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규제 방침 표명 후 손 놓고 집단에너지사업 방치
김포열병합 건설제동 등 갈 길 바쁜 열병합발전 발목

[이투뉴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 위축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택지개발지구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이미 사업허가를 받은 곳도 지연되기 일쑤다. 기존 허가를 받아놨던 열병합발전소(CHP) 건설도 발전용량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집단에너지시장 위축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꼭 필요한 발전소마저 신규허가가 올스톱되면서 산업 전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열병합발전 신설이 중단된 것은 전력당국이 CHP 용량규제 방침을 밝힌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전력예비율이 올라가자 갑자기 규제방침을 내놨지만,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갑자기 실종된 열병합발전소 신규허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출한 ‘양산 물금지구 집단에너지사업 중 발전사업 변경허가안’을 승인했다. 열전용보일러로만 구성된 지역난방 열생산 및 공급시설에 114MW 규모 열병합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내용이다. 2013년 건설계획을 확정한 이후 2015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쳤지만 이제서야 최종 사업승인을 받았다.

한난의 양산열병합 허가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기록을 쏟아냈다. 우선 한난 내부적으로 2007년 삼송CHP 신설허가를 받은 이후 10년 만에 열병합발전소 허가를 받아 냈다. 집단에너지(지역냉난방부문)사업 전체적으로는 2012년 GS에너지와 삼천리 컨소시엄이 광명시흥지구 열병합발전(841MW) 허가를 받은 이후 5년 만이다.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 사업추진이 전면중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1년 마곡CHP(서울에너지공사)과 하남CHP(나래에너지서비스) 이후 6년 만으로 기간이 더 늘어난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 발전시설의 에너지이용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열병합발전소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엄청난 숫자가 쏟아져 나왔다. 국내 최대 집단에너지사업자인 한난이 화성과 파주 열병합을 시작으로 CHP 건설을 확대한데다, 경쟁촉진을 위해 들어온 민간사업자까지 신규허가를 잔뜩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구역전기사업(CES)을 확대하면서 국내 열병합발전소는 전성기를 맞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던 지역난방용 중대형 열병합발전(바이오매스발전소 제외) 신규허가는 앞서 등장했던 2012년 광명시흥지구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2013년 GS파워가 안양열병합을 935MW급으로 짓는 변경허가를 받았으나 기존 발전소 부지에 증설하는 형태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업장(택지지구)이 나오지 않는데다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열병합발전소 신설에 대한 메리트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예비율 증가 및 가스발전소 가동률 축소로 인해 민자발전 및 집단에너지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미 허가를 받아 놨던 열병합까지 발전용량을 줄이거나 건설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 최근 10년 동안 신규허가된 열병합발전소.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축소 움직임이 일었지만, 전력당국의 태도변화도 열병합발전을 위축시키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예비율 상승으로 인한 가스복합발전 수익성 하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원천적으로 신규 발전소 진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전력당국은 가스복합에 포함되는 열병합발전소 역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전력시장 우회진출 차단이라는 핑계를 들어 150MW이하로 적정용량을 제한하겠다는 방침까지 천명했다.

◆ 분산전원 확대정책, 과연 진정성 있나
대표적인 사례가 청라에너지가 김포 학운산단에 추진했던 400MW급 열병합발전소다. 김포열병합 신설에 대한 전기위원회 승인까지 받았으나, 산업부가 나서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자 이를 못 견디고 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에 어렵게 허가를 받은 양산열병합을 비롯해 청주와 대구 CHP 등도 당국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이다.

뒤에선 열병합 신설허가를 최대한 막고 있는 전력당국이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당장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나선 당국은 이번에도 분산형 전원 확산을 주요과제로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분산전원 확산정책을 펴는데 있어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에 대해선 다수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증가세를 막기 어려운 신재생만 일부 배려할 뿐 집단과 자가용의 경우 관심 밖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7차에서 정한 분산전원에 대한 정의(40MW∼500MW이하)를 재정립(사실상 축소)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당국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집단에너지업계는 물론 많은 전문가는 예측가능한 정책이 아닐뿐더러 부작용만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우선 열병합발전 규모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해당 사업지구 열수요에 맞는 적정용량’이라는 절대기준이 있는 상황에서 특정 상한을 정해 그 이하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적정용량 규제가 일부 필요하다 치더라도 1년 넘게 구체적인 기준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수행 등 아무런 조치도 없이 허가만 틀어쥐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발전소 신규허가나 전원믹스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동향과 동떨어진 정부 태도에 대해 많은 불만을 쏟아냈다. 주요 선진국 대다수가 지속가능에너지체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석탄을 대폭 줄이는 대신 가스복합과 열병합발전을 늘리는 데 반해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은 물론 분산전원 확대를 위해서도 열병합발전소 확대가 필수적인 만큼 하루빨리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선 석탄화력을 줄이고 가스복합과 열병합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특히 열수요가 있다면 에너지이용효율과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큰 열병합발전을 우선 배정한 후 나머지를 가스복합이 채우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효율 등을 고려했을 때 발전용량이 클수록 유리한 것이 분명한데 특정용량을 정해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만 사업자들이 규제를 수용할 경우에는 열생산에 따른 전력부문 비용을 전액 보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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