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금융위원회가 5대 국책금융기관과 힘을 모아 2030년까지 기후위기 대응에 42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산업은행 및 5대 시중은행이 함께 9조원의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해 재생에너지설비 증설을 돕는다. 이밖에 기후기술펀드(3조원), 혁신성장펀드(5조원), 성장사다리펀드(1조원) 등 기후기술 육성에 9조원 투자하겠다고 약속도 나왔다. 

심지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로운 방식의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부-정책금융기관-은행이 협업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에너지펀드 출자를 결정한 은행장에 대한 감사 표시와 함께 대책을 만든 실무진에 대한 성과평가까지 당부했다.

환경부도 ‘저탄소 체계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투자 확대방안’을 발표했지만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발표를 되풀이하는 데 머물렀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범위를 여신, 공시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과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등의 대책이 늘상 듣던 레퍼토리라는 평가다. 

기후·환경·에너지 분야와 익숙하지 않은 금융위원회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녹색자금 투자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동안 제때 구하기 어려웠던 녹색자금 조달이 앞으로는 좀 더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글로벌 탄소규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에 한몫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비롯해 RE100 가입 압박, 플라스틱 규제 확대 등 글로벌 탄소규제를 감안하면 저탄소 녹색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음모론도 나온다. 뜬금없는 이번 발표는 눈앞에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을 고려한 득표전략의 하나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던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도전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특히 죽어가던 원전을 되살리는 데 집중한 채 사실상 신재생을 내동댕이치던 정부가 갑자기 9조원의 펀드를 설립해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잖다. 

물론 설득력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만 탓하기에는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너무 갈지자를 걸어왔다. 계획과 약속은 언제든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공수표만 남발한 후 나몰라라 했던 사례가 너무 많다 보니 의심병이 번진다. 더 이상 공약(空約)이 아닌 실천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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