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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456호] 2017년 05월 22일 (월) 07:05:13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S#01. 2013년 2월말 서울 중구 한 시민단체. 얼마전 확정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증설계획이 대거 반영된 것을 놓고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주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의견은 진영에 따라 갈렸다. 산업계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쪽이었고, 환경단체 측은 온실가스 문제를 고려치 않고 공급위주 사고에 젖어 구시대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며 전면적인 수정·보완을 촉구했다. 가운데 낀 학계는 대체로 정부를 두둔하는 분위기였다.

S#02. 2017년 5월중순 서울 한 초등학교. 미세먼지 대처법 수업을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30년 이상 가동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한시 가동중지를 지시하고 임기내 노후 석탄 조기폐쇄를 약속했다. 4년전 수급계획에 반영된 미착공 석탄화력 다수도 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공약이다. 그날 시민단체 예측대로 전력수요는 매년 쪼그라들고 있고, 이제는 공급력 과잉과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이 골칫거리다. 그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보면 틀렸다.

S#03. 2012년 과천 지식경제부 청사 브리핑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수출확대를 위한 4대 전략과 23개 세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범부처 합동 R&D사업과 신재생에너지 테스트베드 구축 등을 통해 신재생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호언이 나왔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개발, 새만금 실증단지 조성도 이때 본격화 됐다. 정부는 국내 신재생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중요한 건 국산화와 산업화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S#04. 2017년 5월 중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향후 3년간 공사비 4600억원이 투입되는 1단계 60MW 조성사업이 첫삽을 떴다. 전북 부안과 위도 남동쪽 해상에 3단계에 걸쳐 2GW 국산풍력단지를 만든다는 게 큰 그림이다. 정부가 ‘신재생산업화’를 외친 이래 지금까지 해상풍력에 투입된 민·관 R&D예산은 7000억~8000억원을 헤아린다. 이번에 서남해 단지를 GW급으로 키우면 투입예산은 수조원대로 불어난다. 그런데 이 사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사양길로 들어선 조선·해양 산업을 대체할 미래산업이라며 앞다퉈 뛰어든 대기업들은 물론 대형터빈을 국산화하겠다며 기백억원씩 정부 R&D자금을 타내 쓴 기업이 온데간데 없다. 그나마 국산화를 끝낸 3MW급 특정사 터빈은 5~7MW가 대세인 세계적 시류에 너무 뒤떨어져 있다. 이 사업이 준공되면 이 실적을 들고 해외로 나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까. 자칫 서해바다에 또다른 4대강사업을 하나 시작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은 틀려보여도 그때는 맞을 수 있을까.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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