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우드펠릿 수천톤 납품…시험성적서 위조도 횡행
檢, 260여개 수입업자 전수조사 민간 시험연구원 간부 구속

[이투뉴스] 발전용 바이오매스 시장이 복마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수입이 금지된 가짜 우드펠릿 수천톤을 국내산으로 속여 발전사에 납품한 업자와 그 뒤를 봐 준 공무원 일당이 구속되는가 하면, 수입업자로부터 금품을 받고 시험성적서를 대량 위조한 사설 시험분석기관 간부가 구속 상태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기업 무역상사와 정부기관이 폐기물 고형연료(SRF) 품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의혹으로 사정당국 감시망에 포착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2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발전소 혼소 및 전소용으로 우드펠릿과 우드칩 등의 목재펠릿과 폐목재 등의 바이오 SRF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들 연료의 국내 유통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목재의 지속 이용가능에 관한 법’(산림청)이나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환경부)에 의거 지정 시험기관에서 연료 품질인증서를 확보해야 하는 수입·유통업자들의 발걸음도 한층 다급해졌다. 일단 품질기준을 만족시켜야 인증서가 나오고, 이 인증서를 제때 확보해야 통관이 가능해서다.

조바심을 느끼기는 시험인증기관도 마찬가지. 한정된 시설과 인력으로 크게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려다보니 업무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공기관 소속 A 연구원은 “우드펠릿 외에도 다양한 연료를 검사해야 하므로 일이 몰리는 편"이라며 "(검사)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업계 민원을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A 연구원은 “검사제도의 문제라기보다 발전용 수입산 바이오매스 시장이 갑자기 커진 영향 탓”이라고 부연했다.

수요-공급 불균형은 불량·불법 연료 유통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작년말 광양세관 특별사법경찰들과 밀수업자가 짜고 국내유통이 금지된 왕겨펠릿 7150여톤을 2개 발전사에 납품한 사실을 들춰냈다. 공모한 세관 공무원 2명과 업자 3명은 각각 허위공문서 작성과 뇌물수수, 사기혐의 등으로 철창에 갇혔다. 검찰은 발전 5사의 입찰 과정에 업체간 과도한 저가경쟁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260여개 수입사를 전수 조사해 불법을 저지른 업체들의 행적을 쫓고 있다.

이 과정에 순청지청은 일부 발전사가 품질검사를 받지 않은 목재펠릿을 대량 통관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겨펠릿은 해외 병충해 유입을 예방하기 위해 식물방역법상 국내 수입이나 유통이 금지된 품목이다. 하지만 세관 공무원이 위조한 공문서 덕에 국산으로 둔갑한 왕겨펠릿 수천톤은 유연탄과 함께 섞여 발전연료로 연소됐다. 이렇게 투입된 가짜펠릿이 발전공기업 신재생에너지 이행실적(REC)으로 인정돼 전기료 비용보전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수입 바이오 연료를 둘러싼 탈법·위법 행위는 이 뿐만이 아니다. K시험연구원은 지난해 민간시험인증기관으로는 유일하게 환경부와 산림청으로부터 바이오매스 품질인증 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연구원의 고위간부는 발전사로 납품되는 우드펠릿 시험성적서 수백건과 산림청이 의뢰한 수시단속분 시험성적서 10여건을 조작하다 검찰에 덜미가 잡혀 지난달 수감됐고, 재판을 받고 있다. 성적서를 조작해주고 수입사들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이런 수법을 통해 발전연료로 투입된 저질펠릿이 얼마나 될지는 알길이 없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해당 시험기관의 인증업무를 정지시키고 이달 10일 대전 소재 또 다른 민간시험연구소를 시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우드펠릿 유통사 한 관계자는 "B시험기관과 C그룹 무역상사 등이 원산지와 품질인증서를 위조해 SRF를 유통한 혐의로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J 컨설팅기업 대표이사는 "석탄혼소를 위해 부풀려진 바이오매스 수요가 결국 이런 사달을 만들었다. 이렇게 비리와 부조리가 만연하면 공기업이나 공무원들은 본인이 어디서 무얼하는지조차 망각하게 되고, 납품업자나 중소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온갖 비리를 알아서 저지르게 된다"면서 "에너지분야는 항상 효율성을 우선 시하는데, 투명성을 높이고 비리를 근절할 제도를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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