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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빗물박사 한무영 교수 “빗물은 돈, 잘 활용해야”
선조가 쌓아둔 지하수 고갈위기…빗물 자연순환 회복이 첩경
빗물저금통과 옥상정원 만들기 등 '하늘이 내려준 선물' 활용
[445호] 2017년 02월 27일 (월) 07:02:24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관악산 깊숙이 자리 잡은 서울대학교에 가면 아주 유명한 건물이 있다. 바로 건설환경공학부가 있는 35동이다. 웬만한 방송사는 대부분이 이곳을 취재·보도 했고, 신문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정치인, 공무원, 시민단체, 학생은 물론 심지어 외국인까지 이곳에 와서 한 수 배우고 간다.

건물 조형미가 뛰어나거나 초현대식 설계라든지 등 건물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외관상으로 그냥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이 있는 아주 평범한 학교 건물이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가면 뭔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옥상에 가면 널따란 정원과 텃밭이 있고, 금붕어가 노니는 인공연못도 있다. 빗물을 모아 조성한 옥상녹화시설이다.

35동에는 아주 유명한 인사도 있다. 빗물전도사 내지 빗물박사로 불리는 한무영 교수(60세)가 주인공이다. 바로 옥상에 있는 빗물정원과 텃밭을 만든 이다. 그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이자, 빗물연구센터 및 지속가능물관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물협회(IWA) 빗물분과위원장과 서울시 물순환시민위원회 위원장, 빗물모아 지구사랑 대표 등도 명함에 올리고 있다.

좋은 의미로 빗물전도사라 불리지만 그의 과도한 빗물 사랑은 종종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명색이 국내 최고의 서울대 교수라는 사람이 그깟 빗물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친구들조차 아까운 재능을 엉뚱한 곳에 썩히는 것 아니냐는 면박을 주기도 했단다. 물론 지금까지 그러는 사람은 없다.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굴지의 건설회사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그는 본인이 학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라크 파견까지 나가는 등 돈도 곧잘 벌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근본원리인 학문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결국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6년간 모은 돈으로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것이다.

토목을 하던 그는 텍사스 오스틴주립대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했다. 박사학위는 수처리(水處理) 분야로 받았다. 미국에선 개발단계부터 환경까지 고려한 접근을 했기 때문에 토목과 환경을 접목할 수 있었다. 그가 받은 학위논문은 아직까지 세계적인 환경공학분야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빗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국내로 돌아와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면서부터다. 토목환경 분야가 상하수도 등을 통해 인간의 평균수명을 30년 늘렸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공급과 수처리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똥물까지 수처리를 통해 먹고 있으면서도, 받아서 바로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한 빗물을 등한시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머리만 아픈 토목공학을 일부 버리고, 사람들의 생명과 환경에 즉각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인생은 한정돼 있는데 쓸데없는 곳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각오가 바탕이 됐다. 아주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빗물, 너무 쉽고 간단하게 보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고 있는 빗물에 열정을 쏟았다. 빗물전도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한 교수가 쓴 빗물에 대한 책만도 10권에 달한다. 2009년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을 시작으로 빗물을 모아쓰는 방법, 빗물과 당신, 빗물과 물순환,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요즘 어린 손녀에게 읽어준다는 ‘빗방울의 여행’이라는 동화책도 그가 써낸 책이다.

그가 또다시 책을 낸다. 그간 이투뉴스 등 언론에 기고했던 50여편의 칼럼을 엮어 ‘14세 소년, 빗물로 지구를 살리다’라는 책이 4월 나온다. 물순환과 빗물이용, 화장실, 옥상녹화, 물절약 파트로 나눠서 다듬을 예정이다. 그가 쓴 칼럼은 빗물 관리 및 활용 필요성을 쉬우면서도 인상 깊게 설파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영어와 일본어로 외국에도 소개돼 인기 급상승 중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한 교수의 빗물학 강의를 지면에 옮긴다. 

▲ 한무영 교수(오른쪽)가 서울대 35관 옥상에 정원을 만드는 모습.

◇왜 빗물이 중요한가?
국토의 자산은 땅과 물로 돼 있다. 다들 땅만 보고, 물은 생각을 안한다. 특히 지하수는 선조들이 수 백 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 유산으로 남겨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것을 홀랑 빼먹고 있는 셈이다. 물은 곧 돈이다. 하지만 물은 없으면 난리를 치지만 돈(자산)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는 무시하고 쓰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엔 댐을 지었다. 공급만 중시하고 수요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한 사람이 하루에 282리터의 물을 쓰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일인당 100∼150리터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2배나 많다. 가령 어느 도시에서 물사용량을 반으로 줄이면 댐 10개를 5개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하수처리장도 반으로, 투입되는 에너지도 절반으로 감소 가능해 일석삼조다. 전기 등 에너지는 효율성을 얘기하면서 왜 물은 안하느냐.

◇물관리가 무엇을 의미하나?
물은 사람은 물론 동식물과 후손도 필요하다. 현재 사람들은 어느 정도 풍족하게 물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물이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것, 즉 동식물이나 후손들이 써야할 것을 당겨서 쓴다는 것을 모른다. 현재의 물부족 여부를 따져서 해결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물관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쏟아지는 빗물을 허겁지겁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물은 태풍이나 허리케인처럼 지구차원의 대순환과 나라 안에서 진행되는 소순환이 있다. 빗물이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담겨있다가 다시 나와서 증발된 후 비로 내리는 소순환이 지금 다 끊겨가고 있다. 여기에 도시는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다 바뀌면서 물이 스며들 틈이 없다. 콩을 얻으려면 씨앗을 심듯이 비를 내리게 하려면 땅을 촉촉하게 만들어야 한다.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 등으로 저장되고, 이 물이 다시 흘러나와 사용·증발되면서 자연적으로 순환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무엇이 제대로 된 물관리인가
서울 고궁의 경우 우물터가 있다. 하지만 지금 가보면 물이 없다. 그만큼 지하수위가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지하수위가 10미터가 내려갔다고 가정하고 이를 원상복귀 시키려면 100년 걸려도 될까 말까다. 하지만 우리는 빨대를 꽂고 빼먹기 바쁘다. 갈수록 빨대가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후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냐. 나만 생각하면 1차원, 우리를 생각하면 2차원, 자연까지 생각하면 3차원, 후손까지 고려해야 4차원적인 물관리다.

우리나라는 청개구리식 물관리다. 모든 물을 강에다 버려 놓고 물이 넘칠까봐 다시 거기에 돈을 들이는 형태다. 강만 볼 것이 아니라 국토 전체표면을 다 관리해야 한다. 선조들을 보면 다랭이논부터 시작해 군데군데 둠벙과 옹달샘 등을 만들어 물을 보관했다. 하지만 우리는 홍수를 막는답시고 물을 빨리 하천으로 보내는 방법만 궁리하고 있다. 우리처럼 홍수와 가뭄이 교차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금수강산을 지키려면 하늘에서 주는 선물인 빗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 한무영 교수가 펴낸 빗물과 관련된 책자들.

◇물의 자연순환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
정부와 전문가들은 현상은 알고 있다. 하지만 원상복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돈을 썼으면 효과를 증명하고, 추가로 투입해서라도 제대로 가도록 해야 하는데 흉내만 내고 있다.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 검증하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고 물 재순환에 예산을 썼다는 생색내기 수준이다.

여기에 가뭄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가뭄만 담당하고, 홍수 담당은 홍수만 생각하는 등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일을 안한다. 정부부처의 헤게모니 싸움과 함께 기존 관행과 정책을 바꾸는 데서 오는 불편한 점도 걸림돌이다. 국민 전체와 후손을 고려할 때 종합적인 물관리는 꼭 필요하다. 홍수방지에 큰 돈을 쓰는데 원천적으로 빗물을 관리, 해결하면 돈이 더 적게 들 수 있다.

◇빗물 재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달라
하늘이 땅에 내려준 소중한 선물인 빗물을 그냥 버리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자기는 빗물을 모으지 않으면서 남의 것(부산과 진주와 물갈등)을 가지고 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토양 침투 및 저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의 자연순환을 인위적으로 막았다면 이를 풀어줘야 한다.

인공순환(빗물 활용 및 물 절약) 역시 중요하다. 빗물저금통(빗물을 모아두는 그릇)이 돈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산지에서 밭을 일굴 때 물이 흐르는 경사면의 수직 방향으로 이랑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도시에서는 정원을 오목하게 만들거나, 주차장 등에 빗물탱크를 만들어 실개천이나 정원용으로 쓰면 좋다. 각 건물의 옥상만 와플형태(오목한 곳에 물저장)로 만들어 빗물을 활용해도 효용성이 크다.

*재미있는 한무영 교수의 건배 구호
1. 비돈 비돈 비돈돈(비는 돈이다, 자연계 물순환을 의미)
2. 2020 200(2020년까지 하루 한 사람당 물 사용량을 200리터로 줄이자)
3. 물맹탈출(자가테스트 통해 물맹인지 아닌지 보고 탈출방법 소개)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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