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전말 드러난 10.31 계통 주파수 하락 사고

▲ 한전 초고압변전소에 설치된 주파수조정용 ess

[이투뉴스] 경기 북부권 대형 LNG발전소 고장으로 계통 주파수가 허용치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경남권의 또다른 석탄화력이 추가로 고장을 일으켜 무려 42분간 주파수가 정상값을 회복하지 못하는 초유의 계통주파수 저하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또 이런 사태에 대비해 수천억원을 들여 구축한 주파수조정용(FR) ESS는 첫 고장 시 10분 안에 충전력을 모두 소진, 2차 고장 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해당사고 원인분석과 개선방향 논의를 위해 최근 한 자리에 모인 한전과 전력거래소, 각 발전사들의 논의 과정에 전말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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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업계에 따르면, 계통 운영사(史)에서도 극히 드문 경우로 분류되는 이날 주파수 하락사고는 작년 10월 31일 오전 10시 39분과 10시 53분께 약 14분 간격을 두고 각각 발생한 동두천드림파워(1716MW)와 삼천포화력 3호기(560MW)의 연쇄 고장정지가 발단이 됐다. 기당 설비용량이 858MW에 달하는 동두천복합 2기가 가스공급 중단으로 탈락하자 주파수가 59.710Hz까지 급락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FR ESS 236MW가 배터리를 모두 방전한 뒤에 삼천포 석탄이 추가로 정지하면서 주파수가 장시간 비정상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주파수 저하에 대비해 운영중인 ESS는 기술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전력당국의 사후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한전 FR ESS는 1차 발전소 정지 직후 이상을 감지해 정상 동작했으나 채 10분을 넘기지 못한 8분 20초만에 충전력을 모두 잃었다. 당시 한전 FR 배터리들은 최대 충전값의 65% 수준으로 전력을 저장하고 있었다. 100% 충전 시 주파수가 높을 때 부하역할을 할 수 없어서다. 그런데 1차 사고로 더 이상 ESS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서 2차 발전소 고장으로 주파수가 또다시 곤두박질 쳤고, 이때 ESS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전은 올해말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17개 주요 변전소에 500MW규모의 대형 ESS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작년말까지 236MW가 14개 변전소에 이미 설치됐고, 올해 추가로 124MW를 4개 변전소에 구축할 예정이다. 계통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충분히 검증이 되지않은 ESS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반응이다. 배터리계열 ESS가 석탄화력이나 LNG대비 주파수 응동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처럼 예외적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에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더욱이 2차 주파수 하락 때 일부 ESS는 짧게라도 추가 작동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상동작하지 않았고, 운전조건이나 상황인식에 대한 설정 역시도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FR ESS를 설치한 이래 실제 전체방전 상황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한 계통 전문가는 "ESS를 자동차로 비유하면 속도는 엄청 빠르지만 얼마 달리지 못해 기름이 바닥나는 레이싱카"라면서 "사고 당시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ESS이외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ESS의 적정운영 여부를 비롯해 계통운영자와 발전사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향후 짚어볼 과제"라고 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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