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성균관대 교수, 2023 석유콘퍼런스서 발제
미국은 인센티브, 유럽은 의무화 정책으로 유인책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김재훈 성균관대 교수.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김재훈 성균관대 교수.

[이투뉴스] "항공기 연료는 전기나 수소로 대체하기 어렵다. 바이오항공유 등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한 항공유)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AF가 '연료무기화' 될 수 있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석유협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석유관리원이 주관해 18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 석유콘퍼런스' 주제발표에서 SAF 시장이 빠르게 개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SAF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말한다. 흔히 SAF를 바이오항공유와 혼동한다. 현재 SAF 중 유일하게 상용화된 것이 바이오항공유뿐이고, 재생합성연료(Electricity-based Fuel, e-fuel)도 있다.

재생합성연료는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합성해 만든 연료다. 아직 경제성이 없어 논의에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항공유 대비 6~8배가량 더 비싸다. 바이오항공유 가격은 3배 정도다.

때문에 유럽 정유사들은 바이오항공유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는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연료를 혼합한 것을 말한다. <관련 기사 2023. 05. 15. [탐방] 식물성오일로 수송용·발전용 연료 생산>

현재 세계 SAF 시장은 핀란드 네스테사(社)가 주도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제기구 및 선진국들은 SAF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항공기 연료는 고에너지 밀도 등의 이유로 탈탄소화가 어렵다.

그는 "단거리 비행의 경우 전기화·수소화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는 불가능하다. SAF가 넷제로 2050 달성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국이 SAF 보급에 적극적이지만 유인책은 상이하다.  교수는 "미국은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 유럽은 의무화를 통해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 발표를 통해 SAF 인센티브를 늘렸다. SAF 사용·판매하는 기업이 탄소배출을 50% 줄이면 1갤런당 1.25달러 세액공제를 받고, 여기에 1% 추가 감소 시 0.01달러씩 혜택이 더해진다. 

유럽연합은 SAF를 아예 의무화했다.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 2%를 반드시 혼합해야 하며, 그 비율은 2050년 70%로 확대된다. 일본도 올 5월 의무화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0%를 섞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SAF 활성화를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바이오항공유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석유대체연료로 규정하고 있는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바이오가스·바이오에탄올 등 4개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석유사업법을 개정 중이지만, 석유정제업 범위를 '친환경 정제 원료를 혼합한 것'으로 확장시킨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 교수는 "SAF는 항공분야에서 최적의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공급원료 확보가 주요 사안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바이오연료 확대를 위한 정책 시그널과 소비자 인식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철현 HD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 상무는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이 살짝 떨어지긴 하나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다만 정확한 수요예측이 어려워 기업 입장에선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 투자비용이 굉장히 크다는 것도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은 "경제성에 있어 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다. 최소화하는게 관건이다. 원료확보를 위해 빨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임의순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은 "친환경연료는 가격인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는 신재생연료 혼합의무제도(RFS)에 의해 바이오디젤 3.5%가 섞인 것이고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는 잘 모른다. SAF도 마찬가지다. 가격상승에 대한 소비자 의식수준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서 '국내외 석유산업의 친환경 연료 분야 진출 현황'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상병인 한양대 교수(좌장), 김철현 HD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 임의순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 정영광 에쓰오일 신사업부문장, 정경희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
콘퍼런스에서 '국내외 석유산업의 친환경 연료 분야 진출 현황'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상병인 한양대 교수(좌장), 김철현 HD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 임의순 석유관리원 미래기술연구소장, 정영광 에쓰오일 신사업부문장, 정경희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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