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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434호] 2016년 11월 28일 (월) 08:00:40 조성봉 sbcho@ssu.ac.kr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입안하는 실용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모범답안은 있다.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서다. 전기사업법 제25조(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 제1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까지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수급의 안정에 기여했는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전력의 과잉 및 과소공급이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공급예비율은 1%(1966) → 50%(1972) → 5%(1975) → 55%(1986) → 3%(1994) 등으로 큰 폭으로 변화했다. 최근에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기가 모자라서 정부가 절전규제까지 동원했으나 2014년부터는 전기가 남아돌아 설비예비율이 지난해에는 16.5%까지 증가했다.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입안하는 실용적인 이유는 이 계획이 확정돼야만 이에 근거해 발전설비에 대한 건설허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공급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정부 페이퍼워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가장 정부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원전이다. 원전은 부지선정, 주민동의, 건설 등 여러 절차와 과정이 까다롭고 그 기간도 길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도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 비록 원전처럼 오래 걸리진 않으나 7~8년 가까이 건설기간이 소요되므로 미리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준비하면 그만큼 착실하게 건설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일 먼저 주목하는 것은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건설 물량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오랜 건설기간을 감안해 이처럼 미리 계획에 반영되고, 건설허가를 받고, 착공되므로 실제 준공시점의 전력수요와는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건설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가스발전소는 그렇지 않다. 가스발전소는 건설기간이 3~4년으로 짧기 때문에 준공시점의 전력수요를 감안해서 계획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스발전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매우 수동적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실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매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가스발전소의 가동률은 미래로 갈수록 현저하게 하향추세를 나타낸다. 설비규모에 비하여 발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스발전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준공되고 기저부하로서 안정적인 가동률 속에 잔여수요를 차지하는 가스발전량을 심각하게 깎아먹기 때문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미리 반영되어 다른 발전설비의 건설을 불확실하게 하는 선점효과를 갖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은 전원별 발전량 예측이 안정적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잘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 미래의 전원별 발전량 구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대적 비율을 유지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의 전원별 발전량 구성이 매우 불안정하다. 사실상 예측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6차 전력수급계획부터 정부는 아예 전원별 발전량 전망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삭제해 버렸다. 문제의 원인을 고치기보다는 문제를 못 보도록 데이터 제공을 끊어버린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이 전력부문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실상 큰 왜곡을 가져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가스발전소 발전량이 결정되는 셈이고 그 결과 발전용 LNG 수입량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부정확성으로 인하여 가스발전량이 생각보다 증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결과 LNG 수입량 예측이 어긋나서 현물시장에서 급히 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제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왜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처음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울 때 정부의 목적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전력수요에 맞추어 발전설비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목표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동향에 발맞추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소망에 부응하려면 연료구성을 안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 가스발전소는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건설되기 위해 취소되고 미뤄야 하는 발전소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시대가 바뀌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작성방법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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