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셰일 및 리비아·나이지리아 생산량이 유가전망 변수
브렌트유 54~59달러 예측…"감산합의준수는 미지수"

▲ 2014년 시작된 초저유가 기조는 opec과 비opec의 감산 합의로 종지부를 찍고 있다. 이제 감산 합의 이행 여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투뉴스]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과 같다는 유가 전망. 전문가조차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국제유가는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2017년은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비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접어든 해다. 장밋빛 전망과 불투명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2014년 시작된 저유가는 OPEC과 비OPEC의 생산 동결 및 초과 공급, 이로 인한 공급과잉과 석유재고 증가가 견인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2년 후인 지난해 말 OPEC과 비OPEC이 극적으로 감산에 합의하면서 세계 석유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맞춰 올해 국제유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강제성을 띄지 않는 감산을 얼마나 이행할지가 관건”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감산 예외 등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올해 국제유가는 어디로 흘러갈까. 신의 영역에 도전하며 그 가능성을 점쳐봤다.  

◆2014년 시작된 저유가, 주범은 ‘공급과잉’
2014년 6월 평균 배럴당 112달러를 기록했던 브렌트유는 이후 약세를 지속해 지난해 1월 배럴당 32달러까지 하락했다. 약 80달러(71%)가 하락한 이같은 현상은 1986년과 2008년 국제석유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드문 현상이라는 평가다.

당시 저유가의 주범은 공급과잉이다. 2014년 석유시장은 비OPEC, 그 중에서도 미국의 생산 급증으로 인한 초과공급 발생으로 저유가 터널로 진입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셰일 붐의 영향으로 2013년대비 일산 약 170만 배럴 증가했다. 250만 배럴이 증가한 비OPEC의 공급 증가를 견인한 주인공인 셈이다.

또한 당시 OPEC이 전년보다 약 10만 배럴 생산을 줄인 점 역시 초과공급 발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OPEC은 유가안정을 위해 석유시장에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감산을,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증산을 하는 등 석유수급의 균형자 역할을 해 왔다”며 “2014년 1분기 이후 초과공급 지속으로 하반기에 유가가 급락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그해 11월 총회에서 감산 결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초과공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는 OPEC의 생산정책이 기존의 유가 방어정책에서 시장지분 방어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OPEC이 감산했다면, 리드타임이 짧고 생산이 급증하던 미국 셰일오일에게 시장 지분을 빼앗김과 동시에 OPEC의 감산효과인 유가 상승을 크게 제한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듬해인 2015년 OPEC은 생산 목표인 일산 3000만 배럴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실제로는 3160만 배럴을 생산함으로써 동결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때 OPEC이 생산량 동결을 지켰다면 초과공급 규모가 감소하면서 유가가 회복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비OPEC인 미국의 생산도 100만 배럴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생산물량 상당부분 헤지 ▶기술개발비 및 인건비 절감 ▶ 고정비용 회수에 따른 생산 지속 등의 이유로 생산량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초과공급은 세계 석유재고 증가로 이어짐에 따라 사상 유례가 없는 공급과잉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초저유가, 바닥 찍고 서서히 회복세
저유가 기조는 지난해 초 바닥을 찍었다.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원유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산유국간 공급경쟁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브렌트유의 경우 지난해 1월 20일 2003년 이후 약 12년만의 최저치인 배럴당 27.88달러를 기록한 후 반등해 3월에는 40달러를 상회했다. 이 사이 유가는 배럴당 13달러(46%)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원유가격의 상승세는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이 완화되고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상승 요인이 하락 요인을 압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셰일오일을 비롯한 고비용 원유 생산이 감소하면서 비OPEC 공급도 감소했다.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의 석유시설 파괴, 캐나다 오일샌드 생산지역인 앨버타주의 산불, 베네수엘라의 경제 악화 등으로 인한 석유공급 차질도 공급 과잉 해소에 기여했다.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연기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정책의 확대 등 달러화 약세도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7월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은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은 주춤했던 유가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석유시장은 이 여세를 몰아 OPEC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냈다.

◆감산 합의, 핵심은 ‘생산량 준수’
최근 에너지공단의 ‘OPEC과 비OPEC 석유감산 합의의 의미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성사된 감산 합의는 2001년 이래 처음으로 이뤄진 석유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결정이다. 이번 합의의 파급 효과는 올해 초 러시아의 감산 이행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감산에 따른 가격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상승함으로써 당초 사우디아라비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는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OPEC은 사우디 주도로 이달 1일부터 일산 120만 배럴을 감산하는데 합의했다. 비OPEC 11개국도 55만8000배럴의 석유생산을 축소하는 데 동의했다. 비OPEC 국가들은 올해 상반기 자발적으로 시장 상황과 전망에 따라 석유생산량을 줄이게 된다. 참고로 러시아의 감산량은 30만 배럴이다.

그간 석유감산 논의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OPEC 회원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으로 합의까지는 약 1년이 소요됐다. 실제로 러시아는 2001년 OPEC과 합의했던 감산을 준수하지 않고 오히려 증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석유부 장관이 21년만에 교체된 것이 협상을 가속화하는데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감산 합의 자체는 원유시장의 고질적 이기주의를 변화시키는 긍정적 신호탄으로 볼 수 있으나, 시장에 미치는 변화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과거 감산에 합의했던 OPEC국가들이 이를 무시하고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확대한 경우가 있는 만큼, 준수 여부에 따른 가격 안정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한 감산합의에 참여한 비OPEC 국가들의 석유생산은 상당 부분 자연감소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약속된 감산량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러시아, 카자흐스탄, 오만의 감산 노력만이 시장에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러시아의 감산이행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기관별 전망, 브렌트유 '50달러 선' 압축
다수의 분석기관들이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 올해 평균 유가를 텍사스유(WTI) 50.66달러, 브렌트유 51.66달러로 전망했다. OPEC이 감산 합의를 이행할 실질적인 능력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IA는 보고서를 통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실제 감산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며 “산유량을 줄이더라도 50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오를 경우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재개를 촉발할 것이며, 셰일의 부활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미국 원유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WTI가 배럴당 57.5달러, 브렌트유 59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점쳤다.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2.5달러, 2.1달러 올린 수치다. 이같은 전망에 대해 골드만 역시 “실제 감산으로의 이행이 미지수”라는 이유를 달았다. 그러면서도 “결국 유가는 오를 것”이라며 “사우디의 재정상황으로 미뤄볼 때 감산을 이끌만한 동기가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분석기관인 IHS의 빅터 슘 아태부문 부사장은 “OPEC 감산합의는 저유가 위험을 감소시켰다”며 “올해 브렌트유는 평균 54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공급이 OPEC 감산에 도전장을 던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OPEC의 감산합의는 석유수급 균형자로서 관리자의 역할로 회귀했다는 신호이며,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은 이같은 OPEC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감산대상에서 제외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역시 OPEC 감산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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