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31억달러 삭감된 예산안 논의
재생에너지 예산 69% ·탄소포집 85% 날아갈 판

[이투뉴스]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 예산 삭감안이 청정에너지 연구와 기후 변화 대응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부는 17개 국립 연구소에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민간기업 에너지혁신 신기술 연구를 지원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에너지부의 에너지 프로그램 예산은 지난해보다 18%, 31억달러가 삭감된 수준으로 책정됐다. 특히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부서는 예산이 69% 나 삭감될 위기다.

이와 함께 조류 바이오연료와 어드밴스드 배터리 등 장기 수행 과제 자금 담당 선행연구사업 부서는 폐지될 처지이며, 트럼프의 ‘청정석탄' 홍보와 달리 탄소포획기술(CCS)에 투자해 온 화석연료부는 예산의 85%가 날아갈 판이다. 

미 의회는 "예산안 통과를 막아 에너지부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연구에 대한 회의적 입장이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무직들은 내부적으로 신규사업 승인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금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은 국립 연구소에서 연구 계획을 좌절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많은 연구원들은 사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업무 추진이 의미없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에너지부 기후변화 과제

에너지부 전체 300억 달러 예산 가운데 20%만이 에너지 사업으로 배정된다. 나머지는 원자력 무기고를 유지하고, 냉전으로 발생된 환경적 유해 물질 제거와 고에너지 물리학 등 과학적 연구 수행에 배정된다.

에너지부의 투자는 신기술의 상용화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셰일가스 기술에 대한 에너지부의 투자는 현재 프랙킹 파쇄기술 붐의 기틀을 마련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에너지부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비용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선샷 이니셔티브(SunShot Initiative)와 같은 친환경 사업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발전소 규모 태양광 건설 비용은 2010년 대비 70% 가량 하락했다.

에너지부는 전기차 벤처회사인 테슬라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태양광기업 솔린드라 등 신생기업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에너지 연구에 충분한 재정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1970년대 이후 재정 지원액은 계속 삭감됐다.

이번 발표된 예산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부의 예산 삭감안은 보수 씽크탱크인 헤리티즈재단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 이 기관은 연방 정부는 기초연구에만 자금을 대야하며 상업화는 온전히 민간 부분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 부서도 31%의 예산 삭감에 직면해 있다.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기본 연구를 응용 원자력 연료에 적용하는 사업은 유지될 가능성은 있으나 신개념 원자로 개발을 위해 테라 파워와  X- 에너지 등의 회사들과 맺은 비용 분담 협약은 취소될 수 있다.

미 의회가 에너지부의 예산 삭감을 막더라도 에너지부가 큰 규모의 에너지 과제들을 수행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다만 공개석상에서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은 헤리티지 재단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인사 청문회에서 “응용  R&D 와 기술의 상업화에서 에너지부의 큰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에너지부의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사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체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최근 하원 세출위원회의 민주당원들은 페리 장관에게 내년 예산에서 의회가 위임한 사업들에 대한 펀딩을 지연시키고 비난하는 서한을 직접 발송하기도 했다.  

앞서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부 전 장관은 과학과 기술을 위한 장관 산하부서를 설립하고 국립 연구기관들이 기초 연구와 응용 에너지 사업의 벽을 무너뜨리도록 노력을 펼쳤다. 이 부서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15명의 직원이 근무했으나 현재 2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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