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냉방부하 원전 23기분, 전력사용량 비중 2008년 20.9%→올해 27.4%
작년 겨울 난방부하도 최대값, 전문가 "상대가격 조정 통합가격결정체계 필요"

▲ 2008~2016 하계 피크부하 대비 냉방부하 및 2011~2016 동계 난방부하 -그래픽 박미경 기자 pmk@

[이투뉴스] 전력사용량에서 냉·난방 부하가 차지하는 비율 증가세가 심상찮다. 올여름의 경우 최근 20년 중 냉방부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지난 겨울(2015년말~2016년초) 역시 최근 5년사이 난방부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최대피크일 기준)

2011년 순환정전 이후 단기간에 발전소를 확충해 공급에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발전연료를 전부 수입하고 전력 생산·소비과정에 각종 환경·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전기화(電氣化) 추세를 곱씹어 생각해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전력당국에서 입수한 ‘2012~2016년 하계 최대피크 시 냉방부하’와 ‘2011(2012)~2015(2016)년 동계 난방부하’ 추정값에 따르면, 올해 8월 최대 하계피크(8518만kW)가 재경신 될 당시 냉방부하와 비중은 각각 2338만kW, 27.4%를 나타냈다.

무더위에 에어컨 등을 가동하느라 국내 원전 23기(1GW 기준)가 모두 동원된 셈이다. 물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여름 같은 폭염에 냉방기 가동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체 부하에서 냉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2년 이전 과거 국가 통계기록(1997~2011년)에 이번 데이터를 연결해 보니 최근 수년 사이 냉방부하 비중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다. 2008년 20.9%에서 2010년 22.0%, 2012년 23.8% 순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24.5%, 올해는 27.4%까지 치솟아 최고값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전체 전력소비량도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냉방용 소비량은 더 급격한 기울기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다만 이런 현상이 평균기온 변화 탓인지, 에어컨 등 냉방기 보급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가스냉방 등 다른 에너지 활용의 전가분인지 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동계 난방용 부하도 유사한 전기화 추세를 보였다. 2011년 겨울 최대전력이 7598만kW를 기록할 때 난방부하 비중은 21.4%(1631만kW)였으나 2014년 겨울엔 1.9%P 증가한 23.3%를 기록했고, 작년 겨울의 경우 25.1%까지 상승해 최근 5년 사이 최고값을 찍었다. 

단 냉·난방 부하는 기온에 따라 증감폭이 다르고, 부하를 추정하는 방법에 따라 실제 부하량과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대피크 기준이 아닌 용도별 사용량 기준 연간 냉·난방 부하추이는 별도의 통계 집계와 분석이 요구된다.

모든 냉·난방기에 온라인으로 실시간 사용량을 계측할 수 계량기(AMI)가 달려있지 않는 한 별도 데이터 수집 분석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로선 관련 실측 데이터가 확보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현실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냉·난방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상승폭이 최근 수년래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은 다각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미래예측을 통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득수준 향상과 새로운 전력기기 보급에 따른 전기화는 선진국 사례처럼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며 산업용 비중이 절대적인(54%)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가격구조 왜곡에 의한 비효율적 에너지사용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난방부하의 대부분은 전기온풍기나 EHP(전기히트펌프), 전기판넬, 전기히터 등이 차지하고 있고, 상업시설 이외 원예나 시설난방에도 다량의 전력이 사용되고 있다. 전기히터 등의 난방기는 1차 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꿔 쓰는 대표적 비효율기기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선진국처럼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넘어간 경우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 제조업 중심인 우리는 다른 에너지 대비 전기가 싸서 더 쓰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력 생산·소비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을 조세 등으로 모두 물려야 불합리한 소비가 교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정 에너지가격이 높냐 낮냐보다 상대가격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전력, 가스, 석유가격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정되고 소관 부처간 및 부서간 칸막이도 존재한다”며 “전체 에너지원을 한 프레임 안에서 보고 통합 가격결정체계를 만들어야 불필요한 전기화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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