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권취득 3년→탐사·평가 5년→개발5년 소요
탐사비 35% 1억1500만달러를 성공불융자로

[이투뉴스] 2000년 탐사를 시작해 2013년에야 생산 및 판매에 돌입한 해외자원 프로젝트가 있다. 그 사이 정권은 세 번이나 달라졌고 심지어 회사 주인도 바꿨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숱한 고비를 넘기며 기어이 영업이익의 대부분(90%)을 차지하는 알짜사업이 됐다. 포스코대우 미얀마 가스전 이야기다.

▲ 가로 98.1m, 세로 56.0m, 높이 94.2m로 5층 구조로 설계됐다. 무게만 2만6000톤에 달한다.

◆ 여러번의 고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업

▲ 현재 생산중인 미얀마 가스전은 a-1, a-3 광구.

현재 포스코대우는 미얀마 북서부 해양 A-1, A-3 광구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곳은 한국기업이 발견한 최대 규모의 가스전으로 매장량은 약 4조 입방피트,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배럴에 맞먹는다. 현재는 하루 평균 5억 입방피트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바로 옆 AD-7 광구에서도 대규모 추가 가스층을 발견해 추가로 시추공을 뚫고 있다. 올 3월 방글라데시 DS-12 광구에서도 생산물분배계약을 체결해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미얀마 인근 바다는 기회의 땅이 됐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1970년대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석유기업들은 미얀마 서부해역에서 탐사를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이후 이 곳은 유망성이 없는 지역으로 알려져 20년 이상 방치됐다가 포스코대우에 의해 새롭게 조명 받았다.

좌초될 만한 위기의 순간도 분명 있었다. 과거 대우시절 부도로 회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했을 때도 가스전 탐사는 묵묵히 진행됐다. 2015년 모기업 포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하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결국에는 버텨냈다.

당시 전병일 전 포스코대우 사장이 해임을 무릅쓰고 가스전을 지켜냈다는 게 임직원들의 회고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10년 넘게 투자한 가스전이 이제 막 상업화에 돌입했는데, 매각은 말이 안 됐다"고 말했다.

◆ 미얀마 가스전은 성공불융자 대표 성공사례
미얀마 가스전은 전체 19억3000만달러(한화 2조3000억원)가 투자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다 보니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데, 전체 탐사비 3억2600만달러 중 1억1500만달러를 성공불융자로 조달했다. 이는 융자기여율 35%에 해당한다.

성공불융자 사업은 성공확률이 10~15% 밖에 되지 않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기업의 위험을 분담해주는 제도다. 탐사-개발-생산 3단계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가장 성공률이 낮은 탐사단계 자금을 지원해주고, 사업이 실패할 경우 심의를 거쳐 융자금을 감면해준다.

반대로 성공할 경우에는 원리금은 물론 특별부담금(석유는 수익금의 20%, 광물은 4%)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포스코대우는 미얀마가스전 성공불융자 자금으로 1억1530만달러를 지원받았는데, 가스전 상업화에 성공했으니 특별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거의 원금과 맞먹는 금액이다.

포스코대우는 이자 2640만달러를 포함, 전체 2억5600만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이번달까지 누적 원리금 상환액은 약 6860만달러로 2022년 상환 완료 예정이며, 특별부담금은 내년부터 2035년까지 18년에 걸쳐 납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포스코대우는 올 1분기에도 AD-7 광구 시추 사업에 대한 특별융자를 승인받았으며, 연내에 AD-7 광구 신규 탐사, 방글라데시 DS-12 광구 2D인공지진파 탐사 등으로 융자를 추가 신청할 예정이다.

▲ 미얀마가스전 성공불융자 현황. 원리금은 2022년, 특별부담금은 2035년 상환 예정이다.

◆ '특별융자'란 이름으로 재탄생
지난해 0원이였던 성공불융자 예산은 올해 1000억원으로 부활했다. '특별융자' 사업으로 명칭이 바꿨지만 몇몇 수치만 다를 뿐 사실 골격은 비슷하다. 다만 과거 공기업 위주로 지원되던 것이 민간 기업으로 확대됐고, 규정상 사업비의 80%까지 지원 가능했던 것이 30%로 줄어들었다. 감면 범위 역시 70%로 낮아졌고, 은행역할을 하던 석유공사·광물공사를 대신해 한국에너지공단이 맡게 됐다.

▲ 성공불융자 사업 예산이 지난해 0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사업비 지원이 줄어든 것과 관련, '특별융자' 담당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치상으로만 80%였지 실제로는 훨씬 낮은 수준에서 움직였기에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 밝혔다. 해외자원개발협회 자료에 따르면 실제 탐사비 대비 융자 지원율은 2010년 46%, 2011년 47%, 2012년 41%, 2013년 31%, 2014년에는 29% 수준을 기록했다. 

관계자는 "이렇기 때문에 성공불융자를 받으면 내 돈이 들어가지 않아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 식의 오해가 많은데,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특별융자'라는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성공불융자에서 '불'이라는 단어는 不(아니불) 아니라 拂(떨칠불), 즉 지불하다는 뜻의 한자다. 풀어 쓰면 성공했을 때 지불하는 융자라는 뜻이다. 뜻이야 좋지만 그동안 괜히 어려운 말을 쓴 것도 사실이다. 새 출발 하자는 뜻에서 이름이 바꿨겠지만, 쉽게 풀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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