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 모두 “원전·석탄 줄이고 신재생·LNG 늘려야” 한목소리
11개 협·단체 주최…‘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정책방향’ 대토론회

▲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정책방향 대토론회에서 주요 정당의 에너지정책방향이 공개됐다.

[이투뉴스] 주요 대선후보의 에너지정책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열병합)을 늘리겠다는 것이 달라진 내용의 요지다. 수차례 진행된 대선후보 또는 정당 초청 기후변화·에너지 분야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매번 같은 내용이 발표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최종 확인됐다.

여·야와 보수·진보 등 정당의 다양한 이념스펙트럼에도 불구 에너지전환과 전원믹스 재조정에 전반적으로 동의했다는 점에서 향후 에너지정책 변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이미 법적인 근거는 마련됐지만 추진여부가 모호했던 경제급전이 아닌 '환경·안전까지 고려한 급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경우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전기요금 인상문제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후속조치, 해결과제 등 수단이 없어 과연 실천의지가 담보된 것이냐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를 필두로 한 국민들의 친환경에너지 요구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움직이는 시늉만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차기 정권이 들어설 경우 기득권 세력의 현실론을 내세운 철벽방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진정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정책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기후변화센터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협회, 집단에너지협회, 풍력산업협회, 태양광산업협회, 민간발전협회, 구역전기협회, 자가열병합발전협의회, 전기학회, 산업조직학회,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모두 11개 협·단체가  주관했다.

아울러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박인숙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이 참석해 정당별 대선주자의 에너지 정책을 어필했다. 이전 대선후보 토론회에는 주로 대선후보의 캠프인사가 나왔다면 이번에는 국회의원(주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 참석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연료 다변화가 필수”라며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비중 축소와 현실성 있는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신재생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가교에너지로서의 가스복합과 열병합발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 실천방향으로 ▶외부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세제 개편 ▶저가연료 중심의 전력시장 운영체제(CBP)를 계약시장으로 전환 ▶지속가능한 전원믹스와 산업을 이루기 위한 이해관계 조정을 꼽았다.

◆환경·안전 고려 등 총론 일치, 각론에선 일부 이견
각 정당에서 나온 대표자들은 에너지산업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선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늘리는 등 기후변화 대응 및 친환경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원전 중단 및 노후 원전 폐쇄, 석탄화력 신규허가 금지 및 노후발전소 개선, 신재생에너지 발전목표 확대 등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물론 도입이 확정된 원전이나 석탄화력에 대한 처리문제 등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의견차도 있었다.

▲ 주요 정당 의원들이 자당 대선후보의 에너지 분야 정책공약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김제남 정의당 본부장.

먼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원전 축소를 3대 에너지목표로 정하고, 신규 원전 및 석탄발전소를 전면 재검토함과 동시에 가스발전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2030년 기준 20%)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 폐쇄는 당연하고, 열병합발전 등 분산전원 보급목표도 계획대로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 9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존 발전소 역시 영흥화력 5-6호기 수준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겠다”며 미세먼지 저감대책에서 나온 석탄발전 축소에 집중했다. 이어 “FIT(발전차액지원제도) 역시 재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다만 전면적 도입은 쉽지 않은 만큼 소규모부터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장관 출신의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추가원전 건설 중단 및 신규 석탄화력 억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워 얼마 전까지 여당이었다는 점을 무색하게 했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활성화(연간 2조원 규모로 확대) 등 시장매커니즘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지론과 핵융합발전 등 새로운 기술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신규 석탄화력 중 착공이 되지 않은 발전소는 승인취소를 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사업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보상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다만 원전도 줄이고 석탄도 줄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최고위원 역시 신규 원전 금지와 석탄발전 비중 축소, 가스복합발전소의 가동률을 제고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2030년까지 설비용량 30%(발전량 20%)로 늘리겠다는 의욕적인 목표와 함께 FIT 도입도 일부 고려하겠다는 약속했다. 합리적인 에너지요금체계와 에너지세제개편도 거론했다.

그는 “2030 신재생에너지 혁명을 이뤄야 한다. 신재생 분야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에너지신산업 등 에너지 분야가 우리의 미래먹거리를 만들어 낸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정책이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에너지절감을 위해 발전비용 검토위원회를 조직하고, 에너지절감형 산업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도 저탄소형으로 발전믹스를 개편하고,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앞선 정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 유보, 월성 1호기 사용연장 중단, 석탄발전 가동률 하향 조정,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을 꼽았다. 그는 “원전과 석탄의 사회적비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에너지세제개편을 추진하고, 과도기적으로 천연가스를 징검다리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제남 정의당 본부장은 가장 과감한 에너지전환을 얘기했다. 우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대단히 낮은 만큼 우리의 역량과 책임에 맞게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하고, 값싼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발전량을 상한제로 바꾸겠다”며 “원전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은 2050년까지 시한을 정해 원전과 석탄발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현실적 실행방안 중요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전력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 중심의 전원믹스를 신재생에너지와 LNG복합(열병합발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가스발전과 열병합발전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원전과 석탄에서 신재생과 가스발전으로 전환되는데 반해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새정부가 들어서면 전기요금 인상, 전력공급 안정성, 과세 형평성 등 에너지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한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권과 전문가 대다수가 원전 추가확대 자제와 석탄 축소,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징검다리로 가스발전을 활용하자”라는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하나의 변곡점이 될 정도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전력믹스 전환에 따른 비용문제 역시 후세에 미룰 게 아니라, 드러내놓고 해법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전원믹스 재조정을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소비자요금 영향과 도매시장에서의 보상방안 개선 등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지금 구조를 그대로 두고 전원믹스만 바꾸면 대란이 발생한다는 주장과 함께 시스템을 통한 문제해결을 주문했다. 그는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이해관계자와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독립적 기관, 정책 수립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각 정당이 전향적인 에너지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비용조달 방안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에게 에너지전환에 따른 요금상승 등을 설득해 나갈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정당이 에너지전환과 전력믹스 변화를 얘기하게 된 것은 미세먼지 등으로 국민들의 요구가 크기 때문”이라며 “원전이나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30% 이상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 전력믹스 변화를 요구한 유권자들이 비용부담에도 나설 수 있는 여건(국민 수용성 제고)을 만드는 데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본부장은 “환경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 수준의 에너지비용 증가는 소비자들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물론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요금인상 등에 대해 사전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소비자가 요금인상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에너지전환을 미뤄선 안된다.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에너지전환이 미래를 위한 더 큰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토론회를 주최한 단체 관계자와 패널, 정당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