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의 대성MDI 제천 석회석 광산
지하 200미터 내려가, 전체 길이 3km 이상
갱 안에서 '마이닝폰'으로 외부와 연락

▲ 1붐점보드릴로 폭약을 넣기 위해 암석에 구멍을 뚫고 있다.

[이투뉴스] "갱에서 귀신을 봤다고 우겨도 여기 현장 직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광산 내 대부분의 작업이 중장비 안에서 홀로 이뤄지기 때문에 설령 귀신을 봤다해도 이를 증명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엄우용 대성MDI 부소장이 광산입구에서 농담을 건넸다.

지난달 26일 충북 제천시 두학동 대성MDI 제천사업소 410갱. 이마에 달린 헤드라이트와 곡갱이, 검댕이 묻은 얼굴을 떠올리고 왔지만 현장은 영 딴판이었다. 지하 200m 발파 현장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고, 현장 근로자들은 전용 통신수단을 이용해 손쉽게 의사소통하고 있었다.

광산 입구로 들어설 땐 따뜻한 봄날 오후였는데, 막상 지하 현장에 도착하니 기온이 10℃ 내외로 서늘했다. 지상 갱 입구부터 채굴 현장까지 개미굴처럼 이어진 터널을 따라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여분. 전체 길이는 약 3Km다. 맞은편에서 오는 굴착기를 만나면 길을 터주고, 때로는 필라(폭이 15m를 넘을 경우 터널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부수지 않고 남겨둔 기둥)를 중심으로 진행방향을 수차례 전환하기도 했다.

건물처럼 8개 층으로 터널이 뚫려있다고 해서 '8편'으로 부르고, 편당 수직거리는 25m 가량이다. 향후 15편까지 채굴할 계획이다.

엄 부소장은 "워낙 깊은 곳이다 보니 작업을 하는데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점심을 먹으로 밖으로 나왔을 때 그제야 눈이 온 것을 확인할 정도"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410갱 안으로 로더(loader)가 들어가고 있다.

◆ 200미터 갱 안에서도 통화 가능한 '마이닝폰(Mining Phone)'
지상의 빛이 한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속에서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지상 사무실에서 현장직원에게 작업내용을 알리는 문자를 보낸 것. 지하 광산은 휴대폰 전파 수신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이것은 갱으로 출입하는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전용 통신수단 '마이닝폰' 덕분이다. 

▲ 마이닝폰. 일반 핸드폰과 거의 유사하다.

광물자원공사가 빅파워솔루션사와 손잡고 ICT 기반 광산안전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보급한 현장이 이곳 제천사업소다.

현재 이 광산 갱도 주요 구간에는 전용 통신을 위한 중계기 27기가 설치돼 있고, 외부 상황실에는 자체 통신을 위한 서버가 구축돼 있다. 일반 통신사 전파가 잡히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현장근로자들만 사용하는 별도의 소통채널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동행한 최두성 빅파워솔류션 차장은 "중계기를 송전탑이나 와이파이존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중계기를 기준으로 100m 안에 강한 전파가 들어와 연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차장은 "일반 무전기나 인터폰 수준의 저음질을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우수한 통화품질도 강조했다.

이같은 광산내 통신시스템은 제천 대성MDI 사업장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정선 성신미네필드, 단양 한일시멘트 공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 외부 사무실에 설치된 실시간 모니터링 상황판. 410갱 안에 8대의 차량이 있고, 그 중 3대와 바로 연락이 가능한 상태다. 흐릿하게 표시된 차량 5대는 중계기와 잠시 떨어진 차량들이다.  
▲ 엄우용 대성mdi 부소장이 중계기와 연결된 현장제어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비상, 호출, 통화버튼.

엄우용 대성MDI 부소장은 "작업자와 차량의 위치 파악, 현장 음성통화, 전 구간 비상상황 콜, 작업관리 데이터 수집 등이 모두 이 시스템으로 가능해졌다"며 "직원들을 감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모두 쉽게 동의했다"고 말했다.  

◆ 천공-장약-발파-상차
석회석 채광은 크게 네단계로 구분된다.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 구멍에 폭탄을 설치하고 폭파시키는 장약·발파작업, 석회석을 실어나르는 상차작업 등이다.

▲ 천공작업중인 1붐점보드릴. 

천공작업에는 구멍을 뚫는 숫자에 따라 1붐점보드릴과 2붐점보드릴이 동원된다. 1붐점보드릴은 자체 엔진으로 가동되고, 2붐점보드릴은 별도 외부전력을 사용한다. 제천사업소는 3대의 점보드릴을 보유하고 있다.

▲ 에멀전폭약.  다이나마이트는 사용하지 않는다.

지름 45mm 구멍을 뚫는 작업이 완료되면 그 안에 폭약을 집어넣는 장약작업이 시작된다. 요즘은 다이너마이트 대신 충격에 둔감한 에멀전폭약을 사용한다. 폭약제조사가 '장작불에 넣어도 터지지 않는다'고 광고할만큼 뇌관에 정확한 전기 충격이 가해져야만 터진다고 한다.

이런 발파작업을 거쳐 떨어져 나온 석회석을 로더(Loader)가 퍼올려 험지굴절트럭에 싣는다. 로더는 한번에 약 8톤의 석회석을 퍼낼 수 있다. 대성MDI 제천사업소는 적재량이 30~40톤인 험지굴절트럭으로 하루 평균 약 60번 석회석을 지상으로 옮기고 있다.   

▲ 로더(loader)가 선광장에 석회석을 집어 넣고 있다. 이곳에서 사이즈별로 석회석이 분류되며, 전 구간 자동화시스템이다.

또 이렇게 옮겨진 석회석은 다시 지상 로더를 통해 선광장으로 투입된다. 선광장은 석회석을 크기별로 자동 구분해 바로 납품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설비다.

엄우용 부소장은 "채굴과정이 터널을 뚫는 토목건설과 거의 유사해 젊은 친구들이 몇년 일을 배우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내 광산 현장인력 고용·육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니인터뷰] 송석재 대성MDI 생산본부장 
송석재 대성MDI 생산본부장은 81년 대성그룹에 입사해 문경사업소, 단양사업소, 동해사업소를 두루 거친 현장 베테랑이다. 제천사업소에만 10년 넘게 근무했다. 그로부터 제천사업소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 송석재 대성mdi 생산본부장은 석회석 광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제천사업소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회석 광산이라 들었다.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연을 함께했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포항제철이 1968년, 제천사업소가 1973년에 설립됐다. 다시 말해 과거 포항제철에서부터 지금의 포스코에 이르기까지 포항으로 석회석을 꾸준히 납품해 온 것. 벌써 40년이 넘었다. 대성MDI(당시 대성자원)는 1996년 광업권을 인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 해외 광산은 노천 광산도 많던데.
"광산은 채광을 하는 위치에 따라 밖에서 그대로 하는 '노천(露天)채광', 갱 안에서 하는 '갱내채광'으로 나뉜다. 갱내채광은 아무래도 지하로 파면서 들어가야 하니까 노천채광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이 들지만, 환경적인 문제 때문에 노천채광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또 석회석이 비교적 흔한 광물이라 노천채광을 적용할 경우 생산비용이 높아져 판매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제천사업소는 1986년 노천채광에서 갱내채광으로 전환했다"

- 제천사업소 현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천사업소에는 고품위 석회석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2014년 50만5000톤, 2015년 52만톤, 지난해에는 53만6000톤 가량을 생산했고, 올해 목표량은 약 55만톤이다. 2015년 기준 국내 전체 석회석 생산량은 111개 광산에서 약 9300만톤에 달한다"

- 광산을 운영하면서 신경쓰고 있는 환경적 측면은. 
"선광장에서 크기별로 분류한 후 제품을 현장에 바로 납품한다. 많은 트럭이 오가다 보니 비산먼지를 막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자체 도로청소차로 인근 도로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있다. 또 트럭의 바퀴와 차체를 깨끗히 청소하는 세륜기를 꼼꼼히 가동하고 있으며, 침전조도 곳곳에 설치했다. 

▲ 크기별로 분류된 석회석은 현장으로 바로 납품된다. 포스코 납품제품은 제천 고명역까지 이동, 이후 화물 열차로 포항까지 수송된다.

- 석회석은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가치가 있나
"아침에 일어나서 변기에 앉는 순간부터 석회석을 사용한 것이라고 늘 말하고 다닌다.(석회석은 변기소재로도 쓰임) 실생활에 석회석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으니, 광산에 대해서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우리나라 전체 광물 생산량의 약 60~70%가 석회석으로, 산업화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제천=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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