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미혼 동기끼리 다짐합니다. 무조건 지방 이전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 만약 그때까지 못하면 경기도 용인시에는 살아야 한다고요. 그냥 원주 내려 갔다간 처녀귀신 될지도 몰라요", "요즘 우리 기관 여직원들이 인기가 최곱니다. 모두가 선호하는 공기관인데, 지방이전을 안해요"

출입처 직원들과 대화할 때 지방이전이 화두에 오른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그들'을 안타까워 하고, 우스갯소리에는 함께 웃었으며, 때로는 오지랖 넓게 그들의 결혼 걱정을 함께했다. 그 자리에서 분명 기자는 제 3자 였다.

그러나 신년특집호 작업은 그게 아님을 몸으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년특집호 기획기사로 본지는 '공기업 지방시대'를 다뤘다. 기자들은 각각 자신이 맡은 분야의 어느 기관이 어디로, 언제 이전하고, 어떤 특장점을 갖고 있는지를 취재했다. 마감이 다가오는 어느날 편집회의에서 기자들 간 대화를 통해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원도 가면 맛집 많겠다" "선배가 더 좋지요. 맛집은 전라도가 최고죠"
"전라도만이 아니다. 한전 자회사가 전국에 고루 퍼지고,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상북도 경주다. 전국에 쫙 퍼졌다"
"저도 석유공사는 울산이에요..."

석유·자원분야를 담당하는 기자와 전력담당 기자 간 대화다. 기자는 출입처가 강원도 원주와 경상남도 울산으로 내려간다. 석탄공사·광해관리공단·광물자원공사는 원주로, 석유공사는 울산이다.

반면 전력을 담당하는 기자는 전라남도에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자리했다. 원자력환경공단과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한국전력기술은 김천으로 내려간다. 여기에 발전자회사들은 말그대로 전국 팔도로 흝어진다. 남부발전은 부산, 동서발전은 울산, 남동발전은 진주, 서부발전은 태안, 중부발전은 보령이다.

신년특집호의 마지막 기사를 보내면서 '그들'은 이제 '우리'가 됐다. 한치 앞도 못보고 속편하게 웃으며, 오지랖 넓게 그들을 걱정했던 스스로가 가벼워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 신년특집호로 다룬 '공기업 지방시대' 기획기사는 올해부터 기자들이 열심히 달려가야 할 곳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마음을 다잡고, 신발끈을 고쳐맸다.

이제 전국이 일일 생활권시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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