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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가스냉방 보급정책
지난해 미지급금 152억 해결책 全無…설치 건물주 부글부글
“LNG 등 청정에너지산업 육성” 문재인 대통령 선언에도 역행
[460호] 2017년 06월 22일 (목) 07:45:47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설치비용도 지원되는데다, 이왕이면 깨끗한 에너지를 쓰자는 생각에서 건물 냉난방 시스템을 가스로 선택했는데 이제 와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다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게 이런 부담으로 되돌아 올 줄 몰랐다. 한두 푼이 아니라서 소송이라도 낼 생각이다.

#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가스냉방 정책에 협조한다는 뜻에서 새 건물을 세운 고객에게 가스냉방을 설치토록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스냉방을 신청한 고객의 설치장려금이 아직까지 지급이 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급 예정일도 감감무소식이다. 고객에게 보통 시달리는 게 아니다.

전자는 가스냉방 시스템을 설치한 건물주의 불만이고, 후자는 건물주에게 가스냉방을 설치토록 한 시공업자의 하소연이다.

지난 3월 한국가스공사의 2017년 가스냉방 지원사업 공고가 나면서 가스냉방 보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지원예산이 70억4900만원으로 예년과 비슷한 규모지만, 예산이 소진 되는대로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없던 신청자별 한도제를 도입해 설치장려금을 1억원으로 제한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가스냉방설비를 설치하고도 아직 지급되지 못한 장려금이 올해 예산의 2배가 넘는 152억원에 달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가스냉방을 설치한 건물주 등 설비 소유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부는 2011년부터 가스냉방 보급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설치장려금 및 설계장려금을 지원해왔다.

이후 가스냉방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매년 신청수요 대비 보조금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적정 지원규모는 매년 130억~150억원 수준이나 예산편성 규모는 70억원 규모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는 기획재정부에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계획변경을 승인받아 추가적인 지원에 나선 게 관례처럼 이어져왔다. 2013년에는 편성예산 50억원에 추가지원 53억원이 집행됐으며, 2014년에는 60억원 예산에 80억원의 추가지원, 2015년에는 60억원 예산에 70억원의 추가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다 올해부터 지원범위 내로 가스냉방 신청접수를 제한하고, 신청자별 한도액도 규정하면서 일선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특히 152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집단민원 등 파행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가스냉방 설치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이나 사립학교 등 자금사정이 빡빡한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편성예산은 75억8000만원. 하지만 실제 가스냉방 설치 신청금액은 228억4000만원으로 아직 지급되지 못한 금액이 152억6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가스냉방 설치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부하관리를 위한 각종 대책과 함께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비전기식 냉방기기 설치 의무화와 함께 재정·세제 지원, 도시가스요금 인하에 따른 경쟁력 제도 등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다르지 않다. 6월 15일 기준으로 흡수식냉온수기와 GHP 등 가스냉방설비 신청이 모두 658대, 3만8443RT로 44억원에 달한다. 올해 편성예산의 59%가 벌써 신청된 것이다.

◆전기누진제 완화로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 예상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이 충분하다는 평가지만 전력수급의 돌발적인 변수는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하절기 냉방전력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피크 관리를 위한 가스냉방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가스냉방은 전기에서 가스로 냉방수요를 이전해 하절기 전력피크와 동고하저의 가스 수요패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전체 냉방시장에서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을 10%P 높이면 매년 약 3000억원 상당의 에너지 수요관리효과가 발생한다. 전기·가스 수요패턴 균등화로 LNG발전소 5기, LNG저장탱크 3.5기 건설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전력당국의 ‘2012~2016년 하계 최대피크 시 냉방부하’와 ‘2012년~2016년 동계 난방부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최대 하계피크인 8518만kW가 또 다시 경신될 때 냉방부하와 비중은 각각 2338만kW, 27.4%를 나타냈다. 에어컨 등을 가동하느라 1GW 기준의 국내 원전 23기가 모두 동원된 셈이다.

최근 수년 사이 냉방부하 비중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2008년 20.9%에서 2010년 22.0%, 2012년 23.8%, 2015년 24.5%에서 2016년에는 27.4%까지 치솟았다. 가파른 전력소비량 속에서 냉방용 소비량은 더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석탄 선언과도 맞물려 가스냉방 보급 확대는 당위성을 지닌다. 지난 19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대전환을 시사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근간으로 한 가격·효율성 위주 정책에서 안전·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바꿔나가고, 그 대안으로 LNG와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LNG를 쓰는 가스냉방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가스냉방이 국가 에너지이용효율에 기여하는 편익을 감안해 연간 지원예산을 현실화하고, 미지급금으로 인한 집단소송 확산 등을 막기 위해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대통령의 탈 원전·석탄 선언에 긍정적 효과가 분명한 가스냉방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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