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최근 한 환경단체가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시나리오”라는 충격적인 보고서(이하 전환보고서)를 발표했다. 미래의 전원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해도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 전력공급원 중 원자력은 위험하고 석탄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조기에 폐지하고 신규건설을 중지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전력시스템에서 완전히 퇴출시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시스템을 운영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탈원전, 탈석탄 시나리오다. 재생에너지가 대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어떻게 이 결과가 도출되었는지는 궁금하다. 

재생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는 IEA WEO 2016의 450시나리오를 참조하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원문은 별도로 찾아보시기 바란다.

WEO 2016의 450시나리오는 장기적으로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에너지수급을 분석한 것이다. 지구온도 상승 2℃ 이내 억제는 파리협약의 합의사항은 아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온실가스 배출억제를 위해서 세계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늘리고, 화석연료의 사용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IEA는 2040년까지 OECD 국가들의 연평균 전력수요 증가율을 0.3%로 예측했다. WEO의 세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낮은 경우이다. 전환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우리의 전력수요 증가율을 WEO 450시나리오 증가율의 3분의 1 수준인 연평균 0.12% 증가로 전제했다. 최대전력은 증가가 아닌 0.13% 감소다. 증가율이 소숫점 이하라는 점에 유의하자. 전환보고서에서 전제한 2050년 전력수요는 499.9TWh, 최대전력은 75.4GW이다. 2016년 우리의 전력수요는 497TWh, 최대전력은 85.2GW이었다. 그러니까 우리의 최대전력은 작년 실적이 전무후무한 기록이 된다. 전력수요도 시나리오의 일부이며 증감 이유에 대한 설명은 모호하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자의적이고 다분히 규범적인 것이다. 

소폭이지만 전력수요는 증가하고 최대전력은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부하율은 높아진다. 2050년 부하율 추정치는 82.6%이다. 2016년도 우리의 부하율은 전년도 76.5%에서 70.7%로 대폭 하락했다. 이유는 경제성장 둔화와 에너지집약도 및 부하율이 높은 제철, 화학 등 산업의 부진, 전력수요의 기후변동성 증가로 설명된다. 이러한 경향이 변화할 가능성은 아직 예측되지 않는다. 미래에 부하율이 높아질 수 있으려면 전력저장장치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야 한다. 상용화가 되더라도 전력수급을 담당할  규모의 저장장치 보급은 예상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이투뉴스> 최근호를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전환보고서의 2050년 발전설비 용량은 총 241GW로서 신재생 233GW, 가스 8GW이다. 이중 재생에너지는 224GW이며 태양광과 풍력의 비율은 대략 1 대 1이다. 이 경우 정격용량 예비율은 224.0%에 달한다. 보고서에서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2015)의 예비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피크기여도 기준 예비율 22%, 정격용량으로는 46.4%에 대해 “전력생산을 하지 않아도 가동대기 중인 발전기에 대해 전력예비율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용량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만약 발전하지 않고 대기하는 발전기가 지나치게 증가하게 되면 발전사뿐 아니라 전기소비자에게도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같은 논리라면 예비율 224.0%는 적정수준인지, 재생에너지로 구성된 전력시스템에서는 발전설비에 대한 고정비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지에 대해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없다. 

최대전력이 75.4GW이므로 얼핏 전력공급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급용량에 대해 “2050년 총발전설비는 정격용량 기준으로 약 245GW로 나타나지만, 피크기여도(7차 전력수급계획 기준)를 반영한 실효용량은 41GW로 나타난다”고 언급한다. 41GW로 75.4GW를 공급한다니 무슨 말일까. 이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발맞추어 백업전원, 저장장치들이 적용되어 가능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백업전원은 찾아볼 수 없고, 저장장치는 전력이 공급되어야 저장이 된다. 부하율이 82.6%라는 것은 최대전력이 75.4GW라면 평균전력은 62.3GW라는 의미이다. 즉 대부분의 시간대에 평균 60GW의 전력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용량 224GW의 절반인 112GW가 태양광이라면 일몰 후에는 발전이 불가능하다. 전력설비는 130GW 정도로 축소된다. 이 시간대에 용량 112GW의 풍력이 절반이하로 가동된다면 전국 곳곳이 정전상태에 빠지게 된다. 심야시간대에 언제나 바람이 불어줄까. 풍력의 평균이용률은 20% 이하다. 

전력거래소 EPSIS 자료의 2016년 태양광과 풍력의 이용률 실적은 각각 12.8%, 18.2%이다. 하루 중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시간이 4~5시간에 불과하고 발전이 가능한 시간에도 전출력으로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용률 실적과 용량에 의해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04TWh로 계산된다. 신에너지와 가스의 이용률을 100%로 가정하면 연간 발전량은 453TWh 수준이다. 손실과 비재생에너지의 실제 이용률을 적용한다면 실제 발전량은 더 낮아진다. 453TWh는 2050년 전력수요의 90% 수준이다. 연간발전량이 수요량 보다 부족하므로 전력저장장치는 저장할 전력이 없다. 역시 많은 지역의 정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에 많은 인구가 밀집하여 거주하여 재생에너지 자원(햇빛, 바람, 물 등)의 활용성이 낮고 환경, 입지규제, 주민 수용성 저하로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많은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목표에는 미달하지만 RPS 이행실적이 최근 개선된 것은 석탄발전소에 우드칩, 우드팰릿의 혼소가 대폭 늘어난 탓이다. 만일 석탄발전의 조기폐지 시행, 신규건설이 안된다면 RPS 목표조차 달성이 어렵다. 전환보고서 2050년 재생에너지 용량 224GW에 필요한 면적은 2만7552㎢로 여의도(2.9㎢)의 9500배, 우리나라 면적(10만188㎢)의 약 30%에 해당한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목표 확대는 가능한가.

전환보고서에서 아쉬운 것은 경제 파급영향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믹스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항상 환경, 공급안정, 경제의 삼중딜레마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면 공급안정과 경제가, 석탄과 원전의 비중을 높이면 환경과 안전이 걱정된다. 최근 지진발생과 미세먼지 사건은 에너지믹스 연구자를 고민에 빠뜨렸다. 원전과 석탄이 문제가 있고 그 해결책으로 믹스에서 제외하면 쉽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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