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 교수 "저유가인 지금이 오히려 광구매입 적기"

▲ 신현돈 교수가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해외자원개발은 과수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과수원 부지를 산다고 해서 사과같은 열매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나무를 심는 것부터, 꾸준하게 물을 대고, 때로는 가지치기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열매를 맺는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20일 인천시 남구 인하대에서 열린 '비전공자를 위한 석유 및 비전통자원 개발 교육' 세미나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한번 틀이 만들어진 과수원은 다음해 수확이 훨씬 쉽다. 인프라가 이미 갖춰졌고 경험을 축척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국내 자원개발이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우리 과수원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사과 묘목을 심고, 복숭아 묘목을 심고, 배나무 묘목을 심는 격"이라며 "장기적인 계획에서 과수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빨리 열매가 나지 않으니 애꿎은 나무 탓만 해서 생긴 결과"라고 꼬집었다.

◆우리 자원개발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새 묘목 심는 격
신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이라는 과수원을 번창시키기 위해 전문성과 포트폴리오, 대형화, 운영권사업, 공기업활용 등의 요소를 모두 융합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0개 사업 중  5~10개만이 성공할 정도로 리스크가 큰 사업인 만큼 전문성과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며, 준비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비가 높기 때문에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 교수는 자원개발 성과가 늦게 나타나는 특징을 설명하면서 국내 자원개발은 문턱(threshold)에서 늘 주저앉고 있다고 비유했다. 자원개발이라는 것은 장기간 자본과 역량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넘어야 성과가 나타나는데, 우리는 항상 그 선을 넘지 못했다는 것.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절대값’을 뛰어 넘어야 달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데, 국내는 아직 그러지 못했다. 나름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해외자원개발 역사 속에서 성과가 적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며 지속성과 일관성을 강조했다.

또 지분투자가 아닌 사업운영권자(Operator)로 시작해야 기술을 축적하고,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산업과의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고, 자원외교가 필요한 부분이 많기에 공기업을 활용한 자원개발이 필수라고도 했다.

신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요소가 곱하기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한 분야라도 '0'이 있거나 작은 수치가 입력되면, 문제의 답은 절대 커질 수가 없다. 즉 해외자원개발은 모든 역량이 고루 갖춰져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고, 그렇기에 실패 확률이 언제나 높다"고 설명했다.

◆ 하루 원유 250만배럴 소비하는 한국
신 교수는 국내 연간 원유 소비량을 예로 들어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은 약 250만배럴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권 수준. 그는 "흔히 자이언트 유전 매장량을 약 5억배럴로 예상하는데, 국내 원유 소비량을 일년으로 환산하면 약 10억배럴이 된다. 즉 우리나라는 일년에 유전 두 개씩을 까먹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에너지 소비대국이면서도 미래에 대한 에너지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에너지 독립국을 자처하는 미국조차 셰일오일 이후를 대비해 일찍이 북극 탐사에 나서는 판에, 우리 자원개발 인식은 아직 너무 미흡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미국의 셰일 열풍도 심지어 60년대부터 석유의 부족성을 느끼고 미래를 대비해 준비한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먹는 위스키가 수십년 전에 만들어 진 것처럼, 우리도 후손을 생각한다면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하루 빨리 인지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는 상승-하강의 주기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사실상 광구매입을 할 기회"라면서 "포스코대우 미얀마 광구의 직접 생산도 10년이 넘게 걸렸다. 쉽진 않겠지만 저유가인 지금 광구매입을 하고 돌아올 고유가 때 생산에 들어가는 등 자원빈국으로써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의를 마무리 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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