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 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8)가 우여곡절 끝에 최근 폐막됐다. 결렬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팽배했지만 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기간은 오는 2020년까지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에 온실가스 배출 상위 5개국인 중국과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이 빠지는 바람에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38개국이 2020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최대 20%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는 전세계에서 내뿜는 온실가스의 15% 수준이다.

그나마 ‘제2기 교토의정서 체제’는 의회의 비준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행정부 차원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1기 체제와는 강도가 많이 떨어졌다. 더욱이 1기 교토의정서 체제를 만들었던 회의 개최국이었던 일본이 2기에는 법적인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며 교토체제에서 이탈했다. 일본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자력발전을 중단해야할 상황으로 화석연료에 의한 발전비중이 늘어나는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여기에 캐나다, 러시아, 뉴질랜드도 이탈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그런대로 의미를 부여할만한 것은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개도국들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논의하는 새로운 제도를 내년까지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 유엔의 공식문서에 ‘손실과 피해’ 규정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며 만약 선진국의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개도국들이 법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송도에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 운영을 위한 기금 조성 문제도 시원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개도국들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600억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과 아울러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지원규모를 못박을 수 없다고 버텼다. 이 때문에 기금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GCF의 본격적인 운영도 1년가량 미뤄졌다.

도하 총회가 이렇다 할 성과를 확실하게 내지 못하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예상 배출량)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놓고 산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선진국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온실가스 감축에 나섬으로써 원가가 늘어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지구온난화에 진보적인 주들이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우리의 주력 수출대상국인 유럽도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능동적인 점을 감안하면 언제까지나 다른 나라 눈치를 보며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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