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水熱 정의 확대…내륙 수자원 이용에 초점
경쟁력 떨어지는 기존 신재생업계 시장잠식 우려

[이투뉴스] 전기를 이용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변환시키는 히트펌프의 신재생에너지원 지정을 두고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관련 입법발의가 나온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업계는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기존 신재생시장의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함진규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수열·공기열·지열·폐열원 등 히트펌프를 사용·변환시켜 얻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용어 범주에 포함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15일 대표 발의했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발열·응축열을 이용해 저온에서 고온으로, 고온에서 저온으로 열원을 전달하는 장치다. 통상 냉·난방 및 제습을 목적으로 사용한다.

국내에선 전기로 저온의 열을 고온·고압으로 만드는 제품이 널리 쓰이고 있다. 관련법에는 히트펌프를 활용할 때 지열이나 해수(海水)표층의 열로 국한된 수열(水熱)만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해수면 온도차로 한정된 수열의 정의를 확장, 하천이나 호수, 대량의 하수 등 내륙 수자원 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기존에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공기열·폐열까지 모두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켰다.

신재생에너지원 범주에 히트펌프를 포함시켜달라는 요구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주로 LG나 삼성 등 시스템에어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공기열 히트펌프를 제조·시공하는 업체나 관련 연구·학계가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열 히트펌프는 외부 온도가 5도 이하일 때 성능저하와 작동불능 등 기계적 결함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국내 여건상 동절기 난방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항온을 유지하는 지층이나 해수심층과 달리 영하까지 온도가 하락하는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급격히 전기소비량이 늘어나는 등 최근 전력수요 증가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존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무차별적인 잠식이다. 시스템에어컨 등 이미 연간 15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충분한 시장을 보유한 공기열 히트펌프 제품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될 경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기존 가정·건물부문 신재생에너지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일본 등 주변국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한다는 주장도 각국 사정에 따라 입장을 달리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중국은 난방에 따른 대기오염 감소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다량 보급이 용이한 히트펌프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BLDC모터 등 고성능모터까지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펼치는 만큼 굳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의미를 두고 지원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비교적 온화한 날씨뿐 아니라 미쯔비시·다이킨 등 전 세계 공기열 히트펌프시장 60%를 차지하는 기업을 보유한 만큼 관련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일 두 나라 모두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한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지원’을 주도록 할뿐이라는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업체 한 임원은 “한국은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신재생에너지원을 보급하기 위해 강제로 의무량을 부과하고 있다. 냉난방시장을 보유한 공기열 히트펌프제품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할 경우, 수출은커녕 가격경쟁력이 뒤떨어지는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기존 중소기업 중심의 재생에너지산업은 무너지고 대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만 늘어날 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내륙 수자원을 수열로 지정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정한 냉난방 성능을 유지해야 하나 여름 한철 장마 등 시기별로 강수량이 몰려 수심이 고르지 않은 등 전국 모든 하천이나 호수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에너지기구는 신재생에너지원에서 히트펌프가 사용한 전기사용량 등을 제외하고 있다”며 “과거 화력발전 온배수열을 신재생에너지원이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중치 부과대상으로 지정하면서 해수표면과 내륙 수자원 등 온도차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포함시켜달라는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한 가지 우려는 에너지효율기기로서 효용이 크고 외부 전원으로 작동되는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지정할 경우, 신재생에너지원 정의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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