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 2025년 새 연비기준 대응에 기술 및 비용 부담
환경단체, 일부 자동차사 이미 연비목표 달성 "엄살 마라"

[이투뉴스] 미국 자동차 제조업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변하는 로비단체는 최근 새로 임명된 스캇 프루이트 환경보호국(EPA) 국장에 지난달 오바마 행정부가 세운 연비기준 번복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오바마 행정부는 퇴임 직전 2025년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하는 더 엄격한 연비 기준을 제정했다.

새로운 연비기준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비 목표를 달성하기엔 기술과 비용 부담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휘발유 가격이 내려 연비가 낮은 모델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 달성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기호와 시장의 현실을 무시할 경우 구매자의 지출이 늘어나고,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연비 목표는 투자 여력이 없는 자동차 산업을 침체시키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밋치 베인울 미국 자동차 제조연합장은 서한을 통해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모터스,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 등 12개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변하고 있다.

미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12개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변하는 글로벌 오토메이커 협회도 EPA에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환경단체들은 두 로비 단체들이 2025년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을 과장하고 있다고 역공을 취했다.

2025년 연비 목표는 갤런당 평균 54.5마일 수준이며, 실제 도로주행에서 갤런당 40마일이라고 제조사들은 추산했다. 

환경단체 세이프 클라이맷 캠페인의 댄 베커 디렉터는 "많은 자동차들은 이미 이 목표에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타의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 자동차들은 이미 이 기준을 넘어섰다. 이 자동차들은 휘발유가 갤런당 3달러 이하로 판매될 때 판매량이 낮아지는 모델들이다. 

2025년 연비 목표 준수를 위해서는 SUV와 같은 인기있는 모델들은 신기술이 적용돼야 하며 결국 기술 개발로 인한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베커 디렉터는 지난 몇 년간 연료 향상이 이윤 창출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의 반규제 정책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는) 시민들과 환경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고, 수입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더 높은 연비 규제를 정한 바 있다.

만약 연방정부의 연비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제조사들은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한 여러 주정부에서 정한 강력한 규제에 준수해야한다.

새로운 연비 목표는 오바마 행정부와 제조사들의 동의 하에 2012년 세워졌다. 규제는 꾸준한 연비 향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동차 크기에 따른 다양한 연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형 자동차에 대한 2017년 요건은 갤런당 33마일로 실도로주행에서 갤런당 25마일이다.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 목표치를 달성했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2025년까지 추가적인 연비 향상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괄적으로 2025년 연비 목표보다 더 낮은 수준을 선호하고 있지만, 세부 목표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신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연비 기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혼다와 현대-기아, 토요타는 다양한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향후 몇 년 내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다른 회사들은 트럭과 SUV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며, 연비 기준이 완화될때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입장이다.

로비 단체의 요청에 앞서, 이달 18개 자동차 제조사들의 최고경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같은 이유로 서한을 보냈다.

대통령 선거동안 트위터와 선거운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제조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멕시코에서 투자한 포드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수입해온 물품에 대한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제조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포드가 멕시코에 제조공장 건설을 취소한다는 발표를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칭찬했다. 다른 자동차제조사들도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추가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발표하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와 GM, 피아트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에 초대해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친화적 규제완화와 세금 정책을 제시하는 대신 미국 내 일자리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PA의 프루이트 국장은 연비 목표 완화를 주장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편에 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루이트 국장은 오클라호마 법무장관 당시 정유, 가스 회사들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맺고 EPA를 상대로 고소하는 등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프루이트 국장이 연비 기준을 재검토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비 향상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더 강한 연비 기준을 내세우는 유럽과 중국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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