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는 줄고 시장경쟁은 격화 …"새로운 접근과 역량 필요"

[이투뉴스] 반세기 고도성장의 잔치를 끝낸 전력산업이 맞닥뜨릴 미래는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전원(電源)간 경쟁과 역학관계 변화, 메이저 공급사(발전사)들의 도태 또는 몰락, 그에 따른 점진적 시장 재편 등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력산업은 주기가 길고 우리의 경우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아 변화의 속도가 더딜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었지만, 주요 지표들이 이미 산업 지형변화를 촉발하기에 충분한 지점에 다다라 앞으로는 기존과 다른 속도와 양상으로 시장 전개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력업계와 시장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전력산업의 고도성장을 이끈 수요는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증가율이 급감해 매년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특히 최근 3년(2013~2015) 증가율은 평균 1.2%에 머물러 일각의 ‘수요정점론’에 힘을 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서 선진국들이 지나온 궤적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연평균 증가율이 3%를 하회하기 시작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0.5%에 그쳤고, 유럽연합(EU) 역시 2005년을 정점으로 1% 미만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속단은 이르지만, 국내 전력수요도 이들 선진국과 유사한 연 1% 안팎의 저성장 패턴을 보일 공산이 크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기적으론 에너지다소비 산업 침체, 장기적으론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을 수요감소 원인으로 각각 지목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에 의하면, 국내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지난해 3763만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줄기 시작해 2040년 2943만명, 오는 2065년에는 2062만명까지 감소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탓이다.

여기서 생산가능 인구는 전력수요와 비례관계다. 노동과 자본이 투입돼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해야 전력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도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 해부터 전력수요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산업용 전력수요와 비중도 변화가 감지된다. 산업용 수요 증가율은 2011년 8.1%에서 2013년 2.8%, 2015년 0.4% 순으로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다만 비중은 2010년 53%에서 2013년 56%, 2014년 57%까지 증가했고 2015년(56%)에야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력계 한 중진 인사는 “산업용 비중 증가는 상대가격 왜곡이 초래한 결과로 산업 구조조정의 역행을 의미한다”면서 “이 값(산업용 비중)이 45%까지 떨어지고 전체 수요가 줄면 우리 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측면에서는 민자발전(IPP) 비중이 시장경쟁 수준의 척도가 되고 있다. 전력시장 개설 이전 1% 수준(PPA)에 불과했던 민자발전은 2010년 시장개방 후 8.3%로 출발해 2015년 기준 18.1%까지 늘어났다.

5,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대규모 민자설비가 독자 및 합자형태로 속속 시장에 추가로 진입하고 있고, 단위 설비용량 자체는 작지만 우후죽순처럼 민간 신재생설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중 20%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력시장 운영이 기존 정책적 통제에서 가격기제로 전환되는 여건이 조성되고, 이후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시장참여자 간 제로섬 생존게임이 본격화 되면 철저히 시장논리에 의한 규제가 정착돼 결국 소비자 가격 인하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전원믹스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발전사는 도태, 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유럽 메이저 전력회사 소유 석탄·가스발전은 2013년 기준 73%가 적자이고 이 비율은 2020년 8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통 화력 중심의 유럽 전력사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2008~2013년 상실한 시장가치는 1000억유로(한화 1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 및 하류부문에 새로 진입한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전력경제연구실 부장은 "미래 전력사업은 새로운 접근과 역량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발전소를 세우고 값싼 연료를 구매하는 것 등은 더이상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다"면서 "ICT와 빅데이터 활용, 소비자 대면서비스와 분산자원 집합 중개 역량 강화, 기존 문화에 종속되지 않는 신산업 분야 분사 및 재무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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