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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설비, EMP 공격에 무방비…방호연구는 실효성 논란
北 NEMP 도발 시 충청권까지 전력망 파괴
뒤늦은 방호대책 용역은 업계서 뒷말 무성
  [438호] 2017년 01월 02일 (월) 07:20:10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MP(Electro Magnetic Pluse. 전자기파) 공격에 대응한 시설 방호 개념도. 외부서 건물 내부로 연결된 각종 케이블을 비롯해 환기구, 틈새로도 EMP 침투가 가능하다. ⓒ전기연구원

[이투뉴스] 국가중요시설은 적(敵)에 의해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말한다.(통합방위법 및 대통령 훈령 제28조) 청와대와 국방부, 정부청사는 물론 주요 공항과 항만, 발전소, 변전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중요시설은 기능과 역할에 따라 ‘가’급에서 ‘다’급까지 등급이 나뉜다. 전력시설중 원자력발전소는 ‘가’급, 100만kW이상 발전소와 345kV 이상 변전소중 4계통(Bank) 이상이며 주변압기가 4계통 이상 설치된 변전소는 ‘나’급, 50만kW이상 발전소와 765kV 변전소 및 345kV 이상 변전소중 3계통 이상 주변압기 4계통 이상 설치 변전소 등은 ‘다’급으로 각각 구분한다. 이들 중요시설은 관련법에 따라 각종 도발과 위협으로부터 제반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자체 방호계획을 수립하고 군·경 등 유관기관과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주요 전력시설이 삼엄한 경비 체계를 갖추고 유관기관과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다.

원전은 ‘가’급, 발전소·변전소 등은 ‘나’, ‘다’급 중요시설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기는 했지만 실제 적 공격이 현실화 됐을 땐 어느 시설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적 공격을 무력화 시킬 군 시설과 지휘소는 물론 대규모 에너지저장·생산시설도 고유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중 국방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시설이 전력시설이다. 전력시설이 파괴되거나 기능을 상실하면 나머지 중요시설 운영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주요시설은 비상발전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군 시설과 국민 생존에 필수적인 통신·수자원·석유·가스 공급시설 등은 발전소 등 외부 시설에서 전력을 조달하고 있다. 정상적 전기공급 여부에 따라 이들 시설의 기능수행 여부도 갈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당국은 북한이나 테러분자에 의한 EMP(Electro Magnetic Pluse. 전자기파) 공격이 주요 전력시설과 전력망을 일시에 무력화 할 위협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MP는 미사일에 의해 쏘아 올려진 핵폭탄이나 EMP탄이 지상 30km 이상 고고도(高高度)에서 폭발할 때 발생하는 전자기파다. 직접적인 인명살상이나 시설물 파괴는 없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당 수십kV의 강력한 전자기파를 끼쳐 영향권내 전기전자기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전자기 파장에 축적된 강한 에너지가 각종 전기전자 소자로 침투한 뒤 과전류를 일으켜 회로를 태워버린다.

   
 

반도체로 작동하는 휴대폰은 물론 컴퓨터와 IT기술이 접목된 전력망, 발전소, 통신망, 전산망, 군 레이더, 자동차 등이 EMP로 오동작을 일으키거나 작동불능 상태가 된다. 이처럼 핵폭탄에 의한 EMP를 NEMP(Nuclear EMP. 핵전자기파)라고 칭하고, 그 외 인위적인 EMP 발생장치에 의한 EMP를 NNEMP(Non-nuclear EMP. 비핵전자기파)로 부른다. 또 이 둘 모두 강한 전자기파를 지녀 HEMP(High Power EMP. 고출력전자기파)로도 통칭한다.

전기전자기기 일시에 먹통…전력망·통신망도 ‘블랙아웃’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맞물려 EMP의 가공할 위험이 국내서 회자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NEMP의 경우 냉전시대부터 미국과 구소련의 핵실험에 의해 이미 치명적 영향이 확인됐다. 1962년 7월 미국은 태평양 존스턴섬 상공 400km 지점에서 1000kt(1kt=1000TNT톤)이 넘는 핵폭탄을 터뜨리는 일명 ‘Starfich'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런데 실험장소에서 1400km 이상 떨어진 하와이에서 무선통신이 두절되고 가로등이 제멋대로 점·소등 되는가 하면 군 통신장비가 먹통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NEMP의 파괴력이 의도치 않게 처음 확인된 실험이다.

같은해 10월 구소련도 카자흐스탄 상공 고고도에서 300kt의 핵폭탄을 터뜨리며 핵실험에 가세했다. 그러자 600km나 떨어진 지상 및 지하 전력선과 통신선이 고장을 일으켰고, 일부 전력선은 절연체가 파괴돼 선로가 땅으로 떨어지고 정전이 발생했다. 심지어 일부 디젤발전기가 작동 불능상태가 되고 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 통신·전력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공중 핵폭발이 NEMP라는 새로운 무기로 이용될 수 있음을 양국이 동시에 확인한 셈이다.

   
'고고도 핵전자기 펄스선원의 지자기 영향' 시뮬레이션

그렇다면 반세기가 넘은 이때 한반도에서 북한의 EMP공격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싫은 가정이지만 모든 기기가 전자화되고 IT가 발달한 한국은 그야말로 대재앙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국방부 의뢰로 원자력연구원이 수행해 2008년 발표한 ‘고고도 핵전자기 펄스선원의 지자기 영향'이란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북한이 남측 지휘체계를 무력화 시킬 목적으로 서울 상공 100km 지점에서 100kt 규모의 핵폭탄을 터뜨리면 서울부터 남쪽 최대 170km까지 강력한 EMP가 말굽 형태로 퍼진다. 이렇게 되면 육·해·공군 3군 통합 지휘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대부분의 전력망과 통신망이 파괴된다.

EMP분야 한 중진 전문가는 “우리는 EMP 위협에 대한 방비가 전혀 안돼 있다. 매우 안일한 생각”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실제적 방호대책을 세워야 하고, 검토결과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EMP 무기화는 이미 현실적 위협이란 지적이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2015년 6월 하원 외교군사위에서 “북한과 이란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EMP 무기들에 대한 전문지식도 교환해 왔다”고 했고, 공화당은 작년 7월 채택한 정강·정책에서 “핵무기 하나만 고고도에서 폭발해도 미국 전력망과 기간시설은 붕괴한다”고 경고했다.

전력연구원 시뮬레이션 차폐평가 선정 뒷말 무성  
EMP 공격에 대한 전력설비의 방호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반복되자 전력당국도 관련 연구에 착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앞서 지난 9월 ‘전력계통 EMP 취약성 분석 및 방호기술 연구’라는 제목의 외부 연구과제 용역을 발주, 지난달 J사를 적격 1순위 업체로 선정했다. 이번 용역을 통해 연구원은 발전소와 변전소, EMS(계통운영시스템), SCADA(전력설비 원격감시제어시스템), DAS(배전자동화) 등 전력설비의 NEMP와 NNEMP 취약성을 분석 평가,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EMP 방호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비는 40억원 안팎. 1200여개에 달하는 주요 전력시설의 EMP대응책이 처음 만들어지는 셈이다. 앞서 미국은 이미 20여년전부터 의회 산하에 EMP위원회를 두고 100여개 전력망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 한 바 있다.

문제는 아직 착수도 하지 않은 이번 연구를 놓고 업계 사이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사들에 따르면 쟁점은 기존 건물의 차폐효율 평가·분석법이다. 실제 전력시설이 얼마나 EMP를 차폐할 수 있는 지, 미비점은 무엇인지 평가해야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용역을 수주한 J사는 시뮬레이션 평가를, 또다른 I사는 미국 등에서 국제표준규격으로 지정한 공중파 이용 측정(실측)을 각각 제안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발주처 측은 초기부터 시뮬레이션으로 용역을 발주했고, 일부 참가사의 항의를 받은 뒤에야 입찰참가제안서(FRP)의 '시뮬레이션'을 '분석'으로 수정해 재공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FRP는 시뮬레이션을 전제로 작성된 터라 제대로 된 제안서 작성이 불가능했다는 게 I사 등의 전언이다.

I사 관계자는 "이번 과제는 단순 연구용역이 아니라 1000개가 넘는 한전시설의 EMP 방호에 대한 분석기술과 그에 근거한 방호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향후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국가사업이 정확도 확인이 어려운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연구비 낭비이자 앞으로 진행될 방호공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기파 특성상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틈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EMP 방호를 전제로 측정을 대신할 순 없다"며 "용역 수주와 관계없이 중요사업이 투명하고 제대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연구 추진 방식만을 놓고 지레 사업 성패를 예단할 순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유사 연구과제를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수행한 모 교수는 "EMP에 대한 완벽한 방호는 이상적인 논의이며, 비용 효율적이지도 않다. 지금으로선 어떤 방식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방향을 잡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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