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 및 환경편익 불구 정부지원 인색, REC·CERT 부여안 제시
지속가능 위해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강화 등 자구노력 주문

▲ 국회에서 열린 '열병합발전의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효과와 역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국회 ‘열병합발전, 국가 에너지믹스 역할’ 토론회
[이투뉴스] 열병합발전을 활용한 집단에너지가 분산전원 및 환경편익을 통해 적게는 kWh당 28원, 많게는 42원이 넘는 사회적 편익을 제공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상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집단에너지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권익 보호에 힘쓰는 한편 기술적으로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강화 등이 가능한 미래형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12일 국회에서는 ‘열병합발전의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국가 에너지 믹스에서의 역할’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병합발전의 역할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병완 의원(국민의당)과 기후변화센터(이사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한덕수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열병합발전이 에너지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며 “이제 각종 정책과 법안에서 열병합발전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지 실천방안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위원장 역시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경제급전이 아닌 환경과 안전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했는데도, (석탄발전 신규허가 관련) 정부나 업계가 폭탄돌리기 식으로 후세에 중요한 결정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열병합발전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가동률을 높일 것인지 구체적인 행동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된 열병합발전의 다양한 편익 공개
먼저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지역냉난방 열병합발전의 사회적 편익 및 전력수급 효과’ 발표를 통해 열병합발전(CHP)의 분산편익(송배전시설 건설회피 등)과 환경편익(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저감효과)을 추산한 결과 28.4∼42.6원/kWh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또 정부 역시 이같은 집단에너지 편익을 반영, 2035년까지 분산전원 발전량을 15%(2차 에너지기본계획)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2020년 이후 집단에너지 비중은 오히려 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진단했다.

▲ 열병합발전의 사회적(분산전원+환경) 편익

이 박사는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선 분산전원 편익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송전이용요금에 대한 지역차등 강화 등 새로운 시장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열병합발전 등 잠재력이 큰 기술에 대한 보급목표 설정을 명확하게 설정, 분산전원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송전망 건설 회피, 송전망 민원 해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CO2 감축효과 등 열병합발전 편익이 큰 만큼 편익가치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법을 고쳐 열병합발전에도 REC(신재생 공급인증서)를 부여하거나,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개정해 CERT(고효율 인증서)를 주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실장은 ‘열병합발전 확대를 위한 정책적 과제’를 통해 유럽지역 열병합발전 확대 정책을 소개하고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 사업현황을 고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에너지이용효율 제고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CHP에 조세감면을 비롯해 투자보조, FIP, FIT, 인증서제도 등 지원을 펼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관련 지원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되면서 집단에너지가 밀려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열병합발전의 사회적 편익에 대한 보상과 함께 운영효율화를 유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열요금 제도개선 등 집단에너지 시장정상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임용훈 에기연 박사는 집단에너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냉난방 열병합발전 이용 확대를 위한 기술적 과제’를 발표했다. 그는 지역난방부문은 물론 산업단지 집단에너지가 모두 에너지절감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저감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도, 10년 후에는 더 나은 편익을 제공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10년까지는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지만, 미래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더 줄여야 한다. 열병합이 지속가능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CHP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나 논리는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4세대 지역난방(저온공급방식)을 보급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와의 접목 등에 나서는 등 새로운 플랫폼 조성에 힘쓰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새로운 생존전략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환점을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HP 확대 원론은 공감, 다양한 방법론 제시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가 다양한 편익을 주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원론에 대해선 대다수 전문가가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편익 보상방안이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방법론에서는 일부 차이를 보였다.

먼저 허성욱 서울대 교수는 신기후체제로 인해 열병합발전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면서 선진국에선 보급확대를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분산전원 목표(2차 에기본 및 7차 전원계획)만 설정하고 법과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법체계적인 측면에서 집단에너지법이라는 모호한 명칭이 아닌 ‘열병합발전 촉진법’이나 ‘열에너지 보급·촉진법’ 등으로 변경하는 것을 비롯해 ▶사업범위 구체화 ▶열병합발전 정의 추가 ▶국가의 책무 신설 ▶지원대상 확대 ▶공급계획에 사업자 참여 및 실효적 지원수단 마련 등의 법개정을 제안했다.

서기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과장은 집단에너지가 제공하는 편익만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개별난방과의 가격경쟁력 변화와 공급구역 지정제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업자의 자구노력도 촉구했다. 특히 전력부문 보상체계 개선과 관련 환경과 민원 문제 등으로 분산자원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집단에너지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부서와 협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CHP가 온실가스 저감 등 효용이 큰 만큼 편익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분산전원에 대한 평가 틀이 정부 시장제도 안에 들어가야 하나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전력당국의 인식개선을 에둘러 촉구했다. 이어 “지구온난화 단열 등으로 지역난방 수요가 정체 내지 감소되고 있고 입주율도 낮다. 여기에 요금 역시 도시가스 개별난방이 더 낮을 수도 있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업자도 하절기 열수요 개발과 사업여건 개선 등 자체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홍동곤 환경부 대기환경과장은 석탄화력으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에 주목하면서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발전연료에 대해 신경써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석탄화력이 지금 59기가 운영 중이고, 착공 안된 것도 9기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삼척이나 당진에 또 허가를 내준다는 것은 중국 등과 미세먼지 논의를 할 때 명분이 약해진다”며 석탄발전소 신규허가에 반대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울러 홍 과장은 “배출기준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가스로 인한 2차 생성물질을 고려할 때 열병합발전소 등 가급적 LNG를 쓰는 발전소가 미세먼지 관리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미세먼지가 온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지금까지는 주로 에너지산업 활성화에 무게를 뒀는데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비자, 건강 등을 더 고려하는 것은 물론 산업 측면보다 소비자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는 가치 중심의 판단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럽 등을 고려할 때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가 융·복합 했으면 좋겠다. 또 경제적 논리가 아닌 환경의 관점에서의 에너지 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부가 분산전원을 2030년까지 15%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상황이 어떤지 의문이 든다며 에너지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을 강조했다. 열병합발전의 편익이 크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편의성과 미세먼지 해결방안, 온실가스 저감효과까지 있다면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어떻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열병합보다 석탄발전이 미세먼지를 1000배 이상 배출한다는 연구를 봤다. 열병합발전 편익이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연간 10조원이라는 결과도 봤다.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저감, 송전망 건설 등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집단에너지 확대에 동의한다. 토론과 논의에서만 끝나지 말고 차기정부에 오늘 나온 얘기를 심도 있게 연구,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열병합발전의 편익과 역할'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포즈를 취했다(사진 왼쪽부터 허성욱 서울대 교수, 임용훈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김래현 서울과기대 교수, 장병완 국회 산업자원위원장,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서기웅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과장, 홍동곤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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