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전력저장장치(ESS)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 등에 강력히 로비를 벌였던 LG화학이 뜻을 이루자 ESS 설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ESS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일시적으로 보관해 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발전사업자들에 따르면 LG화학은 ESS에 대한 각종 정책 지원이 현실화되자 사전 예고도 없이 공급물량이 달린다며 제대로 시장에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G측은 태양광연계 ESS 사업과 관련해 정부 신산업정책금융자급을 받기로 한 사업자들에게 오는 10월까지 ESS를 공급하지 못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LG화학은 해외 수출물량을 국내용으로 돌려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0이라는 파격적인 우대조건을 받기 위해 정부에 융자신청을 내고 배터리 납품 및 시공을 기다리던 다수 사업들은 약정 이행이 불가능한 사업으로 분류돼 금융지원이 취소된다. 아울러 향후에도 비슷한 융자지원사업이 신청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다.

당초 태양광과 연계한 ESS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6월말 이전에 전기사용전 검사까지 마쳐야 하나 설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취소되면 다음 순위 융자신청업체로 자격이 넘어가 사업기회 박탈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LG화학의 돌변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확대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REC 가중치를 5.0까지 올리는데 전력을 기울이던 배터리 업체가 의도한 대로 정부 조치가 이루어지자 이번에는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기업의 윤리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급할 때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더니 용무가 끝나자 나몰라라하는 자세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팽배해지고 있다.

ESS 사업은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으로 추진할 처음 단계부터 말이 많았다. 심지어는 정부가 배터리 업체를 살려주기 위해 ESS를 에너지신산업으로 포장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앞서 우리는 ESS 사업을 펼칠 때 한전에서 끌어다 쓰는 전력요금까지 대폭 깎아주는 사실상 특혜에 대해 형평에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표준 변경으로 난관에 처해 있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생존을 위해 어느 정도 국내에서의 ESS 업체 지원을 묵인했다. 하지만 이런 틈을 악용해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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