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금융과 달리 수익보다 사회·환경적 가치 중시
주민투자·분산형 전원 등 지역사회 중심 운영가능

▲ 마이크로 파이낸싱 금융 그라민삭티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가구를 대상으로 저리 융자를 통해 태양광패널을 공급하고 있다<사진은 그라민삭티가 지원한 태양광패널이 설치된 가정집>

해외는 크라우드펀딩 통해 저소득층 태양광지원 활기
국내는 기부·자선문화 형성 미흡으로 성장한계 전망

[이투뉴스] 서울특별시와 KB투자증권은 2015년 시민공유형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위해 시민공모펀드(KB서울햇빛발전소 특별자산투자신탁)를 개발·판매한 바 있다. 당시 1호 시민펀드를 판매한 결과 가입자 수는 1044명, 평균 1인당 가입금액은 약 790만원이었다.

사업취지를 고려해 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한 것을 고려하면 1인당 비교적 적지 않은 액수를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입지역도 서울을 제외한 지역이 31%를 차지하는 등 지방에서도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연령대는 20대 이하(12%), 30대(24%), 40대(29%), 50대(23%), 60대 이상(12%)으로 나이와 관계없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비교적 고른 관심을 보여줬다.

이런 시민펀드가 기존 금융투자와 다른 점은 수익만을 좇는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라는 환경적 가치를 가장 중시했다는 것이다. 소수 투자자가 아닌 서울이라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조달받는 점도 기존 금융과 사뭇 다르다.

이렇게 전통금융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환경적 가치를 추구, 지속가능한 사회구현을 지원하는게 목적인 금융을 ‘사회적 금융’이라 한다.

최근 공익 목적을 지닌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나 마이크로 파이낸스(Micro-Finance), 협동조합, 임팩트 투자 등이 사회적 금융의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다. 부족한 수익성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나 보조금 등 별도 지원이 필요하고, 지역사회를 중시하는 분산형 전원이며,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주효한 수단인 신재생에너지와 가장 부합하는 금융수단이라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전통금융의 한계
전통금융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투자를 꺼리는 까닭은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더라도 동일한 비용·노력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태양광·풍력부문 중 일부를 제외하고 초기단계에 정체되는 등 기술개발 이후 상업화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아직 많이 남았다.

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장기 발전사업의 경우 보험, 보증, 파생상품 등이 필요하나 불안정한 사업추진환경이 금융상품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해 11월 산업부가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여전히 원활한 신재생사업 추진환경 조성을 위해 풀어야할 난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주민수용성과 사업을 제한하는 지자체 조례, 부지 및 계통접속 부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산재한다.

대정해상풍력의 경우 사업부지 해당 마을 한곳이 일시금 150억원과 발전소 지분 10%를 요구하고 있고, 고창 등 일부 지자체는 도로나 주거지 일정거리 내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불허하고 있다. 풍력발전사업은 프로젝트 당 인허가 등 행정과정에서 3~5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계통접속기간도 만만치 않아 1MW이하 신재생 발전사업자는 개발행위허가 완료 후에도 최대 17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근에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추진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대한 민간 금융 투자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다각적인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안정적인 투자회수를 중시하는 전통금융이 투자를 결정하긴 매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금융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 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통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확대, 저금리에 따른 사회적 금융의 기회비용 감소, 양극화 노령화에 따른 정부 복지예산 부족 등 이유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에경연에 따르면 사회적 금융투자자들은 일부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사회·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업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 미국 캘버트재단, 한국 사회연대은행 등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기존 전통금융이 기피했던 무담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 저소득층의 금융관련 애로를 해소한 전례로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사회적 금융과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추진되는 만큼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이 연계돼지 않은 지역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공급하는 분산형 전원인 만큼, 마이크로 파이낸스나 지역개발금융기관, 협동조합 등을 통해 환경적 가치를 지향하는 지역기반 사회적 금융을 구성할 수 있다.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타 분야와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절감량을 계량화할 수 있어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화석발전단가와 재생에너지발전단가가 같은 그리드패리티지역에서는 정부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이윤창출도 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7월 글로벌 임팩트 투자운영그룹(GSG)은 리스본 회의에서 유망한 투자분야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제시한 바 있다.

◆사회적 금융을 통한 해외 신재생 보급 활기
사회적 금융은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우선 가난한 사람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이나 예금, 보험, 송금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있다.

1997년 1300만명이었던 마이크로 파이낸스 고객은 지난해 약 2억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UN)도 새천년개발목표의 첫 번째 과제인 ‘절대빈곤과 기아퇴치’의 중요 수단으로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채택한 바 있다.

그라민 뱅크의 자회사인 그라민삭티는 1996년 방글라데시 정부와 전기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한 생활 개선사업을 추진했으며 특히 2012년까지 백만개의 태양광 주택설비를 보급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50W급 태양광주택설비 가격이 340달러로, 1인당 GDP가 1266달러에 불과한 방글라데시 농촌주민들이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라민삭티는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통해 주민들이 15%~35%의 선수금만 내고 나머지 잔여금은 5%~8% 고정이율로 12~36개월 간 할부 상환토록 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등유 등 화석에너지를 구입하는데 쓰던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할부금을 내도 소득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 지역여성들을 고용해 태양광발전설비를 유지·관리토록 해 2015년까지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우간다. 네팔, 캄보디아, 미얀마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250만명이 에너지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UNCDF(United Nation Capital Development Fund)에서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그라민삭티와 같은 클린스타트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네팔의 jeevan Bikas Samaj(JBS)도 지난해 4월까지 200만달러를 투입해 1만4000개가 넘는 신재생설비에 대해 융자지원을 했다. 당시 융자금은 100% 회수됐다.

또 다른 사회적 금융인 크라우드펀딩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재원조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불특정 다수인에게 소액단위로 재원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금융기관이나 자금력이 풍부한 소수에게 자금을 융통하는 형태와 차별된다.

2008년 미국 인디고에서 처음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2015년 약4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조달하는 성과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크라우드펀딩이 이뤄졌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1250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운영되는데 이중 25개가 신재생에너지 전문플랫폼으로 추정된다.

최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2013년 모사익 솔라(Mosaic Solar)가 추진한 미국 태양광 발전사업이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태양광 발전설비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으며 재원조달 24시간 만에 30만 달러를 유치했다. 2013년 일년동안 10개 이상 프로젝트에서 2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이후 9년 동안 펀딩 투자자들에게 전력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이윤을 배분했다.

네덜란드 풍력에너지 전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윈드센트럴(Windcentrale)도 2010년부터 500kWh에 달하는 9개 풍력발전사업에 1500만 유로의 자금을 수혈했다. 2013년에는 13시간만에 6648개 지분을 1000명의 투자자에게 판매해 130만유로를 조달한 기록을 보유했다.

해당 풍력발전소는 200유로로 매우 작은 지분으로 분할돼 투자자들에게 매각됐다. 에너지가격이 매년 3%씩 오른다는 기준에 따라 주주들은 연간 8.5%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15년 기준으로 300개가 넘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1만6500만유로 이상 자금이 조성됐다.

◆신재생 보급 위한 국내 사회적 금융환경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4월 에스파워가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또 크라우드펀딩 전문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인진이나 미래테크 등 중소기업들이 파력발전과 초소형 풍력발전기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각각 4억5000만원과 2억5000만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재생에너지로 공익사업을 펼쳐왔던 루트에너지도 퍼즐이라는 태양광 금융플랫폼을 곧 출시할 계획이다. 퍼즐을 통해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원하지만 재원 마련이 어려운 부지임대인과 발전소 건설을 통해 수익창출과 환경적 가치를 얻기 원하는 시민 투자자를 연결해줄 예정이다.

하지만 사회적 금융이 기부와 자선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기부분화가 발달하지 않은 국내 여건상 사회적 금융확대에 많은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정성삼 에경연 부연구위원은 “낮은 전기요금과 높은 경제수준으로 해외 사회적금융재원을 유치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외 사회적 금융을 활용해 국내기업들이 해외시장을 타진하는 방법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마이크로 파이낸스나 크라우드 펀딩처럼 검증된 사회적 금융을 활용할 겨우 GCF나 IFC와 같은 국제금융이나 KOICA등에서 ODA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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