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인력구조가 정상이 아니다. 전국과학기술노조 집계에 따르면 27개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인원이 47.5%에 이른다고 한다.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는 곳도 기초생명공학연구원(66.6%), 과학기술연구원(62.3%) 등 12개에 달한다.

 

쉽게 말해 연구기관 인력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비정규직은 지난해 법통과에 따라 앞으로는 한 기관에서 2년이상 근무하지 못한다. 같은 업무를 2년 이상 맡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1996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기반 연봉시스템(PBS)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 제도 역시 처음에는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연구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심지어 소속원들의 ‘철밥통’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만 개개 연구기관들도 나름대로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서 자생력을 기르도록 유도한 것이다. 즉 출연 연구소의 인건비를 과거에는 정부가 전액 지원했으나 일정 비율을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벌어서 충당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연구기관의 인원(TO)을 엄격하게 적용, 쉽게 인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규제해왔다.

 

연구기관들은 제한된 재원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위해 이왕이면 값싼 인력을 찾아 나섰고, 그 방안이 비정규직 인원의 채용으로 이어지면서 비정규직이 절반 가까이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과기노조는 이에 더해 IMF 위기 당시 연구기관들이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주장한다.

 

물론 과기노조의 비정규직 통계에는 석·박사급 연구원 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에서 이런저런 보조업무를 맡고 있는 학생 등 잡급직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비정규직 인원이 절반에 이른다면 정상적인 구조라고는 할수 없다. 그같은 인력구조를 갖고 국가의 중요한 연구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리라고는 볼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기노조는 비정상적 인력구조를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구기관으로서도 비정규직 인원 비율이 높으면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가 각자 한발짝씩 물러서서 지혜롭게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연구기관의 수뇌부는 인력수요 파악을 정확하게 해야 하고 노조도 나름대로 희생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비정규직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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