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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기술사 업역’ 건축법 갈등 재점화
국토부, 개정 시행령 발효된 후 곧바로 재개정안 입법예고
“기득권에 휘둘린 부당한 국토부의 꼼수 행정” 비난 거세
[435호] 2016년 12월 05일 (월) 08:00:27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지난 5월 17일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단락된 듯했던 건축법 상의 가스기술사 역할 진입이 또 다시 난산(難産)의 진통을 겪게 됐다. 특히 이번 갈등은 오랜 과정을 거쳐 입법예고 3년 만에 개정된 시행령이 6개월 경과조치를 거쳐 발효되자마자 곧바로 다른 내용을 담은 재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원화된 기술협력체계를 일원화하고, 시장을 공정경쟁체제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이를 개선·보완하려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6개월의 경과조치에 이어 법규가 발효되자마자 내용을 뒤집어 전혀 다른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행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가 비정상적으로 법규를 비틀려 한다는 점에서 기득권에 휘둘린 꼼수 행정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국토부 홈페이지의 입법예고 콘텐츠 댓글에는 이 같은 일선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힘들게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했던 시행령을 또 다시 기술력과 전문성을 외면한 채 기득권자의 입장만을 두둔하는 왜곡된 방향으로 정책을 몰아가고 있다는 비난이다.

가스기술사의 업역을 명시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것은 2013년 5월 15일. 공동주택 등 건축물 가스배관을 매립배관으로 하도록 관련 기준이 바뀌면서 건축물 설계 시 가스분야 최고의 전문인력인 가스기술사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의견제시를 요구한 국토부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이 특별한 이유 없이 후속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지난한 과정을 겪게 됐다. 그 배경에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건축기계설비기술사들의 집단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가스기술사회의 행정심판 청구를 비롯해 국민감사 청구, 정부청사 앞 항의집회, 국회 앞 1인 시위 등이 이어졌다.

이 같은 진통 끝에 정부는 올해 5월 가스기술사 업역을 명시한 건축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대통령령 제27175호로 공표했다. 건축물 바닥이나 벽 등에 매립 또는 매몰해 설치하는 경우 기술사법에 따라 등록한 가스기술사들의 협력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건축법은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축물 또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건축물에 가스설비를 설치하는 경우 건축계설비사 또는 공조냉동기계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해왔다.

결과적으로 건축물 내 매립·매몰 가스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분야 최고의 기술인력인 가스기술사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법안이 입법예고 과정이던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국토부 장관직을 맡았던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건축물 안전 확보 측면에서 가스기술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 넘어 산’ 시행규칙 개정도 미적

기득권과 전문성의 갈등 속에 어렵게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으나 뒤이어야 할 시행규칙 개정은 더욱 갈 길이 멀었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에 따른 전문기술자 협력범위와 방법 등과 관련해 유관단체인 한국기술사회를 비롯해 한국가스기술사회, 한국기계설비기술사회에 의견 제시를 요구했다. 건축물의 설계·건축 시 가스설비의 품질·안정성 확보를 위해 관계 전문기술자의 업무협력을 받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데 이은 업무협력 범위와 방법을 정하는 내용의 하위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의견차가 커 각 단체의 최종 의견과 사회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해당업역의 주체였던 기계설비기술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새롭게 진입하려는 가스기술사와 팽팽히 맞선데다 모든 기술사들의 구심체인 한국기술사회도 어정쩡한 입장을 비치면서 조율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토부는 각 시·도 및 유관단체에 ‘시행규칙이 시행령의 시행일인 2016년 11월 18일까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가스기술사 협력대상이 없게 되므로 건축물에 설치하는 모든 가스설비는 건축기계설비기술사 또는 공조냉동기계기술사가 협력해야 한다’고 운영지침을 시달했다. 사실상 전문성과 관계없이 기득권을 인정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는 이제 막 발효된 시행령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다시 고치는 재개정에 나섰다. 국토부는 현행 가스설비의 설계·설치 시 매립·매몰하는 부분은 가스기술사, 그 외 노출·은폐하는 부분은 건축기계설비기술사 및 공조냉동기계기술사의 기술협력을 받도록 하는 이원화된 체계를 가스기술사, 건축기계설비기술사, 공조냉동기계기술사 중 어느 하나의 전문기술자에게 협력을 받도록 일원화 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효율적인 설계·시공을 위한 조치라는 게 국토부 측의 입장이다.

◆“재개정 진짜 이유 뭐냐” 비난 댓글

국토부는 정작 가스법에도 가스기술사 업역이 없는데, 왜 국토부가 이 문제로 시달리는지 모르겠다며 갈등의 골이 깊어 조율이 되지 않으니까 경쟁체제라는 시장원리에 맡겨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의도다. 당사자 간 갈등 속에서도 기술력을 인정해 시장진입의 물꼬를 터주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의 조치는 전문성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86개 직종의 기술사 중 일부 특정기술사에게 특권과 독점적 기회를 제공하는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비난이 거세다.

국토부 홈페이지의 입법예고 콘텐츠 댓글에는 “국가가 인정한 가스기술사가 있는데 가스설비에 대해 가스를 전공하지 않은 다른 분야의 기술사들이 업무를 본다는 게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스분야는 당연히 가스기술사가 있는데, 다른 분야의 기술사가 그 일을 하겠다는 것은 누가봐도 이상하다는 걸 정작 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토부만 모르는 거냐. 안전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5월에 개정한 시행령을 발효되자마자 11월에 다시 개정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수 십개 댓글이 달렸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2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의 염원은 ‘비정상의 정상화’ 한 가지다.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핵심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기준은 누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본다면 어렵지 않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관행을 바꾸는 것은 몹시 어려운 작업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각계각층이 있는 만큼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안전 대한민국’이 국가적 대명제인 상황에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인력을 활용하겠다는 확실한 정책의지가 필요할 때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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