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3D시대'라고 했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업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목받는 전자(Digital), 생명공학(DNA), 디자인(Design) 등을 일컫는 말이다.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명언을 남긴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은 기능주의 이론에서 "기능에 충실했을 때의 형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주창하고 있다. 기능도 곧 디자인이 좌우한다는 금과옥조다.

 

에너지 역시 디자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미려한 유선형 일수록 자동차가 연비가 좋고, 해바라기처럼 우뚝 선 추적식 태양광발전기가 효율이 훨씬 높다. 남향 벽면을 넓게 디자인 한 주택이 난방에너지를 절약하기 마련이다. 

 

2003년부터 일본 NEDO는 "앞으로 3E(Economy, Energy, Environment)를 모두 만족시키는 환경친화형 에너지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도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당한 말이지만 신재생에너지가 확대일로에 있는 우리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화석에너지에 비해 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심각한 지구온난화에 직면한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만 줄일 수 있다면 그보다 '환경적'인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가 앞서 언급한 '3D'와 '3E'를 충족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즉답이 애매해진다. 특히 갈수록 심미적 경관이 중요한 환경자산으로 평가되는 미래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환경부가 자연경관심의법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태양광주택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전원마을을 다녀온 한 학자는 "(마을이) 에너지는 얻고, 풍경은 잃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평화로운 전원마을의 지붕마다 각을 세우고 자리잡은 태양광 집광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년 대관령 목장을 필수 여행코스로 잡고 있는 친구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뒤로 예전의 목장 풍경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서운해 했다. 얻는것 만큼 잃는 것이 있었다는 얘기들이다.

 

요즘 신재생에너지계의 화두는 '효율'이다. 힘(力)을 쓸 때 효율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을까 싶다. 이제 에너지도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너무 이른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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