 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차세대 재생에너지 육성과 새로운 전력시스템 구성’을 기치로 내건 일명 '에너지공급강인화법'(2020)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다양한 ESS 신기술 도입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다츠에너지는 유수 글로벌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이 시장에서 기술력 하나로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올해 문을 여는 SMP차액거래시장을 비롯해 예비력시장과 용량시장을 자사 솔루션과 플랫폼만으로 커버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력중개사업자들이 주축이 되는 장기탈탄소옥션시장의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ESS의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 설계·구축하고 다양한 해외시장서 시스템을 관리·운영한 경험이 핵심 자산이다.

김 이사는 “일본시장은 전압유지 등 세세한 측면까지 까탈스럽게 조건을 내거는데, PMS와 EMS, PCS가 제각각이면 그런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면서 “PCS만 구축하는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관건은 차별화된 자체 운영솔루션 보유 여부로, 우린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즉각적인 고장 예방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기업 경쟁력과 전력시장은 성장판이 닫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년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중국 등 국내기업이 상대해야 할 경쟁사들의 기술과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리튬이온배터리 선두 3사를 보유했다고 초격차 운운할 때가 아니다. 전력저장시장은 이미 LFP(리튬인산철)로 재편되고 있고, 한전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전력시장은 창의적인 기업들이 들어설 틈 없이 나날이 도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을 먼저 만들고, 그 안에서 기업끼리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본과 접근 자체가 다르다. 한국은 시장이 없어 ESS 용도가 제한돼 있는데다 최근 PMS 교체주기가 도래했음에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수많은 ESS가 단순 충·방전을 수행하는 기기로 남은 수명을 보내야할 처지다.   

다츠에너지 음성공장 전경
다츠에너지 음성공장 전경

다츠에너지의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ESS시장에서 테슬라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테슬라는 단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니라 자율주행차 기술기업을 말한다. ESS 솔루션 공급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2022년 40억원으로 출발한 매출은 올해 최소 17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용철 ESS솔루션사업부장(상무이사)은 “우리가 생각하고 확신해 온 미래를 지난 2년의 시간으로 증명해 보였다. 국내시장이 열리길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탈탄소시대를 준비해 온 덕분"이라며 "ESS시장의 테슬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음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