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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차 전력수급계획의 과제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444호] 2017년 02월 20일 (월) 08:01:08 이창호 chrhee@keri.re.kr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 여유 발전설비의 확대로 인해 그동안 신규 설비의 전원과 진입여부를 결정하던 수급계획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수급계획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논의는 오히려 커지는 것 같다. 주무부처와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수립되던 수급계획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10년 이후 발생한 정전과 수급불안, 후쿠시마사태와 원전문제, 온실가스 감축목표, 미세먼지, 누진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전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아직도 전력다소비 산업구조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여건에서 전기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높아진 관심에 걸맞게 수급계획의 내용이나 논의체계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급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용도와 내용 그리고 절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수급계획은 대부분 설비계획에 초점을 맞추어졌으며, 그중에서도 특정설비에 지나치게 경도됐다. 이로 인해 장기전망에 해당하는 수요예측이나 전원믹스가 특정설비의 신규물량 도출을 위한 수단처럼 간주돼 이해집단 간 오해와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아무리 정성들여 계획을 수립한다 한들 2년만 지나면 모든 것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력을 넘어 에너지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저해하고 나아가 계획의 불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전력 및 에너지 환경에 맞추어 가기 위해서는 수급계획의 내용과 절차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8차 계획에서는 추가적인 설비소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최근의 전력수요증가나 설비공급 추이에 비추어볼 때 당분간 수급안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협약 이후 온실가스 감축이 에너지정책 핵심과제로 대두되면서 수급계획의 내용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총량중심의 접근에서 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력수급의 이슈가 설비문제에서 에너지문제로 전환되고 있으며, 어떻게 에너지믹스를 가져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전기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급계획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전력수급의 안정이지만, 지금은 수급안정이 어느 정도 담보된 상태이므로 설비계획보다 에너지믹스 중심의 수급전망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으나, 우리의 수급계획은 지금까지도 전원구성과 이에 따른 신규 설비 확정이라는 오래된 형식에서 벋어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소위 수급계획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에너지원별 발전량이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에너지믹스와 같은 필수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는 반쪽짜리 계획이 되고 말았다. 

지금 전력산업은 기후변화대응과 신산업육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제고, 분산시스템 구축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자원에 주력하고 있다. 전력수급의 패러다임이 화석연료, 대규모, 집중형, 공급측 중심에서 친환경, 소규모, 분산형, 수요측 자원으로 빠르게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전력수급의 이슈도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절약과 친환경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 수급계획도 설비계획 중심에서 탈피하여 정책목표를 재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전력수급은 단순히 기술적인 접근이나 당장의 경제성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공급자의 직접비용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지불하지 않는 사회적비용이나 지역 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송전비용과 같은 간접비용도 포함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산전원의 보급이 늘어나게 되면 지금처럼 모든 전력을 전기사업자가 공급하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즉 수급계획의 대상과 범위도 영향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수급계획은 그동안 주무부처에 의해 수립·시행되어 왔으나, 얼마 전부터 관련부처 협의,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와 같은 새로운 절차들이 추가됐다. 업무를 주관하는 정부의 담당부서나 관련기관 그리고 이 분야의 몇몇 전문가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수립과정이 정부의 관련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이해집단과 참여자의 다양한 의견과 쟁점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절차의 복잡성과 참여자의 폭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계획수립에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매번 계획을 수립할 때 마다 다양한 이슈와 사전준비가 필요한 사안들이 도출되지만 이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관련부처 협의, 수차에 걸친 국회보고, 공청회 등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니 수급계획의 내용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보완하는 생산적인 논의과정이 되지 못하고 각자 하고 싶은 얘기만 주장하는 형식적인 절차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수급계획의 논의과정과 절차를 만든 것은 단순히 보고하거나 설명하기 위한 것은 아닐진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차확대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수급계획은 수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검토와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하며, 관련부처나 국회와의 논의도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 이미 시안의 형태로 완성된 계획안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기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진행한 논의도 일방적인 문제제기에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 수급계획의 완성도와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실질적인 협의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수립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8차 수급계획부터라도 새로운 내용과 생산적인 수립과정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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