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진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청정수소 PD
운송측면에선 기존 수입시설 갖춘 암모니아 대세
상용차기술 中대비 뛰어나 높은 국산화시장 형성

박진남 에너지기술평가원 PD가 인터뷰 후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박진남 에너지기술평가원 PD가 인터뷰 후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이투뉴스] “원전을 기저발전원으로 추가 가동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을 출력제어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의 고정적 사용처를 확보해야 한다.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수소경제 확대로 다른에너지원을 수소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원전을 수소생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만난 박진남 청정수소PD는 국내 에너지시장에서 원전이 확대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원전업계와 재생에너지업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수전해를 꼽았다.

생산단가 저감과 전력망 안정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는 원전과 에너지전환의 핵심인 재생에너지가 양립하기 위해 새로운 활용처가 필수라는 의미다.

다만 원전수소를 활용하기 위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원전수소를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수소로 활용하면 재생에너지발전 출력제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속 제기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업계 현안도 해결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가경쟁력 확보 위해 CF100 필요
박PD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CF100(Carbon Free 100%)과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현재 업계에선 CF100이 RE100 달성을 더디게 할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CF100은 원전의 비중이 커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원전으로 만든 수소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CF100과 RE100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과 스페인 등은 CF100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일본, 프랑스 등 친원전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는 CF100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정부도 RE100으로 가는 길목에 CF100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CF100이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소모빌리티 목표대비 부진하나 글로벌 선도 중
2019년 정부는 지난해까지 수소모빌리티 8만1000대 보급, 충전소 310개소 구축 목표를 세웠으나 차량은 3만대, 충전소는 200개소를 넘은 수준이다. 

박 PD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수소산업이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국제 선도국 위치를 달성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경제가 초기 목표를 높게 잡아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모빌리티를 보급한 국가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수소인프라(모빌리티, 충전소) 활성화를 시장에 맡기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굳이 무리하게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접근에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보급을 위해 힘쓴 결과 모빌리티 보급 1위, 충전소 구축 2위를 달성했다. 그는 중국이 상용차(버스, 트럭)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 하에 충전소 구축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단순한 구축 수치에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충전소에 보급된 충전기가 중국 충전소에 들어선 충전기보다 더 상위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수소충전기는 700bar로 중국 충전소에 보급된 350bar 충전기보다 몇 단계 윗수준이다. 단순히 양만 볼 것이 아니라 질적인 면을 함께 고려한다면 우리나라가 N0.1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지속되고 있는 충전소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차량 보급이 조속히 활성화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충전소 1개가 200대가 채 되지 않는 차량을 담당하고 있는 수준인데 이 정도 판매량으로는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 해결책으로 상용차 시장 활성화가 제시되고 있으나 승용차 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장거리주행, 충전속도 등에서 전기차대비 강점을 가지고 있는 상용차가 수소모빌리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수소모빌리티산업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흔히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되면 중국산 저가제품이 들어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소상용차는 국산화율이 높을 뿐더러 현대자동차가 선제적인 투자로 좋은 기술력을 확보했기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자체적으로 스택을 만든다해도 그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중국산에 시장이 잠식될 걱정을 전혀 하지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승용차 또한 시장 활성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승용차는 아직 충전 인프라를 전기차대비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서 밀리고 있지만 충분히 활성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필연적이고 장거리 주행이 잦은 경우 수소차가 그 답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원제철·시멘트 등 산업용 활용은 정부 지원 필수
그는 수소를 산업용까지 확대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수소는 모빌리티, 연료전지발전 등에서 쓰이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에 투자하면 산업용(수소환원제철, 시멘트산업 등)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진다.

그러나 기업만의 투자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1차 목표로 하기에 협조 역할을 하려하지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기업도 수소활용 범위 확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어 그는 올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에 힘입어 발전시장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발전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기존 연료전지, 화력발전사 위주의 시장이나, 설비까지 시각을 확대하면 중견·중소기업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중견·중소기업의 참여는 신시장(일자리)창출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CHPS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고, 막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소요되므로 신중하게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운송시장 암모니아가 시장 점유 우세
그는 현재 수소운송시장이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고 짚었다. 해외에서 수소를 국내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 중이다. 특히 암모니아는 이미 국제 수출입시장이 형성돼 있어 가장 빠르게 활성화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암모니아 생산량이 0인 국가로 이미 수출 수입 항만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시장활성화를 위해 해야할 일은 암모니아를 어디서 가져오는 것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모니아 가격은 수소생산 비용과 직결된다. 암모니아를 싸게 들여오기 위해선 수소를 싸게 만들 수 있는 곳을 찾아야한다. 

반면 액화수소는 인프라가 없어 추진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수입·수출항만을 구축하기 위해선 하나의 기업 혹은 국가가 아닌 여러 국가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암모니아보다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해 미래기술로 봐야한다.

그는 암모니아와 액화수소 이외에도 LOHC, 메탄올, DME 등이 에너지캐리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나의 가능성일 뿐 단기적으로 주축은 암모니아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소경제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견해를 내놨다. 그는 수소는 무조건 빨리하고 싶다고 무리하는 것이 아닌 흐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 단기에 쏠린 투자보다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하고 싶다고 해도 세계 흐름이 따라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수소다. 세계시장 흐름에 융화돼 선도국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근 기자 geu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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