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정부의 적정 역할 분담 필요"

▲ 신정식 전력산업연구회장

[이투뉴스]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도 전력·에너지 분야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작년 11월 신기후체제로 일컬어지는 파리협정이 공식 발효되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파리기후협정에서 의결한 450 시나리오 달성을 하려면 새로운 강력한 에너지 믹스 정책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수력, 원자력, 풍력, 태양광이 주 에너지원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기후변화를 파리기후협정 범위에서 억제하려면 하루 속히 현실적인 에너지믹스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향후 수정 및 보완을 전제한 것이지만 신기후체제 이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처음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으로서의 의의가 있습니다. 2030년 BAU 대비 37% 감축목표를 제시한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대응을 기존의 감축 중심에서 시장과 기술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며,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고 경제·환경·사회의 조화로 정책수용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전력발전부문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6450만톤을 감축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규 석탄발전의 전력시장 진입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추가적인 전력수요는 저탄소·친환경 발전원으로 최대한 충당되어야 합니다. 최근 대기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미세먼지 배출원으로서 화력발전이 지목되면서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지하고, 신규 석탄발전소는 배출기준을 상향 적용하고, 기존 설비는 성능을 개선키로 했습니다.

석탄발전의 축소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가져올 것이지만 발전비용의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8차 전력수급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둔 시점에서 다음의 문제점이 제기됩니다. 2030년 발전부문 BAU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가능한가?, 7차 계획의 수요관리목표, 신재생발전, 원전비중은 계획대로 실행 가능한가?, 신재생, 원자력과 같은 경직·간헐전원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운영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대책도 강구되고 있는가 등입니다. 전문가들은 개발연대의 발전 및 송배전 설비확충 위주의 ‘전원개발’계획으로부터 탈피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도적 차원에서 시장과 정부의 적정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우리 에너지부문의 경우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다는 것이 산업계 및 학계 전문가 집단의 다수 의견입니다. 에너지시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에너지인프라를 제공할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습니다. 정부는 ‘지시와 통제’라는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민간, 특히 글로벌 핵심기술을 가진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는 가장 기피하는 분야이지만 친환경에너지산업이 가져올 무한한 기대효과를 고려할 경우 전력과 가스시장의 개방이 모든 기술혁신의 전제조건입니다.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의 대가로서 확실하고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원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는 더 많은 비용부담을 수반하므로 에너지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기술혁신’이 필요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지칭되는 세계시장은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이미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세계 최고 부호들이 청정에너지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을 조성합니다. “값싸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발연대이후 정부주도로 발전해온 우리 에너지산업의 중심축이 이제는 시장으로 옮겨져야 할 시점입니다. 물론 지구환경 및 독과점산업의 시장지배력 행사와 같은 외부성 문제를 조정·감시하는 정부의 역할은 계속 필요하지만 저탄소시대의 새로운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에너지 기업이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여건이 필요조건입니다.

끝으로 지난 4년간 저희 연구회를 탁월한 리더십과 훌륭한 인품으로 이끌어 주신 신중린 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전력산업연구회가 우리 전력산업이 최적경로를 따라 발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새해 인사로 약속 드립니다.

신정식 전력산업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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