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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단에너지와 황희 정승
[434호] 2016년 11월 25일 (금) 14:20:10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하녀 둘이 싸우다가 황희 정승에게 다가와 하소연을 한다. 한 하녀가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황희 정승은 “네 말이 옳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하녀가 자기주장을 펼친다. 황희 정승이 들은 후 “네 말도 옳다”고 말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부인이 “두 사람이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다 옳다고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황희 정승은 “당신의 말도 옳소”라고 답했다.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봤을 황희 정승의 이야기가 지금 집단에너지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면서 ‘열요금 제도개선’을 주장하며, 산업부를 압박한다. 반면 산업부는 제도를 바꾼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자꾸 다그친다며 천천히 가자고 말한다. 또 일부 사업자 및 전문가들은 이러다 집단에너지가 다 죽는다며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다.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열요금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필연적으로 열요금 인상으로 연결된다. 산업부가 제도개선에 발을 빼려는 이유도 명확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요금대비 110%’로 조정한지 얼마 안됐는데 또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사업자의 어려움을 알지만 그들을 살리기 위해 열요금만 무턱대고 올리면 소비자가 결국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 하나 틀린 말이 없다. 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다 옳은 지적이다.

문제는 각자의 입장을 우선해서 상황인식을 한다는 데 있다. 민간업체들은 거대사업자인 한난요금을 기준으로 해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당장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져 길거리로 나섰다. 산업부 역시 사업자들과 소위 말하는 ‘윗선’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업자도 챙기고 소비자도 보호하는 묘안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규모의 경제는 물론 공정한 경쟁과는 아주 거리가 먼 ‘문제투성이 사업구조’에 놓여 있는 집단에너지의 구조조정과 정책지원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다는 분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상론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실행까지는 너무나 먼 얘기라는 것이다.

어정쩡한 ‘양비론(兩非論)’으로 접근해서는 집단에너지의 고질병을 고치기 어렵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열요금 제도개선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수순이 더 중요하다. 열요금 조정도 필요하지만 정부지원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집단에너지의 지속가능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이 아니라 선행조치는 물론 병행-후속 조치가 다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황희 정승이 살아서 돌아온다 해도 지역난방 해법찾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전국 250만 가구가 사용하는 국민에너지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와 사업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구조를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내 주장’과 ‘네 탓’만 해서는 결코 미래가 없다.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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