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확대·기후변화 대응·에너지절감 명시 불구 지원책은 빈약
전기·가스에 의존적 구조…독자 지원방안 마련 및 원칙 정해야

[이투뉴스] 제1조(목적) 이 법은 집단에너지공급을 확대하고, 집단에너지사업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며, 집단에너지시설의 설치·운용 및 안전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절약과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에는 집단에너지 공급확대를 통해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고, 에너지절약 및 국민생활 편익증진에 이바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기사업법이나 가스사업법 등 일반적인 에너지관련 법률의 경우 제1조 목적에 해당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사용자 이익보호와 공공안전 확보를 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집단에너지는 ‘사업법’ 종류치고는 목적에 보급확대를 외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법으로 볼 수 있다.

굳이 비슷한 법을 찾으려면 신재생에너지법을 들 수 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과 산업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구조의 환경친화적 전환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추진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법은 정확한 이름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다. 즉 처음부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법률제정 목적에 맞게 신재생에너지법에는 보급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명시돼 있다. 제4조(시책과 장려)를 비롯해 제9조(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사업비의 조성), 제12조(투자권고 및 이용의무화 등), 제12조의5(공급의무화), 제17조(발전차액 지원), 23조의2(연료 혼합의무) 등 대다수 조항이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을 위한 수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에너지사업법의 경우 제1조 목적에 맞는 지원책은 제5조(공급대상지역 지정)나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하다. 제8조(자금 등의 지원)도 있지만 어느 사업이나 다 있는 ‘에너지합리화자금 융자’ 수준에 그치고, 제18조(건설비용의 부담금) 역시 가스 등도 비슷한 성격의 분담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특징이 없다. 사실상 택지개발지구 등 특정지역을 정해 지역난방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 외에는 규제만 널려 있고, 진흥 관련 규정은 인색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지원정책을 요구하려면 전력당국(전력비용 및 분산전원 추가 보상)이나 가스부서(100MW미만 발전용 공급체계 개선)에 매달려야 한다. 물론 집단에너지 내부요인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의 경우 당연히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가스요금 등 원가상승과 SMP 하락으로 인한 전력보상금액 감소 등 외부요인의 경우 스스로 어찌 해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전문가, 사업자 모두 CHP(열병합발전)를 포함한 집단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수단은 물론 에너지이용효율 제고, 환경오염물질 저감 등 국가적으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여기에 분산전원 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편익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열병합발전이 원천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라는 점을 인정, 배출권을 추가 부여하기도 했다.

EU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CHP 편익을 반영해 집단에너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에서 에너지이용효율 제고 및 절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고효율 열병합발전시스템 등에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처럼 REC(공급인증서)를 부여하는 나라도 많다. 재생에너지로 전환되기 이전까지 지역난방 등 집단에너지가 ‘브릿지-에너지’로써 역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 공급시설이 오히려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담당부서 등에선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지만 제대로 추진된 사례는 거의 없다. 에너지원별로 칸막이를 치고 정책이 운영되는 현실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실제 집단에너지 지원시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전기나 가스부서에 매달려야 하는 구조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집단에너지 지원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에 지원시책 마련의 당위성이 있는 만큼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독자적인 진흥책을 신설, 스스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나 가스에 의존하는 형태의 사업구조로는 지속가능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방법론으로는 에너지 절감량 및 환경개선 효과를 계량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선진국의 Green-CERT와 같은 에너지이용효율개선 의무제도를 도입, 집단에너지에 대해선 EERC(에너지효율화 인증서)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업계는 특히 분산전원 편익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예로 열병합발전량은 공급계약을 통해 연료비를 전액 보상받을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는 방안 등도 희망사항 중 하나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이와 관련 “규제와 진흥이 한 법에서 처리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장에서 돈을 더 가져온다는 측면이 아니라 집단에너지 역시 독자적인 법체계와 사업영역이 있으니 집단에너지사업법 내에서 스스로 정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과 법이 충돌하거나 갈등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실효적으로 유효한 수단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에너지 지원시책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특정사업을 위해 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실장은 “열병합발전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온실가스 저감대책으로 에너지효율보다 신재생에너지에 지원이 집중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정부의 지원의지나 정책, 원칙 등이 바로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단에너지가 전력시장에서 충분히 보상을 못 받는 것은 법체계 문제가 아니라 견해가 다른 측면도 있다. 에너지전체의 정합성과 호환성 등을 고려할 때 무조건 법에 넣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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