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나라가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에 휘청거리면서, 400조원의 나라살림인 2017년 국회예산안 심의에서 소위 ‘최순실 예산’이라는 항목들이 하나같이 감액되고 있다. 혐의 사실에서 드러난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고려해 보건데 이러한 감액과 삭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건만 한 가지 우려되는 문제도 함께 발생했다.

현 정부에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위 ‘창조경제’예산에 대한 대폭 예산삭감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 미래성장동력 사업이라고 하는 여러 예산항목들도 함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감액이 확정된 정부 중점과제 사업 중 ‘4차산업’에는 다소 의아한 항목이 들어 있다. ‘농업기반시설활용에너지 개발·태양광 풍력발전 사업’에서 20억원이 삭감되었고,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지원’에서는 18억5000만원이 삭감됐다. 물론 이들 사업이 제대로 비용-편익분석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분석은 사업 내용을 면면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 사업들이 단순히 ‘창조경제’와 연관되어 있어서 삭감됐다면 상당한 문제가 있다.

우선 이번 정부는 ‘창조 경제’를 중점사업으로 수립·추진하면서 지난 이명박 정부의 중점사업인 ‘저탄소 녹색성장’관련 사업을 대폭 삭감했다. 다시 말해 지난 이명박 정부의 사업과는 선을 그은 다음, 지난 정부의 그림자는 아예 지우려고 노력했다. 큰 관련성이 없더라도, ‘녹색’이라고 이름 붙인 사업은 모두 탈락시키고, ‘창조’자만 들어가도 웬만한 정부 사업은 줄줄이 통과시켜 주었다.

사실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효율개선,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 관련된 예산은 거의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살려둔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제 와서 창조경제 예산을 삭감하는데, 왜 갑자기 ‘녹색’예산도 같이 죽이려 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번 정부 들어 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손을 떼는 움직임을 누차 지적하고, 전세계 흐름에 맞춰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는 국제적인 망신을 시켜가면서까지 실체도 없는 ‘창조경제’ 타령만 해오면서, 녹색예산을 대폭삭감시켜왔다.

얼마 전 국제사회에서 정말 부끄러운 두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정부시절 인천 송도에 GCF 사무국을 설치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녹색성장의 전도사로 자부하던 한국이지만, 독일 민간연구소가 올해 11월에 공개한 ‘기후변화대응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61개 국가 중 58위를 차지했다. 이번 마라케시에서 열린 22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서 CAN이라는 NGO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화석상(Fossil of the day Award)’을 수여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무책임한 국가’로 선정했다. 이뿐 아니다. 이번 22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작년에 합의된 ‘파리협약’에 대한 국회 비준이 너무 늦은 나머지 한국 대표 협상단이 ‘파리협정 당사국회의’(CMA1) 회의장에 입장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은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해 지난해에 2030년 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이 목표치 중 25.7%는 국내에서 줄여야 하고 나머지 11.3%는 국제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감축하기로 했다. 이 37% 감축 목표가 얼마나 적정한지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국내에서 감축해야 하는 25.7%는 도대체 무엇으로 달성할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현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2029년까지 추가로 18기 증설한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2017년 예산과 같이,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도 삭감되면 도대체 한국이 공언한 목표(INDC)는 무엇으로 달성할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그동안 아무런 실체도 없던 창조경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녹색예산도 함께 삭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제발 국제사회의 놀림감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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