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시험평가인증센터 현장을 가다
“수소지게차는 충전 3분이면 ‘OK’, 수요처 확보 서둘러야”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시험평가인증센터 내 건설기계 수소충전소.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시험평가인증센터 내 건설기계 수소충전소.

[이투뉴스]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시험평가인증센터는 지게차, 굴착기는 물론 다양한 수소건설기계를 실증하고 있습니다. 거주단지와 먼 곳에 위치해 있어 안전을 검증하기 적합합니다.”

웅포면사무소 정류장에서 내려 흐르는 금강 옆 시골길을 걷다보면 군산 건설기계연구원시험평가인증센터가 나온다. 주변을 통행하는 차량이 적어 금강 바람을 만끽하기 좋다. 군산시와 익산시 경계쯤에 위치한 시험평가인증센터에선 아침부터 수소지게차를 비롯한 건설기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험평가인증센터에선 2021년 4월부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수소지게차를 포함한 건설기계 실증을 하고 있다. 실증기간은 지난해 12월까지 이뤄졌다. 이와 함께 이를 충전하기 위한 패키지형 수소충전소(기존 수소충전소 8분의 1 규모)도 함께 실증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수소건설기계 연구가 진행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물류 인프라의 급격한 성장으로 지게차 수요가 증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EU)은 이미 우리보다 먼저 진척되고 있다. 미국은 30여개 사업장에서 5만대 이상의 수소지게차가 운행 중이며, 500대가 운영 중인 일본은 2030년까지 1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EU도 200대 이상 실증 및 경제성 분석을 완료했다.

국내에선 데이터 확보와 기반 마련을 위해 고려아연, 서울대학교, 조선대학교,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단순 수소건설기계 실증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과 부품 분석, 신뢰성 및 경제성 분석, 수용성과 보급 제반 마련을 위한 활동 중이다.

고려아연은 수소지게차 운영과 운영 기반 구축을 마련한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은 과제 운영을 담당하고 데이터를 관리한다. 서울대와 조선대는 신뢰성 지표 개발과 경제성을 분석, 해석하고 있다. H2KOREA는 수소건설기계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사업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시험평가인증센터에 구축된 패키지형 수소충전소에는 현대로템의 수소충전 디스펜서, 창신화학의 저장용기, 한국유수압의 압축기 등 여러 기업의 제품이 쓰이고 있다.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판단 하에 충전소 옆에 제어실과 제어실에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이동식 발전기도 설치했다. 

일반 수소충전소처럼 하루에 많은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제어실에 상시 인원이 상주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충전 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또 안전관리 자격을 갖춘 인원에 한해서만 충전을 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과제지만 셀프충전은 별개 샌드박스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정을 지키고 있다. 

기존 수소충전소가 두 차례에 거쳐 압력을 높인 뒤 700bar로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과 다르게 한 차례만 압력을 높여 350bar로 연료를 충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요 부지를 줄이는 등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350bar로 충전하게 되면 한 번 충전할 때 상대적으로 소량을 채울 수 있지만 사용량이 많지 않아 1회 충전만으로도 하루 운전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충전소에 보급돼 있는 것과 같은 디스펜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승용차(넥쏘)도 충전할 수 있다. 

연료공급은 서산에서 받고 있다. 충전양이 많지않다보니 공급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으나 공급받는 가격 문제는 일반 수소충전소와 마찬가지다. 수소충전소가 연료를 낮은 가격에 공급받으려면 인근 생산단지서 받거나, 한 번 공급받을 때 대량으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 

실증 중인 건설기계에 탑재된 연료전지 파워팩은 현대모비스의 제품을 쓰고 있다. 실증단계에선 현대모비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나, 추후 가격과 효율측면을 고려해 입찰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에 연료전지업계서도 수소건설기계 연구과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소건설기계에 대한 전망 자체는 그리 밝지않다. 국내 수요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입증하더라도 현 규제로는 기업이 내연기관에서 수소로 전환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소건설기계가 아닌 장기간 충전해야하는 전기배터리건설기계가 주를 이루게 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게차의 경우 하루 8시간을 운전하려면 배터리지게차는 8시간, 수소지게차는 3분을 충전해야 한다. 충전효율성만 놓고 보면 수소지게차의 강점이 부각돼 해외시장에선 이미 수소지게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희수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실장은 지게차, 굴착기 등 건설기계와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연구과제 자체는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으나,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용화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희수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실장이 수소지게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수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실장이 수소지게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수 실장은 “일반 R&D와 다르게 수소건설기계는 상용화 직전이기 때문에 규정이 중요하다. 수소법이 만들어지면서 빠르게 개발될 줄 알았으나 오히려 그에 따른 규제가 너무 많다. 뿐만 아니라 건설기계관리법의 규정도 통과해야 한다. 산업부의 수소법과 국토부의 건설기계관리법 두 가지 법을 모두 통과하려면 신경써야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수소건설기계는 신산업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개선돼야 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미 약 30%의 미국 물류창고의 물건을 수소지게차가 운반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수소로 성공적 전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미국에선 이미 물류창고 내에 소형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를통해 굳이 먼 거리를 오가지않아도 충전이 가능하다. 미국은 단순히 규제만 풀어준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미국은 연료전지뿐 아니라 수소생산, 충전에도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수소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건물 내에 충전소를 지을 수 없다.

실증을 하고 있는 건설기계부품연구원시험평가인증센터조차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나서야 패키지형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현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수소건설기계가 상용화가 된다해도 국내 물류업체가 전환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인력, 시간, 비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결국 실증 이후 상용화까지 이뤄지려면 규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산업부의 수소법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국토부의 건설기계법이 껴있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에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기준도 넘어야 한다. 건설기계가 가스안전공사의 규제를 지키는건 신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어려운 현재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증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로 수출활성화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군산 나포면 건설기계부품연구원종합시험센터.
군산 나포면 건설기계부품연구원종합시험센터.

<군산=유정근 기자 geu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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